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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돼지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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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16g | 138*206*20mm
ISBN13 9788971849514
ISBN10 8971849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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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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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돼지 마을, 시끌벅적 돼지 칠 남매
돼지들이 모여 사는 마을, ‘다탕’이라는 곳이 있다. 마치 돼지들의 자치구 같은 곳이다. 이 마을은 사람 사는 도시에서 본뜬 건물과 병원, 학교 등을 세우고 길을 닦아 점점 크고 번화해 간다. 나와 다섯 형, 여동생 하나는 인간에 의한 도살 위험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났다. 이제는 사람을 초빙해 돼지 학교 선생님을 맡기는 세상이다. 위험한 인간들에 대한 기억은 할머니 세대에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명랑한 칠 남매는 식탐을 부리고, 서로 다투며 행복한 여름을 보낸다.

할머니는 맨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옷을 하도 여러 겹 겹쳐 입어서 우스꽝스러운 나비처럼 보였다. 할머니는 어렸을 적부터 울긋불긋한 옷을 좋아했다. 하지만 다탕으로 오기 전에는 사람들 눈에 띌까 봐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에는 돼지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몹시 두려워해서, 누군가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해도 그길로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단다.
……
나는 우리가 사는 다탕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큰 도로 양쪽으로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길에는 잘생긴 돼지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주둥이가 나보다 더 길었고, 두 눈의 쌍꺼풀도 더 선명했으며, 눈빛도 더 강렬했다. 순간, 주눅이 들었다.

“나와 셋째 형 사이에 끼어들지 마.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넌 언제나 내 일에 끼어들어 망치는 녀석이야! 넌 내가 하는 일마다 왜 그렇게 못마땅한 거야?”
“넷째 형 일을 망치자는 게 아니라 셋째 형이 속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때 넷째 형이 다섯째 형의 침대로 펄쩍 뛰어 올라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이전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데다 새로운 원망까지 실려 있는 주먹질이었다. 그 주먹에 된통 맞으니 정말로 아팠다.

돼지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
다탕의 개천에 널린 검은 진흙이 피부 미용과 더위를 쫓는데 좋다고 소문이 나자 많은 사람들이 다탕으로 여행을 온다. 이들이 돼지 마을에 머물기 위해서는 ‘육식 금지’와 ‘소금 납부’를 지켜야만 한다. 그러나 좋은 여행지로 소문이 나자 점점 더 많은 외지인들이 방문한다. 그러면서 어린 돼지들도 사람의 본성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가는데……

“완양 선생님은 어째서 아들이 고기에 관심 있다고 하신 거야?”
나는 내 엉덩이를 탁탁 치고는 동생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우리가 바로 고기잖아.”
여동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럼 완양 선생님 아들은 우리 살에 관심이 있는 거야?”
다섯째 형이 말했다.
“그래.”
다섯째 형은 옆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여동생이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한마디 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람마다 다 다르지.”

사라진 돼지들은 어디로 갔을까?
외지인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조금씩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비싼 가격을 부르는 사람들에 의해 돼지 마을 수공예품이 동이 나고, 심지어는 평생 먹을 콩죽을 주겠다는 사람을 따라 나서는 돼지들이 생겨난다. 이 와중에 넷째 형이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가출을 하고, 돼지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둘째 형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앓아눕는다.

“돼지들이 왜 사람들을 따라가는 거예요? 콩죽과 소금 때문인가요? 넷째 형도 사람들을 몰래 따라갔잖아요. 이러다 다탕이 텅 비어 버리겠어요. 이런 식으로 가다간 다탕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어요!”
나도 모르게 흥분이 돼서 온몸이 바르르 떨렸다. 아빠는 차마 내 눈을 볼 수 없었는지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비통한 말이 아빠의 가슴속에서 흘러나왔다.
“왜냐고 물었지? 그건 우리 돼지들이 덜떨어진 데다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구나.”

“다탕에서 돼지들이 자꾸 실종되고 있어요. 완양 선생님이 다탕 시청에 보고서를 하나 제출했는데, 거기에 따르면 다탕에 들어온 외지 사람들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돼지들을 다탕 밖으로 유인하여 도살하고 있다는 거예요.”
아빠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이 참혹한 일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나는 아빠의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196쪽에서

형을 찾아 인간의 도시로 떠나다
가출한 넷째를 찾아 나선 큰형, 병으로 세상을 떠난 둘째 형과 가족의 붕괴를 참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할머니에 이어 다섯째 형이 사람에게 납치당하기에 이른다. 여섯째인 ‘나’는 계속되는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한 열정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고, 차별과 무시를 일삼는 인간들의 도시로 잃어버린 형을 찾아 떠난다.

“저리로 가!”
나는 고개를 들고 다른 쪽 문 위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짐승 출입구

나는 경찰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왜 저 문으로 가야 해요?”
경찰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내 몸을 훑었다.
“넌 짐승이잖아? 잘 들어! 코끼리, 호랑이, 곰 등은 모두 저 문을 이용해야 해. 돼지 주제에!”
나는 다탕을 떠난 뒤로 수도 없이 무시를 당했다. 하도 여러 번이어서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물론 헤아릴 필요도 없었다. 다만 우지성에서 다섯째 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계속되는 행복한 나날
‘나’는 우여곡절 끝에 애완동물로 살아가던 다섯째 형을 구출해 내,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그 사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에 충격을 받은 아빠가 쓰러졌지만, 다시 만난 자식들을 보며 기운을 차린다. 이 때, 큰형이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도살장까지 끌려갔던 넷째 형마저 찾아 돌아온다. 달이 지면 해가 뜨는 것처럼, 불행이 지나가면 행복한 삶이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엄마가 아빠를 부축해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아빠가 너에게 두 손을 모아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것 같구나. 자기가 할 일을 아들에게 미루었다고, 힘든 일을 아들이 해 냈다고 말이야.”
“아녜요, 아빠! 그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는걸요! 아빠, 이러지 마세요.”
큰형이 하나 남은 팔로 아빠의 어깨를 끌어안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왼손을 뻗어 아빠의 오른쪽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그날 이후, 아빠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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