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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노동의 배신

리뷰 총점8.9 리뷰 26건 | 판매지수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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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510g | 147*220*30mm
ISBN13 9788960512184
ISBN10 8960512184

이 상품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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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추천사 - 무섭도록 예리하고 매혹적인 선동이다! (김선우)ㅤ
서문 - 나는 왜 저임금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나ㅤ

1장 가난하기에 돈이 더 든다ㅤ
서비스 업계에 넘쳐 나는 인류애 │프롤레타리아의 평온을 해치는 관리자들 │가난한 자들만의 절약법 따윈 없다 │쉬지 말고 리듬을 타라 │내 옥시토신의 수혜자 접시닦이 '조지' │호텔 청소부로 투잡을 뛰다 │명백한 실패

2장 모두가 우리를 무시한다ㅤ
모텔을 '집'으로 │구직 활동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천국은 요양원과 닮았다 │인간 진공청소기 │번식녀 계급과 청소부 계급 │통증이 지배하는 세계 │대리석 벽에서 흐르는 노동자들의 '피' │유니폼이 아니라 '죄수복' │식량 상자엔 사탕만 가득 │파업이다! │누구도 우리에게 고마워하지 않는다

3장 '동료'라는 이름의 노예ㅤ
인성 검사에 아부하기 │나의 원본 '캐럴라인' │약물 검사의 또 다른 기능 │당신은 정말 좋은 직장을 선택했다 │미국 최악의 모텔 │단순노동은 '단순'하지 않다 │나는야 월마트의 '서바이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우리들이 월마트를 월등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왜 떠나지 않는가 │반역의 씨를 뿌려라

4장 왜 악순환이 계속되는가ㅤ
취업은 B+ 생활은 F │임금은 너무 낮고 집세는 너무 높다 │당근과 채찍 │사라지는 빈민들 │그들은 주고 또 준다

후기 - 잠입 취재 그 후 10년, 상황은 더 나빠졌다ㅤ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최희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대학교 대학원 및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정치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케임브리지에 거주하면서 동시통역사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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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사이드에서 며칠 일하면서 나는 수유 호르몬인 옥시토신 주사를 한 방 맞은 것처럼 온몸이 서비스 정신으로 가득 찼다. 대부분의 고객은 힘든 노동을 하는 지역 주민들이었다. 트럭 운전사, 건설 현장 노동자, 심지어는 식당이 속해 있는 호텔에서 일하는 청소부들도 왔다. 지저분한 환경이 허락하는 한, 나는 그들에게 '고급스런' 식사에 가장 근접한 식사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손님에게는 '당신'이라고 하지 않고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선생님'과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아이스티와 커피를 계속 채워 주는 한편 손님들이 식사하는 도중에 다가가서 음식이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샐러드를 시키면 잘게 썬 생버섯이나 여름 호박 조각, 또는 냉장창고 안에서 곰팡이가 피지 않은 야채를 뭐든 찾아 예쁘게 썰어 위에 얹어 내갔다. -36쪽 1장 가난하기에 돈이 더 든다

"당신의 대리석 벽이 피를 흘리는 게 아닙니다. 저것은 전 세계의 노동자 계급, 즉 대리석을 캐 나른 노동자들, 당신이 아끼는 페르시아산 카페트를 눈이 멀 때까지 짠 사람들, 당신이 가을을 주제로 아름답게 꾸며 놓은 식탁 위의 사과를 수확한 사람들, 쇠못을 만들기 위해 강철을 제련한 사람들, 트럭을 운전한 사람들, 이 건물을 지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이 집을 청소하려고 허리를 굽히고 쪼그리고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흘리는 피입니다." ---「2장 모두가 우리를 무시한다」 중에서

예를 들어 똥에 대해 얘기해 보자. 청소부에게 똥은 피할 수 없는 일의 한 부분이다. 청소부가 되어 처음으로 똥 묻은 변기와 대면했을 때 나는 누군가와 원치 않는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어떤 통통한 엉덩이가 이 변기에 앉아 힘을 주었고 나는 여기서 그걸 치우고 있구나. ---「2장 모두가 우리를 무시한다」 중에서

