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2년 03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199쪽 | 375g | 160*198*20mm |
ISBN13 | 9788982814877 |
ISBN10 | 8982814876 |
발행일 | 2002년 0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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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9쪽 | 375g | 160*198*20mm |
ISBN13 | 9788982814877 |
ISBN10 | 8982814876 |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생존 시간 카드 속담 칠십 리 장화 천국에 간 집달리 역자 후기 |
마르셀 에메의 다섯편의 단편들의 등장인물들은 있어도 그만 없으면 더 좋은, 존재감이라고는 없는 이들이다. 상사에게 구박받는 하급 공무원,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 가부장적 독선으로 사랑 받지 못하는 아버지, 미혼모 파출부와 그 아들, 천국에 가고 싶은 집달리 등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들, 이들에게 주어지는 잠깐의 행운들과 그로인해 다가오는 더 큰 불행들...
마르셀 에메 플레이스, 몽마르뜨, 파리
사진 출처 : http://www.coolstuffinparis.com/le-passe-muraille (cool stuff in paris),
마르셀 에메의 소설집인데, 동화책 같은 느낌으로 종이도 다소 두툼하고 글자도 크고, 판형도 크고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가 있다. 일러스트가 재치있고 좋았는데, 역자의 말에서 잠깐 언급되는 것 외에는, 책표지에서 이름이 없음은 조금 섭섭하다. 일러스트의 이름이 없어서 사실 처음엔 마르셀 에메가 그림도 그렸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문학동네에서 마르셀 에메의 단편집을 내는 과정에서 책을 그렇게 꾸민거였다. 그건 좋은데 한 가지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고 있으니 바로 원작품집의 10여 편 되는 작품중 단지 5편만 실려있다는 점이다.
그 중 1편은 다른 출판사에서 판권을 가져가서 그렇다는 거고 나머지는 뭐 내용이 어두워서 그렇게 했다는 역자의 설명이 있는 걸로 봐서 기획 의도가 그림책 같은 동화같은 이야기만 따로 뽑으려고 했던 거 같은데, 아 그럼 이 책 전부를 읽고 싶은 독자는 어떤 딱한 출판사가 후에 여기에 실리지 않은 작품들의 판권만 따로 사서 나머지 5개를 가지고 또다시 반쪽짜리 책을 만들길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단 말인가. 앓느니 죽지. 책은 반쪽인데 일러스트와 단단한 커버 덕에 가격만은 반값이 아니라는 사실은 소비자로서 유감이라는 데 한표 던진다.
그나마 그렇다고 역자 이세욱님이 밝히고 있고, 그 점이 역자도 섭섭했던 모양으로, 애초 작가가 작품을 하나씩 따로따로 발표했으니 그걸로 위안 삼으란다. 첫 두 편을 읽고, 작가에 홀랑 반해, 해당 작품의 작품 설명을 읽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마르셀 에메의 선집을 만든다던 다른 출판사의 소식은 없고, 이 책 이전 몇몇 권의 출간이 있었던 모양인데 모두 품절이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마르셀 에메의 작품은 그의 작품집 중 반을 짤라 그림책처럼 멋지게 만든(그러나 책꽂이에 꽂기는 애매한 크기의) 이 책 하나 말고는 구할 수 없다.
김동식의 회색인간 같은 류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그 책처럼 문장 구조도 간결하고 이야기도 동화같기도 하면서 풍자적인 판타지이기도 하다. 이 중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와 <생존 시간 카드> 두 편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이 경우 우연히 서핑하다가 발견하고는 내용 확인도 안하고 확 땡겨서 그렇게 했다. 한국에서는 뮤지컬로 잘 알려져 있고,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다.
벽으로 어떻게 드나들까. 그냥 스르륵 아주 쉽게 벽에 머리를 디밀면 빠져나가 반대편 벽으로 머리가 나온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뒤티유웰은 자기 몸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의사에게 간다. 의사는 엄청 어려운 전문 용어들을 풍자하는 이름의 병명을 말하며, 알약들을 처방해주고,몸을 혹사시킬만큼 많이 써야 낫는 병이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관청의 하급 직원인 뒤티유웰은 몸을 많이 쓸 일도 없고, 큰 불편도 느끼지 못해 알약 먹는 걸 잊고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만다.
새로 온 직장 상사에게 늘 모욕을 당하고, 구박을 당하자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혼비백산 하게 만들어 그만두게 한 이후, 자신의 능력의 엄청남과 그 무한한 가능성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아무 벽이나 마구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무엇보다도 대도둑이 되어 부자가 되고, 뭘 훔친 후에는 가루가루라는 서명을 남겨놓음으로써 자신을 최고 유명 스타로 만들어놓았지만, 현실의 동료와 친구들에게 늘 찌질했던 자신이 바로 그 유명한 대도 가루가루라는 걸 증명할 길이 없다.
자신이 그 유명한 가루가루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잡히고 감옥에서 나오고 그야말로 활개를 치고 다니다가 또다시 잡히고 이런 대담한 짓들을 하다가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 아름다운 여인의 남편은 형편없는 자로, 그녀를 집에 가두고 자신은 밤 사이에 유흥가를 다니며 즐기는 사람이다. 밤에 남편이 아내를 가두고 나가는 걸 지켜보고는 벽을 통과하여 여인에게 가는 가루가루. 하지만, 최근 머리가 아팠던 그는 책상 서랍에서 아스피린처럼 생긴 알약을 먹었고, 최근 도둑질과 여러 행각으로 몸을 혹사시키던 차였다. 짧은 그의 사랑은 벽을 통과함과 동시에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른 자신의 질병(으로 여겼던 인 줄 알았던 그 능력)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굉장히 동화적이고 우화적인 이 소설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다음 작품인 <생존 시간 카드>를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노동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사회에 쓸모 없는 사람들의 생존을 제한하는 법률이 통과하고, 그들에게는 생존 카드가 주어진다. 이 생존 제한 대상자들은 한 달에 생존하는 날이 제한되고, 그 이외의 날들은 존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다. 나이와 직업군 등에 따라 차등있게 부과되는 생존카드의 대상이 자신은 엄연히 사회에 유용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던 주인공 작가에게까지 주어지고, 이제 사람들은 주위의 사람들이 특정 날짜가 되면 완벽한 무 속으로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길어져서 다음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