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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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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48g | 140*215*20mm
ISBN13 9791158090630
ISBN10 115809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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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동원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처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열여덟, 하지만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다. 가고 싶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 위에서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군에 입대, 첫날밤에 불침번을 서며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제대 후 2004년부터 영상작가원에서 시나리오를 배웠고, 그 후로 영화와 만화 시나리오를 써왔다. 2011년에 ‘소설을 쓰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고 2013년 청소년 소설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문학동네)를 출간했다. 2014년에는 “폐쇄적이고 특수한 상황 속에서 궁극적으로 인간 선악의 실체를 탐구해나가는” 도스토옙스키적 소설 『살고 싶다』(나무옆의자)로 제10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완벽한 인생』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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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애매하다. 애매하면 버림받는다. 나는 이십오 년 전 수요일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애매했다. 엄마의 사랑도 애매했다. 그래서 두 번이나 버림받았다. 세 번째엔 받아들여지나 했지만 나는 결국 삼진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 p.9

도무지 현실감이 없는 상태에서 연습투구조차 못하고 멍하니 마운드에 서 있었지만 현실은 더 이상 화낼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 팀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포수는 자리에 앉아 자세를 잡았다. 심판이 플레이볼을 선언했다. 나는 내 무덤 같은 마운드 위에서 욕을 내뱉으며 첫 번째 공을 던졌다.
될 대로 되라지. --- p.32

너클볼을 던지기 위해선 그 모든 힘과 의지를 내려놓아야 한다. 너클볼은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가 없다. 최고의 타자라 해도 너클볼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연습해온 대로 배트를 휘두르고 맞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건 투수도 마찬가지다. 일단 공을 던진 다음엔 마운드와 타석 사이를 흐르는 바람에,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그 미세한 바람에 자신의 인생을 맡겨야 한다. 이런 공에 처음부터 인생을 맡기는 선수가 있겠는가.
자신에게 인생을 열어갈 힘이 있다고 믿는 선수는 너클볼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 너클볼은 한 번 죽은 자들의 공이다. 마운드가 무덤처럼 보이는 이들,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평가받는 투수들, 스스로에게 더 이상 어떠한 가능성도 찾을 수 없는 선수들이 야구가 더 하고 싶어 던지는 공이 너클볼이다. 바로 우태진 같은 선수 말이다. --- p.75-76

나는 뒤돌아서 저격수가 겨냥하고 있는 창문을 향해 공을 들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을 던졌던 공. 바로 이 공이 내 인생이었다. 그물에 걸려서 허우적거리기만 했던 내 인생.
나는 기도했다. 단 한 번만 더 제대로 된 공을 던지게 해달라고. --- p.174

하지만 내가 공을 던지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뉴스에 나왔을 때도, 금메달을 땄을 때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아니었다. 처음 야구공을 쥐고 아버지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을 때, 아버지가 내가 던진 공을 잡고 일어서며 환하게 웃었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공을 던졌다. 야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끝끝내 나와 아버지는 그 말을 주고받지 못했다. 내 인생을 망친 건 고장 난 몸이 아니라 깨져버린 마음이었다.
--- p.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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