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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요_김민섭_2 하늘에서 하리보가 내려와_김동식 외 15명_6 황금니_효한_15 희망을 주는 A.A. 모임_조민철_26 쿠키소녀_만끽_37 머리가 크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_권권_45 소인 향수_먹는 밤_51 지구 구멍_먹는 밤_58 너희는 음악을 모른다_책냥이_65 고로나 향기_청송댁_74 종이 소리_설해빈_87 여드름 신드롬_시유리_97 당신의 꿈을 삽니다_류이니_102 정신과 시간의 방과 당신의 꿈_김민섭_114 이웃사촌_삼다수_129 이터널 선샤인_세라_133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_빵_144 비밀을 들어주는 남자_한수정_188 보험 우산_한수정_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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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동1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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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갑자기 허공에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말이야,”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병원 가봐라'와 '거짓말하네' 두 가지로 갈렸다. 오래된 친구에게는 '너 나이 서른에 또 중2병 도졌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말에도 김남우는 딱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이런 증상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설정 같았다. 왜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걸까? 한데, 신기한 일은 세상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일명 '하리보 사태'다. “야! 그거 들었어? 하늘에서 하리보가 떨어진다네?” SNS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던 '하리보 추락설'은 유튜브와 커뮤니티 등을 거치며 점점 유명해지더니, 공중파 뉴스까지도 나왔다. “곰 젤리를 아십니까? 곰 젤리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제보입니다. 실제 경험담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습니다.” --- 「하리보가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처음에는 단순히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약과를 먹다가 이가 깨지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이니까. 그렇게 딱딱한 음식도 아니었는데.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약과가 이 조각이랑 같이 입안에 있는 느낌은 생각보다 곤란했다. 혀로 깨진 이를 건드려보니 절반이나 깨진 듯했다. 일단 맛있게 먹던 약과부터 꼴딱 삼키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김남우는 병원 가서 이를 다시 붙여야겠다는 생각에 약과를 뱉어냈다. 댕그랑- 아스팔트랑 대비되게 반들거리고 반짝하는 게, 자세히 보니 금 조각이었다. --- 「황금니」 수현이가 고른 65인치 스마트 TV를 가전제품 마트에 다니는 친구의 도움으로 직원 할인가를 받아 구매하기로 했다. 없는 형편에 웬 사치냐 할 수 있겠지만, 밤에 수현이와 함께 영화 보는 시간이 성훈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즐겁다. 수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돈 백만 원 더 열심히 일해서 벌면 그만 아닌가 싶었다. 이삿짐 포장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온 성훈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수현이가 화장품 로드샵에서 골라준 스킨로션과 보습크림을 듬뿍 발랐다. 웃음이 났다. 거울 속 눈은 반쯤 감겨있는데 얼굴은 반들반들하게 빛나고 있었다. 문득 노트에서 떨어진 노란 메모지가 생각났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자판을 눌렀다. ‘고단6238’ --- 「희망을 주는 A.A. 모임」 기묘한 일은 갑자기 일어났다. 어느 아침, 인류의 머리둘레가 줄어들거나 또는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그러다 곧 명백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머리가 클수록 지능이 높은 자였고 작을수록 무지하거나 배움이 부족한 자였다. 뇌에 저장된 지식의 총량이 튀어나온 셈이다. 만족한 사람은 적었고 대다수가 작은 머리를 부끄러워했다. “넌 머리가 큰 걸 보니 IQ가 높은 거 같아. 그런데도 성적이 이렇게 안 나오는 건 노력 탓이다.” 선생들의 뻔한 레퍼토리가 현실이 됐다. 유명 입시 학원들은 머리 성장 속도에 사활을 걸었다. 게임 중독이던 아이를 단 3개월 만에 30cm 이상 성장시켰다는 광고는 효과적이었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됐다. 공식을 숙지하고 단어를 암기했다. 머리둘레가 단 0.1cm라도 커졌다는 걸 증명해야 귀가할 수 있었다. 부모들은 열광했고 아이들은 좌절했다. --- 「머리가 크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향수 업체에서 출시한 신제품. 이는 꽤 오랫동안 뉴스를 달궜던 작은 소인들이 담긴 향수였다. 푸르고도 오묘한 자색의 액체, 굴곡진 모양의 향수병. 신기하게도 그 속엔 보라색 우비까지 입고 있는 조그마한 인간이 들어있었으며, 이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 「소인 향수」 새 이사장의 첫 업적은 교내 흡연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이 못 피울 것 뭐가 있겠습니까.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고 성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에도 운영위원들이 아무 말 하지 못하는 데엔 평소 이사장의 처신이 결정적이었다. 그의 씀씀이는 유명했다. 잘 나가는 형들 보라는 듯이 그는 좋은 음식, 좋은 물건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접했다. 제안이 이상했으나,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럴 수도 있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 「고로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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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초단편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기획자와,
그의 독자들이 함께 써 내려간, 18편의 소설. 초단편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김동식 작가는 〈회색인간〉으로 데뷔한 지 3년여 만에 10권에 이르는 김동식 소설집을 내어놓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짧고 쉽게 무거운 사회 현상을 다루는 그의 소설은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노동자로 10념을 넘게 살았다고 하는 김동식 작가는 요즘 누구보다도 자주 중고등학교에 간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학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이 이렇게 바뀔 줄 그 누구도 알지 못 했을 것이다. 그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그가 다녀간 학교에는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그와 함께한 여러 학생들이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김동식 소설집의 기획자이면서 스타트업 북크루의 대표인 김민섭 작가는 ‘김동식 작가와 함께하는 초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구상한다. 제2, 제3의 김동식 작가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역시 김동식이라는 소설가의 작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김동식 작가와 함께하는 초단편소설 출판하기 클라스’라는 수업이 열리고 이틀만에 17명의 수강생이 모이게 된다. 뭐라고? 산성비도 햄버거도 아니고 하늘에서 하리보가 떨어진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쓰기’라는 건 가능한가, 좋은 작가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 표제작인 〈하늘에서 하리보가 내려와〉는 김동식 작가와 15명의 수강생들 모두의 집단지성으로 90분만에 만들어진 소설이다. 처음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곧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리보가 떨어지면 어떨까요, 하리보가 왜 떨어지는 걸까요, 하리보는 몇 개나 떨어지게 될까요, 주인공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하리보가 떨어지게 하면 어떨까요, 하리보가 다 떨어지고 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등등.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었고, 김동식 작가의 작법 수업 이후 자신감을 얻은 수강생들은 저마다의 소설을 써 나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단기간에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많이 들려오지만 사실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꿈을 이룬다는 명분으로 무의미한 글이 세상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은 작가와 함께한다면, 그리고 좋은 삶을, 좋은 태도를, 좋은 사람으로서 살아낸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상에서 발견한 소재에 물음표를 만들어 내고 거기에 답하는 순간, 언어로 된 하나의 세계가 탄생하고, 그렇게 한 사람의 작가도 탄생하게 된다. 각자가 소설을 쓴 시간은 8주 남짓이지만 자신의 꿈과 함께 달려왔을 그 압축된 시간의 무게는 어느 소설과 견주어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