6시가 지나 멜리사와 엘리가 퇴근하고 나면, 그리고 9시에 이사벨까지 퇴근하고 나면 그때부터 매장은 '내 것'이 되었다. 저리 비켜요, 샘. 여기는 이제 바브-마트(Barb-Mart)라고요. 카트를 끌고 매장 둘레를 시찰하다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떨어져 있는 상품을 보면 얼른 뛰어가서 줍고 모든 것을 보기 좋게 정리했다. 탁 치면서 제자리에 놓았다. 똑바로 걸려 있어, 차려 자세로. 아니면 선반에 정연하게 엎드려 있어. 이런 마음 상태가 되면 고객이 상품을 들추고 다니며 매장을 건드리는 게 보기 싫어졌다. 사실은 상품이 팔린다는 개념 자체가 싫었다. 원래의 집에서 뿌리가 뽑혀 상태가 어떤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옷장 안으로 내 옷이 빨려 들어간다는 게 정말 싫었다. 여성복 매장을 거대한 플라스틱 거품 안에 넣어 소매상점들에 관한 역사박물관 같은 어디 안전한 곳에 잘 보관했으면. ---「3장 '동료'라는 이름의 노예」 중에서

바로 그 순간에 나와 함께 휴게실에 있던 여성이 벌떡 일어나더니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텔레비전을 향해 주먹 쥔 팔을 흔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빠르게 두 검지를 아래로 향하는 손짓을 해 보였다. "여기! 우리들!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어요!"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달려와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당연하죠, 젠장!"이라고 말했다. 발이 너무 아파서 그랬는지 그녀가 '젠장'이라고 욕을 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내 휴식 시간을 훌쩍 넘기고 아마도 그녀의 휴식 시간도 지날 때까지 우리는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딸 얘기, 계속 장시간 근무를 하느라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한 번도 제대로 가져 본 적이 없다는 얘기, 그리고 아무리 일하고 벌어도 저축할 엄두도 못 내는데 이렇게 일만 하면 뭐 하느냐는 얘기…. 나는 지금도, 만약 월마트에서 조금만 더 일했더라면 그녀와 둘이서 뭔가를 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3장 '동료'라는 이름의 노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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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를 넘어선 생존기 "워킹 푸어로 일하고, 느끼고, 살아 보다"

긍정주의의 맨 얼굴을 속 시원히 파헤친 『긍정의 배신』의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워킹 푸어(working poor, 근로 빈곤층)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최저 임금을 받아서 과연 먹고살 수 있을까? 그들이 가난한 게 정말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일까? 『노동의 배신』은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저자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간 경험을 담았다.

저자의 목표는 단순했다. 일을 구하고 그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음식을 사고 잠자리를 구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 그러나 그 단순한 목표를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노동의 배신』에는 그 같은 고군분투를 통해, 살아 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워킹 푸어의 총체적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직 과정에서부터 감정과 존엄성을 말살하는 노동 환경, 영양은커녕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조차 섭취하지 못하는 식생활, 부자들이 집값을 올려놓은 탓에 싸구려 모텔과 트레일러 주택을 전전하며 점점 더 외곽으로 쫓겨나는 주거 실태, 가난하기에 돈이 더 많이 들고 그래서 더 일해야 하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쳇바퀴까지, 저임금 노동자들을 옥죄는 생활의 굴레를 저자 특유의 위트와 날카로운 분석으로 파헤친다.

'노동의 배신'이라는 한국어판 제목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노동에 '배신'당하는 워킹 푸어의 역설적인 현실을 의미한다. 원제인 'Nickel and Dimed' 역시 '야금야금 빼앗기다', '매우 적은 돈을 쓰다'라는 두 가지 뜻으로, 푼돈조차 아껴 쓸 수밖에 없으며 가난하기에 오히려 돈이 더 드는 워킹 푸어의 생활을 보여 주는 말이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이 세상을 움직인다" 생활 임금 운동에 불을 붙인 '현대의 고전'

저자가 저임금 체험을 할 당시, 미국은 성장은 지속되면서 물가는 안정된 이른바 '골디락스 경제'에 한껏 취해 있었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 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집값과 주가 상승 등 자산 거품이 빚어내는 '부의 효과'에 흥청거렸다. 사실 전례 없는 호황이라던 그때, 노동 인구의 30퍼센트가 생활이 가능한 수입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당 8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았고(1998년), 최저 임금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시간당 5.15달러에 멈춰 있었다. 다만 거품에 취해 있던 대다수의 미국인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깊어지는 풍요의 그늘'을 외면했을 뿐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에런라이크는 빈곤층의 열악한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그들이 결코 게으르거나 일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게 아님을, 그들의 빈곤이 중산층의 안락함의 토대임을 섬뜩할 만큼 몸으로 보여 주었기에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2001년 5월 초판이 나오자마자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11년 8월 '10주년 기념판'이 나올 때까지 10년 동안 미국에서만 150만 부 이상 팔렸다. 또 전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권위 있는 도서 상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북 프라이즈'(2002년), 천주교 단체가 '인간의 정신에 내재한 가장 고귀한 가치를 재확인시키는' 책을 선정해서 수여하는 '크리스토퍼 어워드'(2002년), 루즈벨트 재단의 '자유 메달'(2007년)도 받았다.

