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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세탁소?
나의 건망증은 백지인가 백치인가 집에서도 나가서도 찾기 일쑤 하얄 때가 많아 뭘 가지러 왔는지 섰다가 다시 와서 찾는 백치 뭘 두어도 깊이 챙겨 두면 더 못 찾고 헤맨다 나갔다면 뭔가 놓고 오는 알가리 빠진 습관 젊어서부터 하는 버릇 못 말린 버릇 백지에 얹을 끝없는 이 사연 세월 담아 펼쳐 볼까 천지를 이어오는 내역의 길도 백지에 새길 정신 사연 끼고 산다 나들이 때면 가방 버리고 와 남편 보기 민망한 때가 한두 번이던가 주암, 곡성, 함평, 휴게소마다 백 안 버리고 온 데가 한 번씩은 거의 없었다 너무하는 이 꼴은 머리 한 가닥이 빠져 있나 삐뚤어졌나 모를 이치 이젠 되레 안 잊는다 하 기막혀 잊는 게 이골이라 어딜 가도 장소 떠날 때는 뒤돌아보기 운동한다 나이 먹어가며 정신 운동 실천하니 잊는 것도 정신 세탁되나 보다. ? --------------------------------------------------------- 먹물에 꽃 피우다 사대부 선비님들 고귀한 취미 놀이 붓끝에 피운 꽃들 설한의 매향처럼 속향기 간직한 채로 교향곡을 울린다 난 치고 대 세우고 목련화 꽃 피워서 사계를 엮는 것이 문인화 기본이라 먹물에 꽃 피워내서 화려함을 펼친다 신성의 세계에서 연꽃의 수려함에 적막을 등에 업고 휘젓는 묵화 향연 열두 폭 병풍 만들어 안방 경사 빛낸다. --------------------------------------------------------- 구월 구월이 오기도 전에 새벽이 싸늘하다 가을의 길목인가 단풍 맞이 설레어진다 아직은 한낮 더위 쨍쨍한데 조석만 서늘해도 그게 어디야 매미 울던 자리에 쓰르라미 문 앞에 소란스럽다 싸늘 바람 무서워 비켜주었나 매미 구월 오는 소리에 오곡은 영글어 가고 쫓기는 훈김더위 뒤돌아볼까 가는 계절 아쉬움 될까 푸르던 잎 누렇게 멍이 들었어 내일은 고운 옷 갈아입고 나들이 갈까 먼 산을. --------------------------------------------------------- 계절의 허망 캘린더 앞에 놓고 한 해의 일정 잡아 한 장씩 없애 보면 초순이 중순이고 계절도 쏜 화살처럼 허공 위로 달아난다 빛바랜 앨범 열어 지난날 뒤적이니 추억을 볼 수 있는 아련한 일장춘몽 어즈븐 나잇값조차 노을 위에 숨어든다 달빛을 빗어 올려 시 한 수 읊는 취미 설잠 속 뒤척이며 태산의 시 한 자락 젊은 날 황금을 몰라 허송세월 보냈구나. --------------------------------------------------------- 풍자와 재담으로 이백여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영롱한 그 빛 가시지 않아 청렴의 빚 죄인으로 자처하고 방랑으로 이어지는 아쉬움 평생을 떠돌이 인생으로 구태를 비방하고 약자 편에 섰던 임 삿갓으로 가린 얼굴 애환으로 달래며 발길 닿는 곳이 내 집이요 보는 풍경 흐른 싯귀에 하룻밤 묵어가면 명시조로 화답했다 수탈을 일삼는 탐관오리 벼슬아치 비아냥에 너털웃음 쏟아냈던 쓴소리 양심 삿갓 진정한 시대의 곧은 인재 이십 세기 사람이면 노벨상은 받을 것을 한 시대의 아까운 인재 현시대에 그립구나 누더기에 떠돌이로 민초들과 벗 되어 술이 술을 부르던가 풍자와 재담으로 애환 달래며 고단한 몸 의지할 곳 어디에도 없고 차라리 갈대라면 슬픈 세월 가족 품에 돌아갈걸 산 넘고 물 건너 동복 적벽 풍광 못 잊어 인심 좋은 사랑방에 몸을 뉘운 김삿갓. --------------------------------------------------------- 슬픈 역사? 한적한 부소산 길 천년의 지난 역사 백제의 찬란함이 어즈버 간데없고 궁터엔 산새만 울어 슬픈 역사 전한다 고란사 전설 얘기 꽃나비 삼천 궁녀 산새가 울다 지쳐 향그런 바람으로 백마강 유람선 위에 옛 노래로 울리고 계백군 오천 결사는 후세들의 본보기 한세상 넘어져 가는 허망하던 순간도 만고에 길이 남아서 영원한 충신으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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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젊은 시절엔 문학도 모르고 의미 없이 보내버린 젊음이 너무 아쉽다. 