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12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62g | 140*210*22mm |
ISBN13 | 9788962623154 |
ISBN10 | 8962623153 |
발행일 | 2019년 12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62g | 140*210*22mm |
ISBN13 | 9788962623154 |
ISBN10 | 8962623153 |
프롤로그 1. 연결 - 변화의 순간을 발견하는 일 [문턱값] 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때맞음] 과학에도 때가 있다 [상전이] 시민 저항운동, 비폭력이 이기는 순간 [링크] 귀가 얇은 지도자를 선택하면 생기는 좋은 일 [누적확률분포] 부의 치우침을 줄일 수 있을까 - 춤추며 생각 바꾸기, 얼마든지 가능한 일 - 연결될수록 우리는 강해진다 2. 관계 - 우정의 측정 가능성에 관하여 [벡터] 과학적으로 절친 찾는 법 [허브] 우정의 개수를 측정하는 방법 [커뮤니티] 국회의원, 누가누가 친할까 [팃포탯] 국회의원도 게임을 한다 [창발] 개미들에게 배운다 - 길들여야 할 것은 여우만이 아니다 - 우리 모두는 공기 안에서 살아간다 3. 시선 - 무엇으로 전체를 읽을 것인가 [프랙탈]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는 나무가 산다 [암흑물질] 광장의 촛불,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카토그램] 정확히 알려면 다르게 읽어야 한다 [중력파]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 [인공지능] 지성이 만든 지성에 관하여 - 한국에서 기쁜 일, 스웨덴에서 슬픈 일 - 가짜 과학을 구별해내는 방법 4. 흐름 - 복잡한 지구를 재미있게 관찰하는 법 [버스트] 잠잠과 후다닥 [푸아송분포] 고만고만과 다이내믹 [마구걷기] 사라진 만취자를 찾는 과학적 방법 [지수함수] 흥행의 이유, 유행의 법칙 - 과학책 vs. 소설책, 베스트셀러 수명의 비밀 - 이름이 달라야 서로를 구분한다 5. 미래 - 시간은 우리 앞에 어떻게 존재할까 [F=ma]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비선형] 미래로 가는 길은 울퉁불퉁하다 [시간]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가능성 - 우리의 인생은 빛살이다 - 우연은 어디에나 있다 부록. 복잡계 물리학자 김범준의 복잡한 세상을 향한 명쾌한 직언 - 아름다운 물리학에 관하여 - 노벨상을 안 받으려면 - 우리의 바깥에 관하여 참고문헌 감사의 글 |
나는 경제와 과학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경제와 과학인데 그것을 모르면 되나 싶은 생각에 선택한 '관계의 과학'은 나의 무지를 한꺼풀 벗겨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다. 이 책의 부제는 통계물리학자 김범준의 '복잡한 지구를 재미있게 관찰한 법'이다.
물리학은 우리 생활 모든 것과 관련이 있는데 난 우주와 관련된 천체 물리학에 한정시키고 나와는 먼 이야기로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세상의 일들이 통계물리학자의 눈으로 해석되어 나오니 인문학자 못지 않은 통찰이 느껴진다. 아 이런것도 물리학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니 놀랍다는 생각!
내가 그동안 세상을 너무 편협하게만 바라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 반성,
논문을 인용하고 여러가지 모형을 통한 결과 또는 가설을 통해 사회의 발전를 위한 조언을 한다. 좋은 내용이 많아 다 옮겨 적고 싶지만, 책으로 확인하시라!!
B는 구정권을 옹호하는 사람들로, Ac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저항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다. B의 의견이 대부분인 상태에서 출발한 가상 사회가 최종적으로 모두 A의 의견을 갖는 상황으로 수렴하려면 Ac는 도대체 몇% 이상이 되어야 할까? 모형의 해석적인 결과에 따르면 Ac가 13.4%가 되기 전에는 B가 다수지만 13.4%를 넘는 순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결국 B의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태로 수렴하게 된다. 이를 통계물리학에서는 '상전이'(phase transition)라고 부른다. ... 즉 딱 13.4%의 사람이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면 사회 전체를 변하게 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부의 불평등은 농작물과 가축으로 대표되는 농업혁명과 함께 유라시아 구대륙에서 탄생했다.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는 1만년이 넘었다는 뜻이다. 이런 연구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역사상 단 한번도 없어지지 않았으니, 줄이는 노력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사람들이다. 이건 마치, 모든 물체가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지니, 모든 사람은 중력을 거스르려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닮았다. 중력을 알아야 중력을 극복해 달에 갈 수 있듯이, 경제적 불평등의 이해는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의 출발점이다.