그러나 수많은 찬사와 수상 경력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 책이 현실을 바꾸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일대를 비롯한 600여 개 대학의 필독서로 선정됐고, 수많은 지역 모임에서는 책을 대량 구매해 시 의회 및 주 의회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책 내용을 토대로 다큐멘터리와 연극도 만들어졌다. 이 책은 생활 임금 운동의 큰 동력이 되었다. 그 결과 29개 주가 최저 임금을 인상했고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생활 임금을 지급하라는 법령이 통과됐다. 마침내 2007년 7월에는 연방 정부가 최저 임금을 인상하기에 이른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이다.

이렇게 악착같은 저널리스트가! 10년을 추적하는 치밀하고 치열한 현장 정신

사실 블루칼라 노동자 집안에서 자란 저자에게 빈곤은 언제든 가까이 할 수 있는, 그러나 다시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저임금 체험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도 계속 망설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을 중시하는 저널리스트답게, 또 관찰과 실험에 근거하는 과학자답게 결국 직접 '손을 더럽히러' 나선다. 저임금 체험은 3개 지역에서 각각 한 달 정도씩, 1998년 봄부터 2000년 초여름에 이르기까지 3?에 걸쳐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저자는 과학도로서 치밀하고 ?학적인 사전 준비를 한다. 우선 기본적인 원칙을 정한다. 기존 직업에 의존해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다, 임금을 제일 많이 주는 일을 한다, 제일 임대료가 싼 방을 구한다, 가급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비상시를 대비해 자동차를 사용하고 노숙이나 굶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덧붙인다.

실험 장소를 고를 때는 노동 시장 및 주택 시장을 고려했다. 첫 체험지로 고른 플로리다의 키웨스트는 익숙하고 자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이라 골랐다. 두 번째 체험지 메인 주의 포틀랜드는 백인이 우세한 지역으로서 백인이라는 자신의 인종적인 장점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체험지인 미니애폴리스의 트윈시티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복지 혜택이 관대한 편이며 노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는 집세가 너무 높아서, 아주 시골 지역은 일자리가 적을 것 같아 애초부터 제외했다. 저자의 기자 정신은 체험이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진다. 10년이 지난 2011년에는 다시 동료들의 근황을 추적해 2008년 금융 위기가 빈곤층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들려준다.

워킹 푸어로 일하다 "생각하지 말고 계속 움직여라"

저자가 처음 맞닥뜨린 저임금 일은 식당 웨이트리스였다. 일을 더 잘하고 싶고 손님들을 잘 돌보고 싶다는 고차원적인 '아가페', 혹은 서비스 윤리는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에 지쳐 어느새 사라진다. 손님들이 적으로 보이는 웨이트리스 일에 필요한 것은 '생각하지 말고 계속 움직이는 것'이니까. 게다가 컴퓨터 터치스크린으로 하는 주문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고 끊임없이 쓸고, 닦고, 썰고, 붓고, 채우는 '잡일'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체험한 청소 용역 회사의 파견 청소부는 강도 높은 육체노동이 반복되는 일이다. 집 안 곳곳의 먼지를 털고 거대한 진공청소기를 등에 진 채 청소하고 무릎을 꿇어 바닥을 닦고 똥 묻은 변기와 욕조의 체모까지 치워야 한다. 온몸은 땀투성이가 되고 곳곳이 아프기 마련. 부상을 당하는 일도 다반사지만 치료는커녕 마음 편히 쉬기도 어렵다. 가려움증 때문에 나병 환자 같은 몰골이 된 저자에게 사장은 '아무 문제없다'며 일하러 가라고 떠민다. 값싼 진통제나 담배, 술 한 잔에 의존하거나 대부분은
그냥 참는 것으로 버틴다.

마지막으로 체험한 월마트 매장 일은 '단순노동'. 저자는 숙녀복 매장에 배치돼 손님들이 어질러 놓고 간 옷을 정리하고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귀가 안 들리고 말을 못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이 할 수 있고, 자폐증이 있으면 오히려 더 유리할 것 같은 그런 일이다. 그러나 해도 해도 끝이 없을 만큼 양이 많다. 게다가 3일마다 한 번씩 매장 배치가 바뀌는 탓에 그때마다 자리 배치를 다시 외워야 한다. 저자는 근무 시간 초반에 친절한 '지킬 박사'였다가도 끊임없이 옷가지를 헤쳐 놓는 손님들에 지쳐 이내 '하이드'로 폭발하고 만다.

