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밀집사육시설은 1930년대 양계업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은 밀집사육시설 하면 주로 비좁은 비육장에 빼곡하게 들어찬 소 떼를 떠올린다. 하지만 밀집사육시설의 길을 닦은 이들은 닭고기 생산자들이었다. 예전 사람들은 닭을 계절 음식으로 여겼다. 시골 농부들은 달걀을 얻기 위해 가금류를 몇 마리 정도만 키우곤 했다. 요즘처럼 저녁 식탁에 닭이 흔하게 올라오게 된 것은 퍽 새로운 현상이다. 75년 전만 해도 닭은 일요일 저녁 별미였으니 말이다.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 프라이드치킨 파티 날이었다. 그러나 비타민이 발견되고 먹을 수 있는 형태로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닭에게 비타민 D를 먹이면 일 년 내내 실내에 가둬놓아도 계속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곧 튀김용 닭과 구이용 닭을 언제든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 주에서 사료와 종자, 비료 공급상으로 출발한 제시 주얼(Jesse Jewell)처럼 머리 좋은 몇몇 사람은 많은 이윤을 거두기 위해 닭 수백 마리를 실내에서 모아 키우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1장 공장식 축산의 진화」중에서
미국의 식품안전을 통째로 뒤흔든 사건은 1993년에 일어났다. 서부 해안 지역의 잭인더박스라는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햄버거를 먹은 이들 가운데 694명이 O157:H7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 진단을 받았고 그중 어린이 네 명이 숨진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감염되었기 때문에 이 소식은 엄청난 뉴스거리가 되었고 많은 미국인을 격분케 했다. 잭인더박스는 피해자 개인들만이 아니라 주주들로부터도 집단소송을 당했다. 법정 기록에 따르면 박테리아를 죽이려면 햄버거 패티를 섭씨 68.3도 이상으로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회사가 알고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회사는 규정대로 할 경우 햄버거 패티가 너무 질겨진다고 판단해 일부러 덜 익힌 걸 내놓았다. 결국 회사는 합의금으로 피해자와 가족에게 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3장 가축과 질병」중에서
바람에 실려 이동하는 것은 지독한 악취만이 아니다. 육우 비육장이나 양돈장, 양계장의 거대한 환기시설로 엄청난 양의 먼지도 함께 나온다. 가축의 마른 분뇨나 사료 찌꺼기, 비듬이나 깃털 조각, 흙먼지가 뒤섞인 유해물질이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사육시설에서 나오는 먼지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퍼뜨리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라 불리는 것에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실려오기 십상이다. 이런 미세먼지가 지역을 덮칠 때는 더 굵은 입자를 떨어뜨리는데, 이런 입자에는 분뇨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분뇨에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을 비롯해 르시니아(Yersinia),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 지아르디아(Giardia)처럼 흔치 않은 ‘식중독’ 균까지 들어 있을 수 있다. 몇몇 과학자에 따르면 박테리아가 바람에 실려 오면서 유전물질도 전달하므로 훨씬 많은 종류의 다제내성 병원균이 생성된다고 한다.
---「4장 환경비용」중에서
달걀에서 시판용 닭까지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성장하는 육계 품종에는 당연히 심각한 동물복지 문제가 뒤따른다. 우리가 즐겨 먹는 두툼한 닭가슴살은 골격이 채 자라지 않은 어린 닭이 지탱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다. 비대한 닭가슴살을 얻기 위해 유전자가 선별된 닭들은 공간이 넉넉한 실외에서 키운다 해도 시판 체중에 이를 무렵이면 거의 걸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사실 ‘보행점수’는 동물복지 문제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보행점수를 개선하려면 수용 밀도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고, 달걀이 어떻게 부화하는지, 심지어 달걀이 수정될 때 어떤 유전자가 들어가는지를 개선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육계의 전반적 복지에 영향을 미친다. 가금류도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이 몰아넣으면 다른 종처럼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공격성을 보이면서 서로를 물고 쪼아대며 털을 잡아 뜯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심지어 감염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심하면 죽는다.
