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한자의 뜻풀이를 열면 ‘봄을 생각하는 시기’에 들어선 우리들. 그렇다면 ‘봄친구’들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사춘기의 우리들. 봄친구들!
하지만 왜 이 이름이 우리들에게 어색하게 여겨질까?
봄친구인데도 왜 따스한 얼굴이 아니라 굳은 표정과 굳게 다문 입술이 먼저 그려질까? --- p.92
우리들의 사랑이 한 번의 짧은 이벤트나 한순간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불빛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의 수고’가 필요하다. 그것이 부모에게는 가정에 대한 헌신, 일에 대한 몰두라면, 우리들에게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공부, 인내, 그리고 미래에 대한 꿈이리라! 그래서 사랑을 위한 나만의 ‘빵’을 더 맛있고, 고소하며, 달콤하게 구워 낼 수 있으리라! --- p.134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 넘는다. 그리고 앞으로 또 45억 년이 흐르겠지. 그런 어마어마한 시간 속에서 그대는 45억 년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 45억 년 미래의 시간 속에서도 나올 수 없는 오직 단 한 명, 유일무이한 존재, 생명이다.
그런데 성적 때문에, 그깟 거울에 비친 얼굴 때문에, 당장 집 안이 어렵다 하여 90억 년 시간 속의 단 하나의 존재인 ‘나’를 스스로 천대하여 비루하게 버려 둘 것인가?
어제 시험이 끝났는데, 성적이 나쁘다 하여 고개 숙이지 말자.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 그대 마음, 그대 심장, 그대 희망, 그대 미래! 힘껏 들어 올려라!’
그대, 90억 년 시간 속의 유일무이한 존재여! --- p.236
부모는 중학교 1학년 아들, 상호의 성적표를 앞에 놓고 말 그대로 애를 잡는다. 그리고 섬뜩한 예언까지 한다.
“지금 이 성적 보니 네 앞날이 아주 창창하다, 창창해! 아주 자알…… 살겠다. 하나 보면 열을 안다고 했어! 네 성적 꼬라지를 보니 네 인생 꼬라지가 저절로 그려진다! 이런 성적으로 앞으로 뭐가 되려고? 서울대 나와도 실업자 되는 세상인데 평생 알바나 하면서 살 거냐?”
상호가 울컥한다.
“이제 시작이잖아요. 앞으로 더 노력할게요. 앞으로 시험은 또 있어요.”
엄마도 울컥한다. --- p.218
그래도 우리 여학생, 남학생들이여! 오늘도 조금만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자. 우리는 서로에게 적이 아니다. 치열한 입시 전쟁터를 지나고 나면 결국은 모두가 ‘인생 여행자’, ‘삶의 벗’, ‘유일무이한 내 사랑의 짝’이 될 터이니! --- p.41
우리들 사춘기라는 봄친구들은 아직 스무 해도 안 산 인생이며, 백 세 인생에서 겨우 십몇 해를 넘긴 생명이다. 그동안 알지 못하거나 가 보지 못하거나 듣고 보지 못한 세상의 장면 장면들과, 만나야 할 인생의 벗들과 사랑이 지천의 세잎클로버들처럼 얼마나 많은데! 이런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굳세게 살면서 다 누려야 한다.
아픔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환호이든, 공포이든 축복이든, 절망이든 다시 일어섬이든, 도망이든 이김이든, 다 거쳐야 한다. 부딪히고 싸우고 이기고 지면서 스스로 희망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행운아가 되고, 스스로 대박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행운아가 되고, 스스로 대박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
우리들은 겨우 마악 세상 속으로 들어온, 아직은 삶의 낯선 여행자들이니까! --- p.191
여기 두 아이가 점심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민아, 나, 죽을까 봐.”
“왜? 무슨 일 있어? 너희 엄마랑 아빠 이혼해?”
“그게 아니라…… 영어 때문에. 난 죽어서 미국이나 영국에서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절대 영어를 잘하지 못할 것 같아.”--- p.44
부모는 ‘너를 위해서’ 네가 ‘효자’되길 바라고, 곧 공부 잘하는 것이 ‘네 인생’ 구원투수로서 진정한 ‘효자’가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하며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 정도인데 어쩌겠냐며, 부모의 예상과는 다른 효자 (성낼 효), 효자(울릴 효)의 모습을 보여 준다. 아이들은 속으로 혼자서 몰래 숨죽여 울며 스스로에게, 부모에게, 그리고 교육제도와 세상의 가치관을 향해 화를 퍼붓는다. --- p.65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은 불처럼 뜨겁고, 그만큼 빨리 타오르며, 그만큼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자신의 불만족스럽고 심지어는 감추고픈 현실이 마치 변검 기술처럼 단숨에 바뀌길 소원한다. --- p.187
자식을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식탁을 차리고, 기도를 하며, 아이의 책상을 닦는 엄마! 일터에서는 온갖 서러움과 울분, 그리고 비굴함마저 삼켜야 하면서도 집 대문 앞에서는 애써 웃음을 짓고 들어서는 아비들의 가슴! 그들은 우리의 롤 모델과 멘토의 일 순위가 아닐까?
---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