워킹 푸어로 느끼다 "감정, 생각, 존엄성마저 빈곤해진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다. 특히 지배인, 매니저 등 관리자들의 비인간적인 관리 방식이 노동자들을 가장 괴롭힌다. 이를테면 웨이트리스들은 마치 중학생처럼 식당 한쪽에 서서 지배인에게 야단을 맞고, 평소에는 한시도 쉬지 못하게 감시를 받는다. 청소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니폼 자체가 이미 '죄수복'이다. 노란색과 녹색의 요란스런 색깔로 어디서든 존재를 노출시킨다. 집주인들은 청소부들을 늘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 귀중품 옆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카펫 밑에는 먼지 덩어리가 숨겨져 있다.

무엇보다 다른 저임금 노동자들에게조차 따돌림당하는 현실은 가슴 아프다. 워킹 푸어의 세계에서는 청소부가 최하층에 자리한 '불가촉천민'인 셈이다. 그러니 자신들을 '착취'하는 사장의 인정에 과도하게 매달리게 된다. 아무리 깨끗이 청소해도 누구 하나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심지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면? 사장의 인정이 내 존재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거대 기업인 월마트 역시 다를 바 없다. 입사할 때는 하루 종일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동료'라는 말로 다독이고, '우리들이 월마트를 월등하게 만든다'고 추켜세우지만, 그것 역시 직원들을 '길들이는' 과정일 뿐이다.

워킹 푸어로 살다 "가난하기에 돈이 더 든다"

처음 저임금 체험에 뛰어들었을 때, 저자는 복지 개혁론자들이 주장하듯 최저 임금을 받는 일자리로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겐 '특별한 절약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었다. 오히려 가난하기에 돈이 더 드는 상황에 수시로 맞닥뜨렸다. 아파트를 구할 때 필요한 한 달치 집세와 한 달 집세에 상응하는 보증금이 없으면 일주일 단위로 방을 빌리면서 엄청난 방세? 내야 한다. 조리 기구가 없는 집에서 살아야 한다면 콩 스튜 같은 걸 미리 요리해 놓고 냉동시켜 먹을 수는 없다. 주로 웬디스나 맥도날드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거나 편의점에서 즉석 식품을 사 먹어야 한다. 의료보험에 들 형편이 안 되니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없고, 처방전이 필요한 약도 살 수 없고, 결국에는 약을 구하지 못해 일을 오래 쉬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절절한 분노와 호소 "우리의 안락한 일상은 그들의 희생 덕분"

2000년, 보스턴에 있는 고용 문제 연구소 '미래의 직업(Jobs for the Future)'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94퍼센트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가족을 빈곤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 만큼 임금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풀타임으로, 때로는 두 가지 일을 해도 더 가난해지고 빚만 늘어 가는 워킹 푸어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에는 미국의 노동 인구 중 7.2퍼센트인 1050만 명이 워킹 푸어로 집계돼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미 2008년에 전체 노동 인구의 11.6퍼센트인 270만 명이 워킹 푸어로 조사됐고, 최근에는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빈곤층이 더욱 늘어나는 데 따라 그들을 백안시하는 문화도 더 심해지고 있다. 이제 가난은 거의 범죄가 되었다. 법조차 빈민을 차별한다. 콜로라도 주 그랜드정션의 시 의회는 구걸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고, 애리조나 주의 템페에서는 2011년 6월 말에 나흘 동안 극빈자를 단속했다. 또 가난한 사람이 무단 횡단을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가벼운 범법 행위만 해도 필요 이상으로 단속하는 추세다.

일을 해도, 아니 일을 할수록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극심한 불평등을 단지 1퍼센트의 탐욕 때문이라고 간단히 결론짓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속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도끼를 내리친다. 우리의 안락함이 바로 이들의 희생 위에 지어진 것이라고. 에런라이크는 우리의 특권과 그들의 고통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끄집어내고 '이 사태에 당신은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독자에게 인식의 확장은 물론 행동의 변화를 요구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수치심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절절히 호소한다. 수백만 워킹 푸어가 겪는 빈곤을 '응급 상황'으로 받아들여 이를 개선하자고 외친다. 임금을 올리고,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그들이 조직을 결성해 더 나은 임금과 노동환경을 얻어내도록 하자고 말한다. 무엇보다 넘어져 있는 그들을 발로 차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원칙이라도 필요하다는 호소에는 평소 누구보다 앞장서 사회 운동을 활발히 펼쳐 온 에런라이크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미디어 추천사

