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을 ‘오뚝이’나 ‘되튀어 오르는 공’에 비유한다. 게다가 사전을 보면 회복탄력성의 의미는 질병이나 불운,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에 쉽고 재빠르게 원상태로 돌아가는 탄력적인 능력과 짝지어져 있다. 독감에서 회복되거나 실직 후에 재취업에 성공하는 상황처럼, 탄력성에 초점을 맞춘 정의가 잘 들어맞는 상황은 무척 많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속적인 정의들은 헬렌과 같은 사람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그들 중 대다수는 재빨리 원상태로 회복하거나 되돌아가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에 영영 다른 사람이 된다. 어린 시절의 시련을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회복탄력성은 결코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자면, 사실 회복탄력성은 누군가에게는 있고, 누군가에게는 없는 탄력적인 특성이 아니라 우리 눈에는 보이지만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종의 현상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 p.20
뇌신경학자이자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프로이트는 자기가 돌보는 내담자들이 “주로 지난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에 고통 받고 있으며”, 그 기억은 공포, 불안, 수치, 심적 고통과 같이 견디기 어려운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프랑스에서는 선구적인 심리학자 피에르 자네(Pierre Janet)가 그러한 “격렬한 감정”은 내담자들의 “인생에서 성장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처음에 정서적 기억의 위력은 주로 여성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트라우마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1차,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남성도 곧 연구 대상에 포함되었다. …… 1945년 미국 정신과 의사 로이 그린커Roy Grinker와 존 스피겔John Spiegel은 이렇게 썼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글씨를 썼다가 지우면 예전 상태로 되돌아오는 칠판과는 다르다. 전쟁은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한 잔상을 남기고 인생의 여느 결정적 사건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 놓는다.” --- p.60-61
형제자매 간의 폭력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시기는 사춘기 이전이지만 가장 심각한 시기는 사춘기 이후다. 아이들 사이에서 공격 행위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시기는 10대 이전인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좌절감을 올바로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친구들과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서로 치고받던 아이들은 대개 자라면서 그런 행동을 멈추고, 형제자매 간의 폭력이 몸에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 간의 폭력 행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들 간의 공격 행위는 빈번하게 일어나 정서적으로 오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형제자매 사이의 폭력은 학교 내 집단 괴롭힘이나 불안증, 우울증,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폭력 행위가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지면 점점 더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는 경향을 인다. 그 무렵의 아이들은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지며 흉기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보통 형제자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관계여서 우리 인생에 가장 큰 영향(혹은 악영향)을 주는 사람일 수도 있다. 부모가 낭만적인 관계의 본보기라면, 형제자매는 사회적인 관계의 본보기다. --- pp.157-158
1973년에 원더우먼은 〈원조 원더우먼의 새로운 모험(The New Adventures of the Original Wonder Woman)〉이라는 제목으로 리부트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원더우먼은 평소에는 남을 도와주지 않는 다이애나 프린스라는 평범한 여성으로 위장하며 살았지만 예전의 초능력과 의상은 물론이고 아마존 혈통까지도 되찾는다. 원더우먼은 가장 최근 들어 2017년에 또다시 리부트되었고, 이번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서 칼을 휘두르는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여러 슈퍼노멀도 자신만의 리부트 판을 써 내려간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들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들의 삶 속에는 서막이 있고 생존과 성공을 위한 여정이 있다. 그들은 매일 자신만의 의상을 입고 가면을 쓰고, 자기 앞에 나타난 시련과 맞서 싸우기 위해 갖고 있는 능력을 총동원한다. 하지만 여러 슈퍼노멀들은 만화책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해마다 똑같은 시련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은 진이 빠지고 스스로에 게 되묻기 시작한다. “내 삶에도 변화가 생기는 날이 올까?” 이럴 때 슈퍼노멀에게 리부트는 인생의 서막을 자신의 의지대로 다시 시작해 원더우먼처럼 완전히 새롭게 살아가는 기회로 작용한다. --- pp.322-323
자기가 지금 우울증이나 불안증, 수면 장애, 기타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뇌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니 적절한 치료를 받자. 상담사를 찾아가거나 자주 찾아가는 의사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자. 고통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회복탄력성이 없거나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말고, 또 이따금씩 자기가 안티히어로 같다는 생각도 하지 말자.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에 기대고 있다면 약물 대신 사람에게 기대자. 사람이 더 좋은 해결책이다. 요가나 명상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이런 방법 말고도 더 있다. 독서, 팟캐스트 청취, 자전거 타기, 뜨개질, 달리기, 야외 활동, 영화 감상과 같이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활동에 몰두하며 고통스러운 생각이나 감정을 털어 내자. 정신적 거리 두기는 그 자체로 효과가 크다. 신체적 거리 두기 역시 효과가 좋다. 감정이 상한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개선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다. 상처를 준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관계 개선을 시도해 보자. 그런 시도가 오히려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뿐이라면 그건 그 사람에게서 멀어져도 좋다고 허락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에게 거듭 상처를 주는 친척이나 배우자나 직장 상사로부터 벗어나자.
--- pp.476-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