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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저 / 권일영 | 비채 | 2009년 06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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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499g | 153*224*30mm
ISBN13 9788992036894
ISBN10 8992036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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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아,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기도하는 심정으로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소. 뭐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사야카만 무사히--.’

‘그러면 우선 그 입부터 다무세요. 쓸데없는 소리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밤 11시 정각에 간파치 길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킹 타이거’ 다카이도 분점으로 6천만 엔을 가지고 나올 것. 알겠습니까?’

‘잠깐만……다카이도에 있는 킹 타이거?’ 마카베가 메모를 하는 기척이 났다.

‘그리고 이번 건은 절대 경찰이 관여하지 않게 할 것. 만약 조금이라고 그런 기미가 보이면 거래는 바로 취소됩니다. 이번에도 그러면 진짜 우리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겁니다.’

‘알았소. 절대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소. 그 레스토랑에는 반드시 나 혼자 가지.’

‘누가 당신에게 오라고 했나요?’

‘예? 무슨 소리요?’

‘6천만 엔을 운반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서 왔던 남자입니다.’

그제야 내가 왜 여기 있는지를 이해했다.

‘뭐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당신들과 한패가 아니라고 했잖소. 만약 그 사람이 그런 역할을 거절한다면 어쩌지?’

‘설득하세요. 딸의 목숨이 걸려 있어요.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 전 재산에 빚을 내서 보탠 6천만 엔이나 되는 돈을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소.’

‘당신 재산이라고? 그건 이제 우리 돈이지. 안 그래요? 아니면 당신은 그 돈을 넘겨줄 생각은 없고 경찰과 뭔가 계략이라도 꾸미고 있는 건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절대 그렇지 않소.’

‘이게 마지막 통고입니다. 어차피 이 전화는 녹음이 되고 있을 테니 메모할 필요는 없겠죠. 오늘밤 11시, 간파치 길에 있는 킹 타이거 다카이도 분점으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사람에게 6천만 엔이 든 여행 가방을 가지고 나오게 한다. 차는 그 사람이 모는 블루버드를 사용할 것. 그 다음 지시는 그 사람에게 직접 내릴 겁니다. 우리가 6천만 엔을 건네받고 1시간 뒤에 딸을 풀어줄 겁니다. 만약 경찰이 개입했다면 거래는 바로 끝입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앗! 여보세요…….’

테이프가 멈추자 방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손가락을 태울 정도로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껐다.

오치아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요컨대 이런 사정이오.”

이사카는 롤렉스 손목시계를 흘끗 보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이 범인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하지만 당신 대답에 따라 달라지겠지.”

“시간 여유가 있나?”

“10시 15분까지라고 했나?” 이사카 경시가 오사코 경부보에게 확인을 했다.

“예. 늦어도 10시 20분까지입니다.” 오사코는 나를 돌아보며 설명했다. “만약을 위해 당신 블루버드는 스기나미 경찰서 관할 간파치 길에서 가까운 곳에 대기시켜 두었어. 거기까지는 언제라도 순찰차로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고. 여기서 10시 20분에 출발하면 11시까지 범인이 지정한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 있네.”

“25분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만 해.” 이사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카베 오사무를 바라보았다. 그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네 개의 긴 탁자 한가운데 있는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어린 딸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내 시선을 깨닫고 입술을 떼려 했지만 마음만 앞서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해야 할 말이 딱 하나뿐일 때는 그러기 마련이다.

오치아이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마카베 씨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네. 범인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지. 몸값을 넘겨주는 역할을 당신에게 부탁하기 위해 사정 설명이 끝나기를 이제나저제나 하며 기다린 거야.” 그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다만 우리로서는…….”

오치아이는 말을 흐리며 이사카를 돌아보았다. 이사카는 엘리트 경시답지 않게 바로 이어받지 못했다. 담배에 불을 붙이지도 않으면서 론손 라이터로 두세 차례 불을 켰다.

“수사본부의 의향은 다르다는 건가?” 내가 물었다.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아서 옆에 앉은 니시고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예전부터 그것 외에 본 적이 없는 검은 넥타이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휙 잡아당겨 느슨하게 했다. 수사과장인 모리 경부는 이 자리에 없는 것으로 하고 싶은 듯이 졸린 눈으로 계속 내 앞에 있는 탁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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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회 나오키상 심사평
그의 처녀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부터 이미 팬이 됐다. 정석을 비웃는 반전이 준비돼 있어 미스터리의 씨앗은 끝나지 않았다는 즐거운 감흥을 느꼈다. 하라 료에게 레이먼드 챈들러의 영향이 보이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인물 조형과 문장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뛰어난 재능에 믿음이 간다.
다나베 세이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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