양심을 일깨우고 행동을 불러일으키고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시카고 트리뷴」

중산층의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야 하는 중요한 책. ―「미즈」

에런라이크는 자본주의의 이면을 파헤치는 최고의 글쟁이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작지만 폭발적인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친구, 친지들과 돌려 읽어라. -「뉴욕 타임스」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마이클 해링턴의 『또 다른 미국(The Other America)』처럼 가난을 주제로 쓴 고전의 반열에 새롭게 들어섰다. ―「포트로더데일 선 센티널」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르포르타주이면서 르포르타주 이상이고, 사회 분석서이면서 사회 분석서 이상이고, 소설은 아닌데 소설처럼 흥미롭다. 무섭도록 예리하고 매혹적인 선동이다.
김선우 (시인)
분노와 자기반성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보기 드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든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첼 드니에 (『Sidewalk』 저자)
부자와 빈자, 시중을 받는 사람과 시중을 드는 사람, 집이 있는 사람과 노숙자를 분리하는 자기 부정과 사리사욕, 자기 방어의 장벽을 훌륭하게 없앤다
나오미 클라인 (『노 로고』 저자)

회원리뷰 (26건) 리뷰 총점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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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이유 『노동의 배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청* | 2012.08.15 | 추천14 | 댓글18 리뷰제목
역사를 보면 유장하게 지속되는 삶의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중심에 사람이 있다.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원초적인 사실조차도 잊게 하는 것 같다.사람이 중심이 아닌 물질이 중심이 되어 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한 대선후보가 최저임금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리뷰제목

역사를 보면 유장하게 지속되는 삶의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중심에 사람이 있다.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원초적인 사실조차도 잊게 하는 것 같다.사람이 중심이 아닌 물질이 중심이 되어 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한 대선후보가 최저임금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정치인들의 생활상과 빈곤층사이의 생활의 갭을 잘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만 보아도 자본주의 사회이자 시장만능주의 사회에서 워킹 푸어로 살아간다는 것은 힘겨운 삶인 것만은 확실하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은 기자인 저자가 이런 빈민층들의 실제적인 삶으로 뛰어들어 최저 임금만을 가지고 생활이 가능할까? 라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직접 저임금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어 식당 웨이트리스,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판매 직원 등으로 위장 취업하여 노동의 실태를 보고하는 일종의 워킹 푸어(근로 빈곤층) 생존 프로젝트이다.

 

전국노숙자연합은 시간당 8달러 89센트는 받아야 미국에서 평균적으로 침실이 하나 딸린 아파트에 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워킹 푸어의 시간당 임금은 6~7달러. 경제정책연구소에서 1998년 발표에서는 노동인구의 거의 30퍼센트가 시간당 8달러 이하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이 에런라이크에게 실험정신을 자극하게 했다. 에런라이크는 이들이  8달러 이하를 받으면서도 생활이 가능한 것을 보며 그들에게 나름의 생존비법이 있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런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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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만 아는 절약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서 저임금 노동자 생활을 시작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시간당 2.43달러에 팁을 더한 금액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에런라이크는 식당을 맨손으로 나와야 했다.

 

 가난하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수두룩했다. 아파트를 구할 때 지불해야 하는 집세와 보증금이 없으니 일주일 단위로 방을 빌리면서 엄청난 방세를 내야 한다.

의료보험에 들 형편이 안 되니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없고,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도 구할 수 없고 그러다 결국에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저자는 워킹 푸어의 생활과 더불어 수입과 집세를 맞추는 것이 가능한지를 실험하지만,

 

