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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두 번째 사랑

끝에서 두 번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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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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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516g | 140*205*30mm
ISBN13 9788950965877
ISBN10 8950965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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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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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마키타 요헤이
많은 영화와 TV드라마를 소설로 각색했다. 대표작으로 『러브 송』, 『오싱』, 『우메 선생님』, 『스즈키 선생님』, 『트릭』, 『히어로 2014』 등이 있다.

역자 : 민경욱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일본 문화 블로그 ‘분카무라'로 일본 마니아들과 교류하고 있다. 『마음청소』, 『화소도중』, 『거짓말의 거짓말』, 『첫사랑 온천』, 『여자는 두 번 떠난다』, 『11문자 살인사건』, 『브루투스의 심장』, 『백마산장 살인사건』, 『아름다운 흉기』, 『몽환화』,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하늘을 나는 타이어』, 『SOS 원숭이』, 『바이바이, 블랙버드』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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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갑자기 가게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안쪽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들리면서 촛불이 흔들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케이크를 든 웨이터가 치아키가 앉은 옆 테이블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 놀랐다. 순간 나인 줄 알았어.”
시끌벅적한 옆 테이블을 보면서 치아키가 말했다. 내일이 치아키의 생일이었다.
“안 해. 이런 서프라이즈. 나이가 몇인데.”
“맞아. 서로 하지 말자고 했잖아, 서른 살 때.”
웨이터의 장단에 맞춰 함께 합창과 박수를 친 셋은 먼 곳을 응시했다.
“저 나이일 때는 생일이 즐겁지.”
“맞아. 생일이 우울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을 거야.”
치아키는 쓸쓸하게 한숨을 토했다. “언제부터 생일이 그렇게 되었을까? 평소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부끄럽지 않은데 왜 생일이 되어 나이를 먹은 순간 그런 마음이 드는 거지?”
“나, 작년 직장에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당했어.” 쇼코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와, 정말? 힘들었겠다.”
“응. 불쾌한 감정을 숨기느라 필사적으로 노력했지.”
“나는 직장에서 서프라이즈 하면 죽여버린다고 말했지.” 치아키가 웃으며 말했다.
--- p.276

“솔직히 말하면 다양한 감정이 들어요. 저, 외로웠어요. 가마쿠라에 왔을 때. 여러 가지로 약해지고 불안했죠. 이제부터 혼자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말이에요. 사랑도 이제 없다고 생각했죠. 그럴 때 천사가 나타나,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딱 좋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신페이 군은 저를 좋아한다고, 연인이 되어달라고 했고, 병에 대해서도 얘기해줬어요. 그의 인생 최초의 연인 아니에요? 놀랐고 기뻤어요. 나는 아직 버려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병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신페이 군은 내내 그것을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것을 이유로 매사 생각하는 건 그만두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신페이 군도 그걸 바라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예.”
“물론 신페이 군을 아주 많이 좋아하고, 연애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제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깨끗하지 않구나.”
“무슨 소립니까?”
“비겁했어요. 최악이죠. 나는 아마도 신페이 군을 옆에 놓아둔 거예요. 신페이 군이라는 멋진 남자가 내 애인으로 있는 상태를……. 틀림없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사랑은 없을 테니까. 정말 최악이에요, 최악.” 하고 심정을 토로하는 치아키에게 와헤이는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
--- p.300

번잡한 제작부를 떠나려는 준비를 하는 치아키에게 바쁘게 움직이던 국원들이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사했다. 대답을 하면서 치아키는 낙담했다.
‘나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수고도 안 했는데…….’
게이코와 쇼코에게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봤는데 둘 다 일이 바쁜 듯 곧바로 “미안해.”라는 거절 전화가 왔다.
휴대 전화를 넣고 치아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 바쁘네.”
인파를 헤치고 역으로 향하면서 치아키는 가을의 밤하늘에 하얗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봤다.
“나, 이제 어떻게 하지?”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다.
어른이 되면 상처 입을 일은 많아지고 생긴 상처는 더디 낫는다.
그래서 고통에 둔감해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무언가 안식처를 찾아 살아간다.
예를 들어, 일.
아니면, 사랑.
아니면, 가족.
일을 안식처로 삼고 살아온 내가 만약 일을 잃는다면……
나는 이제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 p.325-326

“혹시 상처받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여유 있는 척했다든가 했어요?”
“맞아요! 둘의 사랑을 응원하겠다고. 상처를 감추려고 필사적이었죠. 그래서 마리코 짱의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고 제가 상처를 주고 말았어요.”
“그래요.”
“정말 한심해요. 한심하다고요. 체면도 말이 아니고 속도 좁고, 정말 최악이에요.”
“요즘 말로 하자면, 아픈 얘기?”
“그래요! 아파요. 아프다, 아파.”
자학을 연발하는 치아키를 보고 와헤이는 웃고 말았다.
“왜 그래요?”
“아니, 아프다는 말, 도대체 언제부터 쓰게 된 걸까요?”
“그러고 보니까 옛날에는 안 썼네요. 아프다는 말.”
(중략)
기가 죽은 와헤이의 어깨를 치아키가 웃으면서 과감하게 두드렸다.
“아파요! 왜 그래요?”
“아니, 당신과 얘기하면 꼭 여자들끼리 얘기하는 것 같아서.”
“나는 아저씨끼리 얘기하는 것 같거든요?”
“예?”
“이제 슬슬 수염이 날 때가 됐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와헤이의 놀림에 치아키가 한 술 더 뜨자 두 사람은 폭소했다. 기세가 붙은 두 사람은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빠른 속도로 벌컥벌컥 소주를 비웠다.
너무나 기분 좋은 술이었다.
--- p.36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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