....부의 편중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다. 간단한 모형으로 얻은 결과를 정리해보자. 가진 능력이 모두 고만고만하더라도 누군가는 부자가 되고 대부분의 다수는 그렇지 못해 부의 불평등은 자연스럽게 출현한다. 부의 편중을 없애기는 어려워도 그 정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소득세와 재산세를 적절히 부과하고 기본소득을 주는 거다. 적절한 세율과 기본소득은 중산층을 늘리고 사회의 불평등은 줄인다.
사회학자도 아닌 물리학자가 세금 부과를 말하고 기본소득을 주장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그것도 통계모형을 통한 결과를 가지고 말이다. 경제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 도입은 대규모(연 70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예산투입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하는데 나는 청년들을 위한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한다. 처음 사회에 나올 때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지는 못한다.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투자한 어떤 이는 기회를 잡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뒤쳐지게 마련이다. 최소한의 공평함, 공정함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청년에 대한 기본소득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물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개별 과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함께 모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과학이라는 체계 자체가 누적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내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과거 누군가가 진행한 여러 연구를 발판으로 하기 때문이다. 가끔 과학자들이 올라선 발판 일부가 사상누각처럼 흔들리거나 무너질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발판을 새로 고칠 지 끊임없는 토론을 거친 합의를 통해 오래지 않아 더 튼튼한 발판이 다시 만들어지고는 한다. 새로운 발판도 결국 무너진 발판의 잔해로부터 만들어지니 과거의 발판이 모두 잊히는 것도 아니다. ....소통과 함리적인 토론이라는 함께지성의 누적적인 과정을 통해 인류는 짧은 시간에 놀라운 과학적 성취를 거두었다.
...과학자라면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몸으로 익히게 되는, 의심하고 질문하는 방식,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합리적 사고의 과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때가 많다...온갖 거짓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며 적절한 비판의 과정 없이 우리 사회를 휩쓰는 것을 여전히 목격하고는 한다. 깨어 있는 개개인의 합리적 이성과, 이들의 열린 소통의 과정이 우리사회에 절실하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 활동에서 매일 매일 벌어지고 있는, 계급장 뗀 치열한 토론과 열린 소통의 방식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진다면,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더 앞당길수도 있겠다는 바람일뿐이다.
우리는 황우석 사태 같은 경우로 인해 과학계를 매도하고는 기억에서 지워버리곤 한다. 하지만 조명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전진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흔히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결과는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경우가 많은데 '의심의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이 과학적 태도'라고 하는 그의 말에서 새로운 앎의 경이를 느겼다.
같은 데이터로도 방법이 달라지면 서로 다른 결과를 얻는 것이 과학이다. 답이 하나가 아닌 경우도 부지기수다. 과학자가 결과를 보여주면 그냥 믿지 마시라.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가 얻어진 과정도 항상 의심의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이 과학적 태도다. 과학은 책보다는 경험을 통해 더 잘 알 수 있다. 과학은 지식의 총합이라기보다는 대상을 바라보는 사유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고 인간이 지상의 생명체 중 중심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와 공동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그의 말이 인상깊다. 인간이 가진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이세돌을 보면서 인간의 존재, 인공지능의 존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실 내가 이번 승부에서 느낀 것은 인간의 직관력에 대해 가지고 있던 근거 없던 자만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인간의 위대한 직관도 결국은 프로그램으로 구현 가능한 유한한 단계의 계산으로 대치할 수 있다는 가슴 아픈 깨달음이다. 인간의 위치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그리고 인간도 진화의 연속선상에 놓여 다른 생명체 모두와 기원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경험한, 이번에는 우리가 신비롭게 여겼던 인간의 지성에서 다시 발견한, 익숙하지만 다른 연속성의 깨달음이다. ... 승부가 결정된 후, 복기하려 애쓰는 이세돌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본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나는 그에게서 인간이 가진 '알고자 함'의 위대함을 보았다... 엄청난 인공지능을 멋지게 만들어낸 사람들이 내민 새로운 시대의 충격적인 첫 수에 어떻게 인류가 답할 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 앞으로 먼 미래에나 우리 곁에 올지도 모를, 사람과 구별할 수 없는 강한 의미의 인공지능에 대해 고민할 시간은 아직 많다. 다른 사람이 졌는데도 가슴 아파하는 우리 모두를 보며, 난 아직도 인류의 미래에서 희망을 본다. 이제 시작이다.