---「5장 동물복지」중에서
달걀에서 시판용 닭까지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성장하는 육계 품종에는 당연히 심각한 동물복지 문제가 뒤따른다. 우리가 즐겨 먹는 두툼한 닭가슴살은 골격이 채 자라지 않은 어린 닭이 지탱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다. 비대한 닭가슴살을 얻기 위해 유전자가 선별된 닭들은 공간이 넉넉한 실외에서 키운다 해도 시판 체중에 이를 무렵이면 거의 걸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사실 ‘보행점수’는 동물복지 문제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보행점수를 개선하려면 수용 밀도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고, 달걀이 어떻게 부화하는지, 심지어 달걀이 수정될 때 어떤 유전자가 들어가는지를 개선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육계의 전반적 복지에 영향을 미친다. 가금류도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이 몰아넣으면 다른 종처럼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공격성을 보이면서 서로를 물고 쪼아대며 털을 잡아 뜯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심지어 감염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심하면 죽는다.
---「5장 동물복지」중에서
농부나 목축업자가 독립적으로 소를 키운다면, 그러니까 하나 이상의 도축장과 오랜 거래 없이 소를 키운다면 도축할 곳을 찾기 힘들 것이다. 일단 도축을 했다 해도 자신이 생산한 소고기를 내다 팔 시장을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 도축과 가공을 담당하는 정육회사가 소를 사들여 도축한 뒤 자신들과 거래하는 슈퍼마켓이나 식당, 2차 가공공장 같은 통합된 공급체인으로 유통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어서다. 여러 농산물 직거래 장터나 지역 도매상과 거래하는 소규모 농장이나 목장이라면 생산한 고기를 팔 수 있겠지만, 규모가 좀더 큰 목장의 목장주가 주류 육류산업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결정하면 고기를 운송하고 저장하고 파는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가격이나 가축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에 불평하는 생산자들은 화를 면치 못한다! 다음에 가축을 도살해야 할 때 도축장에 예약을 잡을 수 없거나 훨씬 낮은 가격을 받아
들여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소들이 비육장에서 보내는 날이 늘어날수록 생산자는 사료값을 더 지출해야 하는데, 사료값을 지출하는 만큼 이윤은 줄어든다.
---「7장 육류산업의 흡수와 통합」중에서
2013년 영국에서 발견된 ‘식품 사기’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었다. 아일랜드 식품안전청이 실시한 무작위 검사에서 소고기 다짐육으로만 만든 것으로 표시되어 있는 몇몇 패티에서 말고기와 소량의 돼지고기가 발견되었다. 곧 조사가 시작되었고 슈퍼마켓 테스코(Tesco)에 상품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업체에 재료를 납품하는 또다른 공급업체가
폴란드에서 값싼 고기를 구입한 뒤 패티에 첨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패티들은 슈퍼마켓 테스코의 할인 코너에서 판매될 예정이었다. 더 많은 조사가 뒤따랐는데, 적든 많든 말고기가 포함된 상품은 더 많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100퍼센트 말고기로만 만들어진 제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그것도 인기 있는 인스턴트 라자냐와 볼로네제소스였다.
---「8장 식품 사기」중에서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국가에 농경지를 매각한 지역에서는 기아와 빈곤이 더 증가했다. 예를 들어 중국이 10만 헥타르의 땅을 빌리거나 사들여서 중국인에게 공급할 돼지와 닭 사료를 키운다면, 현지인들은 자신들이 먹을 주식을 어디에 심어야 하는 걸까? 사하라사막 남부의 아프리카 국가들을 생각해보자. 이곳에서는 땅이 현지 주민의 먹거리를 재배하는 데 사용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쓰인다. 그뿐 아니라 귀한 물마저 사료작물이 다 빨아들인다. 마시고 씻는 일에 물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먹을 작물에 댈 물조차 부족해졌다. 또한 옥스팜 보고서는 토지를 약탈하는 관행이 “이런 나라들에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한 토지 소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며 사회 불평등과 갈등을 심화한다”고 지적한다.
---「9장 토지 수탈과 무역협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