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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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416g | 145*210*20mm |
ISBN13 | 9788954644952 |
ISBN10 | 8954644953 |
발행일 | 2017년 0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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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416g | 145*210*20mm |
ISBN13 | 9788954644952 |
ISBN10 | 8954644953 |
9 웃음소리 12 비명 16 먹는다 18 또 먹는다 21 교통사고 26 다이빙 32 자전거 나라1-방문 43 자전거 나라2-선거 47 자전거 나라3-축제 55 꿈인가 놀아보니 60 꿈의 술집 64 무인도의 토끼 68 눈물 흘리는 사람 71 놀이하는 인간 76 역사가 80 수집가 84 발명가 91 무위론자 95 낙천가 99 소수파 103 소설가 115 직업 119 웃지 않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124 버릇 130 그림자밟기 138 절1-도통 145 절2-수첩 149 절3-노학 152 절4-무숙자 163 절5-송이 168 노래로 외우다 172 왕복 177 비밀결사 185 예언자 190 술 193 목이 좋은 곳 197 외길 202 중국에서 온 편지1-거지 204 중국에서 온 편지2-매 208 눈 속의 달걀 210 물이 새다 216 단계 219 경강선 222 논 225 지방색1-모래밭 228 지방색 2-고원 231 지방색 3-물 235 정체 238 향기 240 낮도깨비 242 이야기꾼1-향수 246 이야기꾼2-별 구경 256 이야기꾼3-구름처럼 산돼지처럼 263 휴가 265 온다 268 파이프 270 자동판매기 272 가계 275 할머니의 뜰 278 여행자 282 우주의 끝 284 이 프로그램은 유효하지 않은 명령을 실행함으로써 시스템의 무결성無缺性을 위반했으므로 종결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했던 작업의 정보는 사라집니다. 시스템을 재시동하겠습니다. 동의합니까? 286 작가의 말 |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난 글입니다. 짧은 글들을 묶어놓은 책이라 틈틈이 읽기 좋아요.
표지 디자인이 책 내용과 잘 어울립니다.
수필인가 싶었는데 소설인가 봅니다ㅎㅎ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가 2017년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장정과 구성의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독자들 곁에 돌아왔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이 과연 시인의 산문시인지, 재기발랄한 수필이라 해야 할지, 상상력의 끝까지 뻗어나가는 픽션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문단과 독자들이 그어놓은 장르의 범주 안에 성석제의 글들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성석제는 이 데뷔작 이후로도 이렇게 짧은 분량의 글 안에 경계 지을 수 없는 상상과 현실적인 소재와 캐릭터들이 한데 녹아 있는 글들을 꾸준히 써왔고, 오늘날 그의 ‘짧은소설’은 독보적인 장르가 되었다.
어쩌면 성석제 작가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영문학 교과서의 서지에 속하는 시의 예술성에 관한 대목을 찢으라 명한다. 성석제 또한 시와 소설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글을 썼고 그런 속성은 아마 여기에서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선생님' 같은 면모도 잘 드러나 있다. 노벨상을 통 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는,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들을 묶어서 '비밀결사'로 표현해내는 자신감. 그리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권선징악의 코드. 꼭 악인을 응징하는 건 아니지만 과장과 익살로 그들을 풍자하는 데 그는 탁월한 재주를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파리를 들 수 있겠다.
처음 소설엔 뱀이 등장한다.
뱀 세 마리가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는 장면이 나왔다가 나중에는 그 세 마리가 각각 분리된다는데, 이건 세 가지 다른 색깔로 교통을 통제하는
신호등을 나타낸 게 아닐까 싶다. 자주 섞이기 쉬운 색깔을 명확하게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가 자신의 몸통을 먹기 시작했다는 게 신호등에
불이 켜진 상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입이 입에 먹히는 순간이란 신호등이 고장나서 영원히 켜지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게 아닐까? 그저 내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음 신호등에 대해 갑자기 숫자까지 보여가며 저렇게 상세히 설명할 의미가 있는가 싶고.
후반 소설에 또 뱀이
나온다.섬에서 모아놓은 뱀들이 서로를 잡아먹고, 마지막 남은 한 마리가 어쩐다는 이야기인데 일본설화에서 등장한 거 같기는 하다. 작가는 그
이야기에 살을 붙인 듯하다. 그 강한 뱀을 돼지를 이용해서 죽여 거기서 나오는 구더기를 닭에게 먹인 다음, 그로 인해 털이 뽑혀 죽은 닭을
아무에게나 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섬에 토끼를 풀어놓아 번식하면 팔라나. 굉장히 장황한 이야기인데 일단 귀차니즘으로 인해 부자가 되기 싫은
독자(나)에게 이런 걸 말해봤자 결국 헛일이다. 작가에게도 헛일이었던 듯하다.
비행접시에 탄 휴머노이드를 만난 스님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게 좀 미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꿈에서 읽은 듯한 줄거리가 어떤 책에서 구문도 안 틀린 채 통째로 나와 상당히 당황한 적이 있다.
(사실 만취해서 어디 서점에 들러 그 구절을 읽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근데 여기선 꿈에서 읽은 듯한 구절이 나온다. 이런 때는 대체 무슨 상황일까. 만취해서 아무 책(이 책)이나 집고 아무 데나 펼쳐서 구절을 읽은 적이 있나??
고녜이가 자꾸 냐옹냐옹 울고 가는 기 기분이 안 좋아서, 우물 가서 치성을 드릴라 카는데, 앵두가 우째 그리 빨갠 기 조랑조랑.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녀는 화자에게 벌어진 앞니를 고치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뜬금없고 내용은 상당히 잔혹하다. 그런데 그 말투가 어딘가 이북 사투리 같아서 인상깊은 구절로서 한 번 더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