손 귀한 집 외아들인 공무원 만나. 우리 집은 형제가 많아 그리 애타는 줄 몰랐는데 첫날부터 애기 들라고 빌었다는 시어머니 간절한 기다림에도 오년을 기다리게 했다. 참 많은 애로 고달픔도 많았다. 늦게라도 딸, 아들, 또 딸, 삼남매를 두었다. 난 오로지 현실에 충실했고 봉사적인 생활에 자찬하고 살았다. 우연한 기회로 대한학교에 나갔다가 문학을 접하고 늦었지만 공부를 시작했다. 조대 평생 교육원에서 이정심 교수님과 노창수 교수님을 만나 강의도 들었다. 들어도 처음엔 내 것을 쌓지 못하고 세월만 흘리고 다닌 것 같아 아쉬움도 있다, 어느 날엔가 청정 맑은 계절에 억새의 노래가 펼쳐지며 자연의 향기에 맞춰 함께 연주하는 퍼포먼스처럼 나도 내 빛깔을 내고 싶어 높은 곳에 신비를 추구하는 메아리로 ‘순간의 포착’이란 시를 쓰는 자신감을 얻었다. 다시 뜨는 눈을 갖고 노력은 하지만 탁월한 재능 부족으로 졸작만 난무했다. 마침 빛고을 쪽에 이사를 와서 문학반 이명란 교수님을 만나게 되고 은가람 동인회에 지도해온 황영준 목사님과 오정실 회장님을 뵙고 공부 한 게 도움이 되어 감사드린다. 같이했던 선생님들 문우들도 따뜻한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서당개 삼년으로 풍월을 읊어 동산 문학에 시 등단을 했다. 덕분에 한실문예창작 박덕은 교수님을 만나 이끌어 주시고 수필도 등단을 했다. 그래서 진즉부터 산수(傘壽)에나 책 한 권은 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세월만 미끄러져 가고 나이는 절로 와 턱에 찼다. 수긍하고 싶지 않지만 오는 세월은 비킬 수 없이 덮쳐 왔다. 이렇게 문학을 책으로 엮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지도 교수 박덕은 문학박사님께 감사드린다. 시집을 내기까지는 많이 망설였다. 졸작을 드러내는 부끄러움도 컸지만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고 싶었다.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수만도 없었고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용기를 내어 털고 일어난 데는 더 큰 이유가 있다. 하루가 멀게 아픈 데만 늘어나 약해진 남편의 몸과 정신력이 나를 당황하고 겁나게 했다. 남편이 곁에서 봐주며 용기를 주고 좋아해 줄 때 볼품없는 연서라도 세상에 꺼내고 싶어 허접한 글들을 모아 보겠다는 선망과 욕심이 생겨 두꺼운 얼굴로 결정을 했다. 작품을 보내고 한 달이 지나 마지막 점검을 하라는 메일을 받았는데 갑자기 우리 집 사정이 생겨 이렇게 중단을 하고 있다. 남편이 느닷없는 대동맥 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고 뒤가 좋지를 않고 자꾸만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걱정의 날이 가고 있어 작품은 저만큼이 되고 있다. 그래도 책은 내기는 내야 되는데 어쭙잖은 글을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겠으니 더욱 마음만 안타깝다. 이것도 나의 운이랄까 걱정이 많다. 곁에서 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한다. 건강했을 때 남편이 정성껏 도와주던 때를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간 시집을 발간하기까지 도와주신 서영 출판사에도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무궁한 발전을 빌며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