한국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 산악인의 필독서 『희박한 공기 속으로』재간!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산악안의 필독서로 인정받아 온 『희박한 공기 속으로 Into Thin Air』가 재간되었다. 올해는 故 고상돈 대원이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깃발을 꽂은 지 30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깊다.(1977.9.15, 한국은 세계 8번째 등정국으로 기록되었다.)
1996년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네 팀의 등반대에서 12명의 산악인들이 한꺼번에 조난당하여 목숨을 잃은 사고를 등반대의 일원으로 현장에 있었던 논픽션 작가 존 크라카우어가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국에서 산악 문학의 명저로 꼽히며 베스트셀러를 기록해 왔으며 로버트 마르코비치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너무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모든 상황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독자들은 위험과 욕망을 한데 안은 산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허영호/ 에베레스트 등반가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가. 에베레스트 등정의 역사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의 등정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올라간다. 이전까지 신성한 산으로 여겨져 함부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던 에베레스트에 1920년대에 산악인들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1920, 1921년에 연거푸 에베레스트 등정에 실패한 맬로리는 “그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라는 말을 남기고 1924년 에베레스트 등정 중 실종되었다. 1953년에야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에 의해 초등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스위스(1956)·중국(1960)·미국(1963) 등에 이어 한국이 1977년 8번째로 등정에 성공했다. 이렇듯 까마득하게 우러러보아야만 했던 에베레스트는 등반이 상업화되면서 1993년엔 27개국 129명이 등정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산악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타락에 물들지 않은 과묵하고 이상주의적인 집단에 들어간다는 의미했지만, 1990년대부터는 셰르파와 상업 등반대를 이용해 레저의 일종으로 산에 오르는 이들이 늘며 의미가 변질됐다. 네팔 정부는 캠프 주변이 등반대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오물이 넘쳐 나자 환경 문제와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등반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1991년 팀당 2300달러에서 시작해 96년에 이르러서는 팀당 70000달러로 요금을 올렸다. 등산의 순수성을 고집하는 산악인들은 에베레스트가 상업주의로 오염되는 것을 걱정했다. 한때는 꿈 높은 산악인들의 정복의 대상이었던 에베레스트가 돈 많은 일반인을 위한 최고급 레저의 대상으로 변모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잡지 《아웃사이더》 기자였던 저자는 날로 상업화되어 가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취재하러 1996년 봄 어드벤처 컨설턴츠라는 등반대에 고객으로 참여한다. 그의 취재 목표는 고객이 경비를 부담하고, 주최측이 등반에 대한 모든 기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 등반대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상업 등반대’란 고객이 루트 개척, 짐 등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산에 오른 체력만 되면 등정할 수 있도록 모든 장비와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여행가이드다. 등반대원도 일부 전문산악인과 비싼 참가비를 지불할 수 있는 일반인들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나 자신의 극한의 의지를 시험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유명세를 위한 수단이나 고급 취미 정도로 오르는 이들 또한 있다. 그러나 산은 각기 다른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다. 해발 팔천 미터에 이르면 공기 중의 산소 농도가 평지의 3분의 1로 떨어진다. 이 ‘희박한 공기 속에서’ 인간의 정신과 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극한의 한계로 내몰린다. 죽음의 지대라 일컬어지는 그곳에선 더 이상 이성적 판단은 제로가 되고, 통제되지 않는 공포만이 온몸을 휘감는다. 간발의 차이로 생사가 갈리고, 저자는 살아남았지만 그 뒤를 잇던 등반대원은 얼음 폭풍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춥고 희박한 공기 속에서 벌어진 열정과 비탄, 에베레스트라는 자연의 힘에 도전했다가 비극을 맞은 인간들의 실제 이야기가 처절하고도 생생하다.
에베레스트에서 조난당한 18명의 남녀
해발 8000미터 희박한 공기 속에서 벌어진 삶과 죽음, 열정과 비탄의 드라마
1996년 5월 10일, 최고 수준의 에베레스트 가이드 등반대가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기나긴 준비 과정과 힘겨운 행군을 견뎌내고, 시리도록 맑은 하늘 아래에서 세계의 지붕을 밟았다. 오래 간직해 온 꿈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조각의 엷은 구름이 정상을 덮으면서 악몽은 시작되었다. 캠프까지 불과 수백 미터를 남겨두고 눈 폭풍이 하산하는 사람들을 때렸다. 강풍과 눈보라로 체감 온도는 영하 70도까지 떨어지고, 평지의 삼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산소량에 허덕이며 사람들은 남은 생을 위하여 싸웠다. 하지만 에베레스트는 너무도 강하고 냉엄했다. 18명의 남녀가 그 산 위에서 조난당했다. 캠프에서 4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사우스 콜을 헤매면서,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쉰 살의 사업가 벡 웨더스, 산에 미친 청년 앤디 해리스, 우체국에 야근하며 등반 비용을 모은 더그 한센 등 열두 명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목표로 등반하던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참사를 목격했던 산악인 겸 작가 존 크라카우어는 그 고통의 순간을 회상하며, 그때 그곳에 어떤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일행 중 선두에서 하산한 덕택에 살아남은 저자는 사건의 전말을 간명한 리포르타주로 써냈다. 에레베스트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사실들에 다른 생존자들과 한 인터뷰를 합쳐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참여했던 체험을 생생한 그대로 펼친다.
한국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하며 국내 산악계는 올봄부터 10여 개 원정대를 히말라야에 보냈고, 예순여섯 노익장을 과시한 김성봉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비롯해, 허영호 엄홍길의 등정 소식 등이 국내에 속속 전파되고 있다. 가장 높은 산에 대한 염원을 지닌 산악인들의 모습이 책과 현실에 함께 투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