물리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사회 또는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김범준 선생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상호작용을 하는 곳이다. 그 과정에서 개채단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 낸다. 과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인간 세상은 '복잡계'이다. 연결되어 함께 하는 여럿이 개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질적으로 다른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떻게 <기생충>이 대박을 터트리며 흥행했는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은 또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는 복잡계의 이론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현상도 자연과학의 눈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물리통계학이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물리학은 부분과 전체와의 연결고리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통계물리학은 관계의 과학이다. 저자는 다양한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전체와 부분을 꿰는 방법을 설명한다. 복잡한 세상의 숨은 규칙과 패턴을 연결망(Network)을 만들어 살펴보면서, 연결고리를 찾아 전체의 의미를 읽는다. 유행, 불평등, 지진 등의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개별 나무를 넘어 세상의 숲을 보는 법을 안내한다.
이 책은 연결, 관계, 시선, 흐름, 미래라는 다섯 개의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개별 글에서는 상전이, 링크, 인공지능, 중력파, 암흑물질 등 과학의 핵심 개념을 활용하지만 사회적 현상이나 개미의 사례 등과 같은 쉬운 예시를 활용함으로써 일반인도 쉽게 개념을 따라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비과학도인 나로서는 어느 정도 과학적 내용들도 기대했는데 이런 측면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복잡계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충 보기'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부문은 근사적으로 보고 이해하며, 각 부문들이 어떻게 연결망을 통해 관계하고 있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통계물리학은 관계와 연결과 소통을 다루는 과학이다. 사회문제가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과학적 방법을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인간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과학이라는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재미이다.
김범준 교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전공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야 연구자라면 당연한 것이고, 그 호기심을 연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김범준 교수는 전공과는 별로 관련성이 없을 것 같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연구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공의 수단을 통해서. 그런데 더 희한한 것은, (저자 소개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 연구를 모두 학술지에 발표했다는 것이다.
윷놀이할 때 업고 가는 것이 좋은지, 그냥 막 달리는 것이 좋은지. 페이스북에서 공통친구 수를 통해서 관계의 강도를 알아본다든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이름을 올려주는 게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따른 것인지, 친소 관계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당에 따른 것인지. 거기에 다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이름을 올려주었다가 자기가 대표 발의한 법안에 이름을 올려주지 않은 경우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당연히 다음에는 잘 올려주지 않는다). 2016년 당시 촛불집회의 참석 인원을 어떻게 계산해야 맞는 것인지. 친구들(정말 김범준 교수의 친구들)의 카톡방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어떤 분포를 가지는지. 자신이(정말 김범준 교수 자신)이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지. 우리나라 영화의 흥행 법칙은 어떤 것인지. 책이 팔리는 메커니즘은 어떤 것이고, 자신의 책(정말 김범준 교수의 책 《세상 물정의 물리학》)은 어떤 패턴을 통해 팔렸는지 등등.
사람들이 한번씩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문제들인데, 김범준 교수는 그걸 그냥 호기심만 갖거나, 혹은 그 호기심을 사유의 수단을 통해서만 해결하거나, 혹은 몇 사람에게 묻고서 해결하지 않는 것이다. 그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자료를 내려받고, 그걸 통계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고 다시 분석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통찰을 얻고, 호기심을 해결한다.
이 책에는 그런 호기심 해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김범준 교수의 질문의 내용도 재미있고, 그 질문의 답도 흥미롭지만, 더욱 흥미롭고 가치가 있는 것은 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아니 그럴 수 있다는 게 더욱 중요하다. 김범준 교수는 그걸 물리학이라고 하고, 과학이라고 한다. 과학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답이 주어져 있고, 그걸 외워 지식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실행하고, 적절하게 해석하여 알리는 과정이 바로 과학이라는 것이다. 김범준 교수는 통계물리학자이므로 자신의 방법을 써서 그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고, 또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왕성하므로 세상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도 자신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그의 첫 번째 책 《세상 물정의 물리학》에 비해서는 조금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야깃거리가 좀 군색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질문의 흥미도도 조금 떨어지고, 그걸 구현해나가는 과정도 조금은 느슨한 느낌이다. 뭐, 그래도 이만한 책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