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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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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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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0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28g | 128*188*20mm
ISBN13 9788937417979
ISBN10 89374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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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래도 희망의 길은 있어. 꽉 막힌 길, 숨이 막히는 장소, 그런 곳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사는 거니까. 우리는 그냥 돌아온 게 아니야. 헤어지지도 않았고. 둘이서 새로운 장소로 조금씩, 꾸준히 마음을 옮겨 가는 중이라고.”
--- p.29

육체 따위는 없어도 사가는 사가라고 여길 정도다. 내게는 하늘도 풀도 나무도 빵도 와인도 흙도 모두 사가다. 내가 보는 것에는 모두 사가의 흔적이 있는 기분이다.
--- p.32

사가의 엄마는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항암 치료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지인이 운영하는 호스피스에 들어가겠노라고 하더니, 어차피 죽을 다카마쓰 씨와 시간을 맞추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울면서 찬성했다.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 이상하다, 하고.
--- p.46

나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언제나 나 자신의 매몰찬 마음에 소스라친다. 마음에 선을 긋고, 그들의 슬픔이 스미지 않게 했다. 마음을 닫고 있어서, 그즈음의 일은 기계처럼 기억할 뿐이다. 살다 보면 온갖 장면이 있으니까, 그분인 것처럼 행세했다.
--- p.47

그런 일이 종종 있다.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치 성욕처럼, 울고 싶은 심정이 쌓인다.
--- p.57

그러나 자기가 자신 속에 쏙 들어가 있는 사람은 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그 사람 편인 것처럼 우아해 보이는 사람. 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런 존재를 지향하려 한다.
--- p.58

내가 불안정한 기색을 보이면, 사가는 늘 슬픈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전해지는 것일까 싶어 나는 숨이 갑갑하다. 견딜 수 없는 괴로움 정도는 내 마음대로 느끼게 해줘, 하고. 네가 같이 무거워지면, 내 자유가 줄어든다고.
--- p.69~70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날도 있거니와, 희끄무레하게 구름 낀 날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어느 쪽이든 한쪽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은 그 점을 숨기려고 하니 싫다. 구름 낀 회색 하늘을 천으로 가리거나 색을 덧입히거나.
--- p.93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나는 그의 눈은 역시 별이나 다이아몬드 같았다.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해 버리면 사라지고 말 것 같았다.
--- p.94~95

다만 그런 풍파를 볼 때마다 이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를 꿈꾸다 스러져 간 엄마의 생명을 곰곰이 생각한다.
--- p.119~120

주위를 봐라, 다른 것을 배워라,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매일 그런 걸 느껴야 하는 시대야. 하지만 스스로 결정했다면 그냥 여기 있어도 괜찮잖아. 인생은 한 번뿐이고, 스스로 선택하는 거야. 그 사람들도 선택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그게 이상한 길이었어도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만은 존중해 줘도 좋잖아.
--- p.126

온 인생이 자신의 기분과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면 갑갑해서 살 수 없고, 어떤 일화도 끼어들지 못한다. 절반은 바깥쪽에서 오는 것이니, 사람은 그에 반응하고 움직여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p.143

시간의 간격만 크게 볼 수 있으면,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대부분 자연이 해결해 줘요. 서두르는 건 인간 사정이고, 아무튼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 그저 있을 뿐이라고 할 정도로.
--- p.145

혼은 더러운 먹이를 먹으면 아귀가 되어 더욱 쓰레기를 탐식하게 된다. 사소한 일 같지만, 그런 흐름이 생기고 만다. 사이좋게 지내다 졸업해서 흩어져도, 또다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유사한 짓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다.
--- p.29

엄마 없는 아이들의 고원 같은 곳. 그런 아이들끼리 손을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 우리가 인류인 한, 너와 내가 같아질 수 있는 장소는 반드시 있다.
--- p.180~181

사가가 아닌 누군가와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령 일요일 오후, 창가에서 종일 우는 그런 상태에서도.
--- p.194

과거는 과거라는 것을. 그리고 단순히 과거 위에 지금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요. 보다 입체적인…… 새가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바라보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 p.197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사가와 함께 있어도 미칠 정도로 불안하고 외로웠던 것이다. 줄곧.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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