 딸린 가족이 없는 홀몸에 , 건강하고, 차까지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해도

먹고 살기가 아주 힘겨울 정도로 빠듯하다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임금은 너무 낮고 집세는 너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저자 에런라이크는 생물학박사이자,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이다. 그녀에게는 노후를 편히 보낼 수 있는 연금과 의료보험도 있고, 청결한 아파트가 있다중산층였던 그녀가  빈곤층의 생활을 겪어보는 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세상에 아무리 보잘것없는 직업이라도 아무 기술도 필요 없는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자신의 학식이 자신이 일을 배우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자신이 겪은 여섯 가지의 노동에서 배운 업무중에서 손쉽게 익힌 업무는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 전반에서 성취한 업적과는 상관없이 저임금 노동의 세계에서 그저 저자는 지극히도 평균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의 노동보다 더 값진 깨달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괴테가 삶의 진리는 체험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듯이 삶은 몸으로 직접 부딪쳐 얻게 되는  체험에서 깨달음이 온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백 날 공부해봤자, 삶이 주는 위대한 깨달음은 책상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진리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저자 에런라이크의 워킹푸어 생존기는 많은 울림을 전해온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는 그래도 경제 호황기였다. 경제호황기에서도 워킹 푸어의 삶은 빈곤 그 자체였으니,  지금은 아마도 더 심각하면 심각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워킹 푸어의 생활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최근 최저 임금의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임금이 사실상 깎여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결국 그대로 이거나 빚에 허덕여 살 수 밖에 없다. 반면 기업은 원자재가가 조금만 올라도 물건 값을 대폭 올리기 때문에 소비자인 노동자들은 그 돈을 다시 기업들에게 이자까지 쳐서 상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 가장 명백한 이유는 고용주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금 상승을 막기 때문이다. 274

 

정치적 분위기도 빈곤과 가난한 사람들에 관해 침묵을 지키자는 암묵적 합의라도 맺은 듯하다. 291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워킹 푸어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느껴 마땅한 감정은 수치심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정당한 임금을 못 받으며 수고한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모방송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임금착취 당하는 현장을 고발한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고 집에 와서 겨우 밥 한 끼 먹는데 한 끼 밥상이 밥과 김치도 아닌 김칫국물이 전부인 밥상이다.  

 

저자 에런라이크는  누군가가 배를 곯는 덕에 우리는 더 싸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고, 먹고 살기에 형편없이 모자란 임금을 받는 그 누군가가 있기에 우리의 삶이 편안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한다.  비록 최저임금을 몰랐더라도 당신이 누리고 있는 부는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란 사실 정도는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이 책으로 인해 미국은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하였다. 지금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워킹 푸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예일대를 비롯한 600여개 대학의 필독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워킹 푸어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호와 안전장치가 시급하다고 보아야 한다. 가난을 범죄로 내모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노동의 배신』은  자본주의 이면을 몸소 체험으로서 보여주는 최고의 프로젝트이다. 

 

 

정부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나 길에 나앉은 극빈자들을 제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을 중단하자. 어쩌면 오늘날 수많은 미국인이 생각하듯이, 빈곤을 줄이는 공공 프로그램을 집행할 예산을 확보하기가 정말로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정해서 사람들이 넘어졌을 때 그들을 발로 차지는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311)

 



1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4 댓글 18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우울한 워킹 푸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리**이 | 2012.06.09 | 추천13 | 댓글2 리뷰제목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우울한 워킹 푸어     지난 달 나는 부산으로 가는 6시 46분발 KTX를 타려고 광명역에 있었다. 출발까지는 아직 30여 분이 남아 역내에 있는 뚜레쥬르 빵집 을 들어가 샌드위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했다. 선남선녀라 부를만한 젊은 청춘들이 카키색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보기 좋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저들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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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우울한 워킹 푸어

 

 

지난 달 나는 부산으로 가는 6시 46분발 KTX를 타려고 광명역에 있었다. 출발까지는 아직 30여 분이 남아 역내에 있는 뚜레쥬르 빵집

을 들어가 샌드위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했다. 선남선녀라 부를만한 젊은 청춘들이 카키색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보기 좋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저들은 대체 몇 시에 출근한 걸까’ 궁금해졌다. 나아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들은 무엇을 타고 출근했는지,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근무를 한다면 도대체 시급은 얼마일지도 궁금했다. 묻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밝게 웃는 미소로 일하는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큼 난 뻔뻔하지 않아서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봤다. 2012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4,580원이다. 주 40시간을 일하면 겨우 월 95만 7,220원을 벌 수 있다는 소리다. 우리나라의 사람값은 헐값이다. 한 시간 일하면 3,700원짜리 맥도널드 빅맥버거 1.2개 밖에 못 사먹는다(다른 나라 애들은 좋겠다. 일본은 2.4개, 호주는 3.5개나 먹을 수 있단다).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처럼 취업난과 고용불안을 반영하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대신 삼포세대(직장이 없어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청년층), 거마대학생(등록금을 벌기 위해 서울의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다단계업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학생들), 청년실신(청년 대다수가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 스펙리셋족(취직을 위해 편입학 등을 거듭하며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려는 사람),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행인(행정 인턴),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상태인 대학졸업생들),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생각을 해야 한다) 등 청년 실업난을 빗댄 신조어들이 끝없이 생겨나고 있다(선대인씨, '문제는 경제다'에서 이 신조어들을 잘 정리해줘서 고맙소).

