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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기획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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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황장黃腸의 힘
정저지와井底之蛙
볏 시울
송곳
분노의 미루나무
잃어버린 입
가벼워진다는 것
오동의 마음
몸꽃
나의 사랑하는 말들
모던타임즈
고흐의 해바라기
카프카적인 너무나 카프카적인
집 밖의 사람

2부

빗장
장미아파트
괴물
구보씨의 하루
돼지 나폴레옹
말들의 전쟁
얼어붙은 고독
가을 텃밭
때로는
사과꽃잎
이데아
죽은 시의 사회

3부

해금과 물항아리
가객歌客
아카시아
시인의 수입
낙인찍기
미아로 37길 14
눈물을 잃어버린 사회
생의 측면
감꽃 향기
너의 말
울기 좋은 나무
휘청거리는 아킬레우스
바람에 부치는 말
단 한 편의 시

4부

보헤미안 랩소디
서울의 달
민감한 애인
오래된 골목
그냥
누에
막내
음지식물
그녀의 집
청도아라리
안식 없는 안식
나의 나타샤

해설

불온한 시대, 시의 길, 시인의 길│송기한(문학평론가 · 대전대학교 교수)

저자 소개 1

1956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났다. 1993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집으로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구멍』,『물금』, 『버들치』, 『시인의 재산』, 『사람의 향기』, 『가벼워진다는 것』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말의 혀』가 있다. 클릭학술문화상, 애지문학상, 동천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서림 시인은 이상낙원을 꿈꾸는 순수의 시인이며, 서정시인이다. 그는 순수해서 불온하고, 불온해서 순수한 서정시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순수
1956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났다. 1993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집으로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구멍』,『물금』, 『버들치』, 『시인의 재산』, 『사람의 향기』, 『가벼워진다는 것』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말의 혀』가 있다. 클릭학술문화상, 애지문학상, 동천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서림 시인은 이상낙원을 꿈꾸는 순수의 시인이며, 서정시인이다. 그는 순수해서 불온하고, 불온해서 순수한 서정시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순수는 「아청鴉靑빛 시간」이나 「시인의 재산」에서처럼 티없이 맑고 아름다운 자연과 무소유를 지향하고, 불온은 그의 비판철학의 힘으로 「카프카적」이라는 연작시들을 낳는다. 누구도 차지할 없는 빈 하늘도 내것이고, 아무도 탐내지 않는 새털구름도 내것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 내것이고, 너무 높아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다 내것이다(「시인의 재산」). 그는 돈보다는 땅을, 땅보다는 흙을 더 사랑하는 동키호테이며, 자본주의라는 빙벽에다가 서정시라는 말폭판을 던지는 레지스탕스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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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0g | 125*188*9mm
ISBN13
9791186557990

책 속으로

가벼워진다는 것


미움이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용서의 계곡도 가까워진다.

나같이 마음이 뚱뚱한 사람들에겐
내려가는 길이 더 멀고 힘들다.

울룩불룩 균형이 안 잡힌 마음의 관절이 자그락거려
계곡을 바로 앞에 두고 곧잘 주저앉는다.

까치처럼 가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것이리라.
마음에 구멍이 많아진다는 것이리라.
―――――――――――――――――――――

말들의 전쟁


말[馬]같이 내달려온 역사는
온갖 말[言]들의 싸움터다.
말을 거머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흰색, 붉은색, 검정색, 노란색 깃발을 든 말들이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죽자고 싸우고 있다.
정객들은 웃는 얼굴로 적과 악수도 하고
영혼 없는 말로 서로 포옹도 하지만,
시인은 말로써는 악수도 포옹도 하지 않는다.
시인의 말은 칼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혹 허리를 굽힐 수 있지만
시는 굽히지 않는다.
시인의 말은 벽돌이고 대들보이기 때문이다.
왕과 군사들은 싸우다 죽을지언정
말[言]은 결코 죽지 않는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말은
승리한 말이 끌고 다니는 역사의 말발굽에
짓밟히고 짓밟혀서 땅 밑으로 내려간다.
모반을 꿈꾸는 슬픈 노래가 되어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

나의 나타샤


잠결에 두들겨 쓴 글이 참 비뚤비뚤하구나
다 내려놓기로 하니 몸도 맘도
배추흰나비처럼 잘도 날아오르는구나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 쇳소리로 높여가는 세상,
바람머리를 한 선배 시인은 홀로 북방까지 찾아갔건만
북방 끝 마가리에다 인생의 짐을 풀었지만
나타샤, 지금 내 곁엔 나와 같이
부여안고 울어줄 나귀 한 마리 없구나
바르샤바나 산티에고, 지구 끝에다 마가리를 짓고 싶은 내 마음,
갓 부화한 어린 나비처럼 바르르 떨며 날고 있구나
나타샤, 낡고 지친 심장은 죄어오고
감각도 없는 몸이 저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나타샤, 봄볕보다 함박눈 속으로 숨어 들어갔으면
내 마음, 배추흰나비처럼 네게로 날아 들어갔으면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내공에 따라 시가 가진 방의 수와 크기가 달라진다. 김수영의 사랑방 같은 시가 있다. 드레퓌스, 아도르노, 브레히트, 마르께스를 데리고 들어와 닭똥 냄새 맡으며 밥도 먹고 소주도 마시고 싶은 시가 있다. 목월의 안방 같은 시가 있다. 소월, 영랑, 백석, 동주와 어깨동무하고 들어와 밤이 늦도록 술 마시고 놀다가 그대로 엎드려 자고 싶은 시도 있다. 네루다의 서재 같은 시도 있다. 고흐, 뭉크, 오지호, 김산, 체 게바라를 불러들여 혹은 술 마시며, 혹은 담배 피우며, 혹은 드러누운 채 소크라테스와 그 제자들처럼 밤새 향연을 벌이고 싶은 시도 있다. 고갯길을 굽이굽이 넘어가는 아리랑같이 단순 소박하게 지어져서, 방이 셀 수도 없이 늘어나는 시는 이 세상보다 더 넓고 더 크다.

"내가 걸어온 역사는 인화물질로 가득 찬
드럼통이 굴러 내리는 비탈길이다.
자갈과 바위가 깔린 울퉁불퉁한 길이다.
좌충우돌 부딪혀 먼지 자욱한 길이다.
뾰족한 바위에는 볼품없이 찌그러져서
전혀 엉뚱한 길로 튀기도 한다.
드럼통이 제 길 찾아 한가운데로 느릿느릿 굴러가게,
이름도 없는 시인들이 비탈길에다
말로 잡목도 심고 숲도 가꾸어본다.
가난한 시인들이 사랑하는 역사는
괴물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개똥지빠귀, 산 까치가 집을 짓는 숲이 있고
모래무지, 뚝지가 납작 엎드려
지느러미만 살랑거리는 강이 있다.
논밭으로, 공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길이 있고
호박꽃, 수세미꽃 피는 마을들이 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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