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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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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84g | 113*188*20mm
ISBN13 9788932035178
ISBN10 8932035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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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을 쓸 때 우에노역 개찰구에서 나를 배웅하던 리사의 모습이 생각났다. 리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실제의 리사를 빼닮은 모습이든 아니든, 나는 리사를 핍진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려면 언제나 리사에게 미안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리사에 대해 쓰려고 할 때, 그렇게밖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몹시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의 사촌 리사」중에서

언니는 이내 우산을 접어 들더니 비를 쫄딱 맞은 채 나에게 빗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지금도 그날을 추억하면 빗속을 뛰어가는 언니와 나의 모습은 손끝에 닿을 듯 생생하고,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울고 싶어진다. ---「시간의 궤적」중에서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했다는 말도 아니다. 나는 그를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10년간 그를 생각해왔다. ---「미신(迷信)」중에서

엄마는 떨고 있는 나를 내버려두고 택시를 향해 걸어갔다. 눈 밟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눈 속에서도 얼지 않던 엄마가 부스스 부스스 소리를 내며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택시가 출발했다. 뒷좌석에 앉은 엄마가 사이드미러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밝은 표정으로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손을 흔들기에 나도 마주 흔들었다.
---「사라지는 것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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