 

어렵사리 일을 구한다 해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값이 헐값인지라 죽어라고 일을 해도 민생고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저축을 하기 빠듯할 정도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근로빈곤층을 우리는 워킹 푸어working poor라 부른다. 2012년 4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人 은 직장인 1406명을 대상으로 ‘빚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현재 빚(평균 3,831만원)이 있고, 자신이 워킹 푸어라고 대답했다. 문제는 의미대로 따져보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너나할 것 없이 워킹 푸어라는 것이다.

 

지난 해 책<긍정의 배신>(부키)을 써서 근거 없는 긍정주의를 실랄하게 비판했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버라 애런라이크가 이번에는 <노동의 배신>(부키)을 통해 빈곤에서 허덕이는 미국 워킹 푸어의 현실을 고발했다. IT붐이 한창이던 2000년 어느 날 바버라는 ‘시간당 6, 7 달러 하는 최저임금으로 온전한 생활이 가능할까? 통념처럼 가난은 게으름과 무능의 소치일까?’하는 의문을 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실로 뛰어들어 체험 취재를 했다. 그리고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청소부, 월마트 직원 등 워킹 푸어로 일한 3년간의 체험을 녹여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전형적인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영국의 TV 프로그램 ‘언더커버 보스’를 닮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매주 일주일간 자기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입사한 CEO가 현장직에 있는 고충과 애환을 느끼고, 회사에 필요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스토리인데,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CEO가 실제로 이러한 경험으로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나중에 복귀한 후 회사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직원들의 니즈가 충족되면서 작은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동의 배신>의 결말은 그 반대다. 저자는 체험을 통해 끝없이 높아져가는 물가와 집값(임대료) 때문에 시간당 5달러 남짓의 최저임금만으로는 먹고 잠자는 최소한의 생활조차 힘들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아울러 ‘가난은 게으름과 무능의 소치‘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 한 번 빈곤의 늪에 빠지면 좀처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부가 되물림 되듯 빈곤 역시 되물림 된다는 맥 빠지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떠한 에피소드들이 있었고, 얼마를 받았는지 하는 다소 뻔한 정보들은 궁금하지 않았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최저임금노동자로서 그녀가 일하는 고충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일들이기 때문이다(전혀 짐작이 안 간다면, 당신은 복받은 사람이다). 나도 대학시절 방학 때면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교에 근로 장학생을 신청해서 학생회관 식당에서 그릇을 닦거나, 학교 앞 지하철 공사 복공판 위에서 막노동을 했었다. 주말 새벽에 청과물시장에 가서 트럭에 과일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20년 전만 해도 두 달 정도 열심히 일하면 등록금 정도는 마련되는 시절이었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위장취업을 한 후 매일 만나는 자괴감에 주목했다. 워킹 푸어의 핵심이자 가장 우려되는 점이 아무리 일을 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낳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 해결책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갖는 것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 즉 고용 안정성 및 근로 조건 등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일텐데, 언감생심. 최저임금일망정 공정하게 받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워킹 푸어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이 등장한 때문이다. 실업자와 근로자 사에 비정규직이라는 어중간한 일자리 개념이 생겨나면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동했거나, 구직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고, 한번 비정규직에 속하면 정규직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근로조건은 끊임없이 열악해지고 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면서도 어쩔수없이 비정규직을 택하다보니, 인생조차 비정규직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워킹 푸어가 비정규직으로 들린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워킹 푸어는 엄연히 이 땅에서 같은 공기를 나눠 마시는 사람들, 우리의 형제이자 이웃이다.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워킹 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스스로 수치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느껴 마땅한 감정은 수치심이다. 다른 사람들이 정당한 임금을 못 받으며 수고한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여자가 배를 곯는 덕분에 당신이 더 싸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여자가 먹고살기에도 형편없이 모자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면 그 여자는 당신을 위해 지대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동의에 의해 ‘워킹 푸어‘라고 불리는 그들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박애주의자들이다.”

 

갓 뽑아진 커피를 받던 배부른 아저씨 손님이 잘못해 커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알바생인 듯한 청년은 순간 당황해 하는 손님에게 예의 함지박한 미소를 띠고 “죄송합니다, 손님. 얼른 다시 뽑아드리겠습니다.” 하며 고개를 숙였다. 배부른 아저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온전한 커피를 가져갔고, 알바 청년은 커피를 빨리 닦아내지 않으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듯 대걸레를 들고 부지런히 젖은 바닥을 닦아내고 있었다.

