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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시린 바람 잘 견뎌 온 너 뿌리에서 꿈을 온몸으로 밀어 올린다 가지 끝 설렘 자락으로 흔들리고 있는 너 따스한 바람에 수줍은 꽃망울 살포시 내민다 한참을 곁에서 발걸음 서성이게 하는 너 포개진 꽃잎 그 안에서 오래 닫혀 있던 봄이 꿈틀거린다 진홍빛으로 찬란히 피어난 너 기쁨의 몸짓으로 진종일 사랑 고백하고 있다. ------------------------------------------------------- 백목련 순백의 아름다운 향기 가슴 열어 보인다 무슨 말을 하고픈 걸까 툭 하고 터질 것 같은 그리움 송이 붙들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 준다 사랑의 연서 같은 빛깔로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살랑살랑 봄바람 붙잡고 나도 모르게 길게 늘어진 꽃망울 옆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숨결 뽑아 올리고 싶다 콧바람 쐬며 그 순수 가득 안으니 그대 마음 촉촉이 전해져 온다. ------------------------------------------------------- 봄 노래 시샘하는 겨울바람 못 잊어 하얀 눈꽃송이 휘날리는가 저만치 아지랑이 햇살 물고 다가서는데 서성거리는 발걸음 멈칫 멈칫 매운 바람 옷자락 휘감아도 가슴 열고 촉수 반짝인다 머뭇거리는 사이 따스한 바람이 찾아와 귓속말 한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꽃피는 그날이 다가와 꽃잔치에 모두 초대할 테니 개구리도 하품하고 나비들이 떼 지어 꽃둘레를 빙빙 돌 테니. ------------------------------------------------------- 바위와 이끼 바위와 함께한 소나무 저리 푸르다 아무것도 없는 바위 위에 먼지 쌓이고 꽃가루 날아와 앉는다 무성한 푸성귀처럼 어둠이 자라고 눈꽃의 진통 속에서 뿌리 내리는 걸까 너른 바위에 엉겨붙은 가느다란 뿌리 공생의 길 열어 간다 서로 껴안고 버팀목 되어 넉넉한 마음 받아 준 바위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토닥토닥 달빛 자장가 들으며 푸른 깃발로 번져 간다 아낌없는 사랑 머금고 초록의 융단 아래 촉촉한 생명 품는다 바람도 쉬어 가고 햇살도 머무는 자리 새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하다. ------------------------------------------------------- 가을 단상 분적산 산자락 벌들의 축제인 양 윙윙거리는 소금꽃 같은 순백의 꽃들 눈부시게 푸른 하늘 아래 무더기로 피어 바람결에 향기 날리며 흔들흔들 다정한 연인처럼 사랑스런 속삭임 들릴 듯 말 듯 손 흔드는 언덕배기 억새도 빨갛게 노랗게 익어가는 감들도 산자락에서 햇살 즐기고 있다 가을꽃들의 향연은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하듯 발걸음을 자꾸 붙잡는다. ------------------------------------------------------- 달마산 땅끝마을 미황사 품은 산길 한적한 숲속 지나니 동박새 소리가 불러 세운다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그곳 밧줄 잡고 기어오르면 등짐이라도 진 듯 온몸이 땀방울로 촉촉이 젖는다 바위산을 미끄러지듯 곡예하며 유격훈련 하듯 쉬었다 오르고 또 쉬었다 다시 오르는 산 내 발걸음 밀고 간 고행길 젊은 날 추억의 향기가 맴돈다 석류알같이 촘촘히 박아 놓은 다도해의 정경 푸른 바다와 맞닿은 섬들이 눈 맞춘다 멀리서 가까이서 지켜본 문바위 갈바람의 숨결 마시며 마음 채우는 시간 살찌게 한다. ------------------------------------------------------- 임자도 천사의 섬들 중 하나 지도에서 수도로 이어지고 수도에서 임자도로 닫혔던 육로의 길 열렸다 네비게이션에도 없는 길 소문 따라 이정표 따라 달리는 발길 가볍다 드문드문 다니던 뱃길 대교로 연결되니 맞이하는 꽃들도 찾아가는 이들의 얼굴도 환희처럼 환하다 대광해수욕장의 너른 해변 사랑의 전설로 꽃바람 일렁일렁 갈매기의 날갯짓이 오늘따라 가볍다 풍차를 배경 삼아 피어나는 튤립 형형색색 무지개 이룬다. ------------------------------------------------------- 아버지 아무리 아파도 감쪽같이 낫게 해주는 금손 아버지 구멍 난 바구니 손잡이 철사로 야무지게 묶어 새로 태어나듯 치료해 주는 목수아버지 다리 부러진 헌 우산 알뜰히 주워 와서 새 우산마냥 모두 낫게 하는 의사 아버지 돋보기 너머 이 궁리 저 궁리 꼼지락 꼼지락 마법 아버지. ------------------------------------------------------- 그릇 그 속에는 차심처럼 스며드는 그리움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숲길에 대한 기억이 숨어 있다 그 속에는 채소와 양식이 써 내려간 이력들이 남아 있다 그 속에는 이따금 달이 들어와 살기도 하고 이웃의 따스한 숨결이 들락거리기도 한다 그 속에는 아주 오래된 시냇물 소리가 들어 있고 이따금 가족의 웃음소리도 넘쳐난다 그 속에는 아주 오래된 그릇 어머니의 한 생이 담겨 있다. ------------------------------------------------------- 젓가락 둘이서 손잡으면 즐거움이 샘솟는다 식사 모임이나 잔칫날 접시에 가득한 음식 사랑의 정으로 집는다 노랫가락 울려 퍼지면 악기로 변신하여 장단 맞춘다 식탁에 꽃잎처럼 모여앉아 이야기꽃 피워내는 문화의 수행자 서로 의지하며 마음의 정 부드럽게 대하는 도우미 젓가락이 품어낸 슬기 손가락 재주 조상의 지혜가 여기에 있다. ------------------------------------------------------- 신발 시간의 얼룩이 아쉬움 남긴 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한다 어둠에 갇혀 햇빛도 못 보고 저리 쪼그리고 앉아 있다 지상에서 살아 있는 시간 속 선택받는 그 순간 그리움의 시간을 접는다 소유할 때 필요로 한 사랑스러움이 떠날 때는 속절없이 불편한 이름으로 폐기될 순서 기다린다 비닐봉지에 울컥울컥 격렬히 부딪히는 날개 접는다 공중에서 뒤엉켜 쓰레기로 탈바꿈되어 내가 다닌 길 기억해내는 어두컴컴한 시간 낡은 추억 헹구며 순순히 이별 받아들이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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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일상생활에 치우쳐 처음에는 문학을 하는 게 망설여졌다. 퇴직을 하고 불면의 밤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전남대학교 문예창작반에 다니면서 친구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글쓰기 작법을 배우다가 한실문예창작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서투른 글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제 몸에 맞는 시어를 찾지 못한 채 공중으로 흩어졌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쓰는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을 알아 가고 자연의 변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부터 세상에는 숨겨진 보물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시를 쓰기 위해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시를 통해 그동안 놓쳤던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를 쓰기 위해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함께 듣는 문우들의 격려와 박덕은 문학박사님의 지지 덕분에 열심히 창작했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밤이면 서투른 시를 들어주고 격려해 준 남편이 큰 힘이 되었다. 교직생활 하는 딸과 아들네 가족이 힘들 때마다 큰 위로가 되었다. 부족한 저를 항상 아껴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시인 김방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