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2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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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4쪽 | 542g | 117*190*28mm |
ISBN13 | 9791189356439 |
ISBN10 | 1189356430 |
발행일 | 2020년 12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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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4쪽 | 542g | 117*190*28mm |
ISBN13 | 9791189356439 |
ISBN10 | 1189356430 |
머리말 스타일이 없는 나라 컬트가 된 아이비 모든 이에게 아이비를 청바지 혁명 미국 카탈로그 망할 양키들 벼락부자 하라주쿠에서 모든 곳으로 빈티지와 레플리카 아메토라를 수출하다 감사의 글 참고 문헌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
영어를 잘하는 하세가와는 미국인들은 <TAKE IVY>라는 제목이 말이 안된다고 여긴다며 반대했다. 늘 그래왔듯 VAN 재킷의 직원들은 예술적 야심에 빠지면, 하세가와가 아무리 올바른 영어가 아니라며 지적해도 무시했다. 오늘날까지도 구로스는 여전히 자랑스럽게 주장한다. “영어를 잘 아는 사람은 절대 이런 제목을 생각해낼 수 없었을거야!”
전범국이자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에서 이제 좀 먹고 살만해지기 시작할 무렵, 그들은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하고 싶었고, 선진국이란 바로 승전국이자, 주둔군이었던 미국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미국 멋쟁이처럼 옷을 입고 싶은 지에 대한 연구가 행하여졌다. 제대로 된 모방을 하기 위해선 철저한 분석과 이해가 필수 였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패션이라는데 그닥 관심이 없는, 아니 남성패션의 영역에서는 그걸 신경쓰는게 오히려 남자답지 못함의 상징이 되는 나라였으니, 일본은 분석할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나름의 상상의 규칙과 규율들을 만들어내고 유지/발전하다가 어느샌가 그게 잘 정리된, 세계적으로 통하는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만, 실제 역사가 완전하게 이런 식으로 흘러가진 않고, 미국의 영향을 받은 부분으로 특화되어 있는 일본의 패션 발전사에 대한 책이다.
그냥저냥 재미있게 읽었지만 번역의 수준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미스테리아> 35권 덕분이다. 편집자 서문(editor's letter)에 이 책과 함께 이 책에 나오는 '미유키족'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데, 오랫동안 일본 문화를 공부하고 연구해 왔지만 '미유키족'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건 처음이라 정확히 무슨 뜻이고 어떤 배경에서 탄생한 말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서둘러 이 책을 구입해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가슴이 뛰었다. 놓쳤으면 땅을 치며 후회했을 뻔!!!
이 책을 쓴 W. 데이비드 막스는 일본 패션, 음악, 문화 연구자다. 저자는 우연히 최근 글로벌 패션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일본 디자이너들이나 유니클로의 성공이 60년대를 풍미한 아이비 패션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자에 따르면 패전 직후 일본에선 승전국인 미국의 제도, 사상, 문물 등을 전폭적으로 도입했고 이는 패션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성복에 비해 남성복은 미국화가 더디게 진행되었는데, 이 속도를 크게 앞당긴 인물이 VAN의 창업자 이시즈 겐스케다. (이 시절 VAN 재킷을 입고 긴자 미유키 거리에 모였던 젊은이들을 '미유키족'이라고 불렀다.)
새로운 유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성세대와 충돌하기도 하고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미국식 스타일은 결국 일본의 주류 패션으로 자리 잡았고, 일본의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다양한 스타일이 도입되었다. 90년대에는 우라 하라주쿠에서 출발한 일본 스트리트 패션이 'A Bathing Ape' 같은 브랜드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꼼데가르송'의 레이 카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 등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자리 잡으며 미국 패션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 일본 패션이 미국을 넘어 세계 패션의 중심에 섰음을 보여줬다.
일본의 패션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출판, 영화, 광고 산업이 함께 성장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새로운 패션을 시도해보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독려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옷 잘 입는 사람들을 촬영해 잡지에 게재한 것이 오늘날의 스트리트 패션모델, 독자 모델 시스템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60년대만 해도 미국 사진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일러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탄생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지금도 발간되고 있는 일본 잡지 POPEYE의 역사도 알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