 

나는 정장 양복을 입어도, 의사 가운을 입어도, 법관 옷을 입어도 어울릴 것 같은 저 믿음직한 청년이 대걸레질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다시 궁금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묻지 못했다. 웃는 미소 뒤에 숨은 그의 속마음을 충분히 미루어짐작할 것 같아서였다. 왜 모르겠는가, 나도 지금 워킹 푸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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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가난이 죄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파***거 | 2012.08.27 | 추천9 | 댓글14 리뷰제목
지난 주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만든 햇살론 같은 저소득층 대상 대출 상품이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각 지점을 통한 최초대출자 13명의 대출금 상환 결과를 알아보는 기사였다.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대출자들은 사금융과 대비해서 훨씬 적은 이자율을 적용받았으니 지금쯤은 어느 정도 빚을 갚고 개인적으로도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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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만든 햇살론 같은 저소득층 대상 대출 상품이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각 지점을 통한 최초대출자 13명의 대출금 상환 결과를 알아보는 기사였다.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대출자들은 사금융과 대비해서 훨씬 적은 이자율을 적용받았으니 지금쯤은 어느 정도 빚을 갚고 개인적으로도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쪽으로 나아갔어야했다. 그러나 취재결과는 그 반대였다. 최초 대출자 13명은 빚이 줄어들기는커녕 이자연체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오히려 빚이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의 사연을 살펴보니 실직과 일거리 감소로 인해 줄어든 수입부족 등이 대부분의 이유를 차지하고 있었다. 즉 빚을 갚고 싶어도 사회적인 경기 불황으로 수입창출이 어려워져 생활은 더 어려워진 것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 속설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저마다 서민경제를 먼저 살피겠다는 공약이 만발한데도 가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나태하기 때문에 점점 더 가난의 덫에 갇혀버리는 걸까? 정부의 말대로 최저 시급으로 과연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생물학박사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로 자신이 직접 저소득층이 되어 그들의 생활을 살펴보고자 그 현장에 뛰어들었다.


저자는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상위 20%에 속하는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 하위 20%의 모습으로 생활하기 위해 여러 직업을 옮겨가면서 자신의 실험을 계속했는데 그가 참여한 직업은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이었다. 이 체험을 할 동안 미국은 호황기였다고 하는데 그런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호구를 위해 온전히 자신의 힘을 다써버린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집세였다. 자신이 집을 가지고 있다면 저자가 체험한 저소득층의 급여로 잘 살지는 못해도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 듯 보였다. 그러나 매일8시간 정도 일해서 한 달 동안 벌 수 있는 1,200~ 1400달러 정도의 돈으로 500~600달러의 집세를 내야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집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간신히 끼니를 해결하고 나면 여러 가지 세금이나 사회적 비용이 드는데 여기에 다른 가족을 부양해야 되는 입장이라도 되면 매달 적자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가 보는 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투잡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몸은 쉽게 망가지고 망가진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환경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은 망가지기 직전까지 일을 하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면 극빈층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플 때마다 커다란 고민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의료보험제도를 가진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세계1국이라는 미국의 저소득층을 괴롭히는 것은 집세 다음으로 병원비인 듯했다.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민간에서 운영한다는 사실은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전반의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하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비싼 병원비로 인해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적절한 약을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보인다.


집세와 병원비 다음으로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관리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었다. 이런 직업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관리자들에게 가방을 검사당할 수도 있으며 원한다면 언제나 약물검사에 응해야하고, 미래의 절도범 취급을 받아야했고, 사용자의 말 한마디에 해고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었다. 인간이면 기본적으로 받아야하는 권리조차 누릴 수 없으면서 부당한 대접에 대해 제대로 표현조차 할 수없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가난하기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이 죄, 그 자체였다.


가난은 악순환의 고리를 물고 있다. 이 고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만큼 가난의 고리는 질기고 단단하다. 가난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비난을 보내고 있다. 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가. 남들만큼 다 쓰고 언제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게을러서, 아무 생각이 없어서 혹은 사회부적응자라고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가난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잔인한 매듭으로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온한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사소한 불행(생각지도 못한 지출)은 너무나 쉽게 가난의 늪으로 사람들을 던져버린다.


 이 책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저소득층의 노동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한 다는 것을 고발하고 더 나은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사회는 이 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자신들의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아직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한 가난해도 죄고, 그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도 죄다. 가난에 대해서는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함께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우리 집의 지출에 대해 돋보기를 들이대야겠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14

한줄평 (2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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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열심히 노동한다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게 아닙니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골드 t*****k | 2020.04.09
평점5점
한번쯤 읽어봐야한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v******1 | 2018.06.03
평점5점
이 책 추천합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닉*임 |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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