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아버지의 커피잔
아침 바람 좋다 하며 나서는 논배미의 순찰 시간 끝나고 나서 두 손에 꼭 감싸들고 온기 마신다 두툼한 커피잔 손때 묻어 얼룩진 도자기의 순수가 숨 쉰다 달콤쌉쌀한 커피가 애교 부리듯 아버지 손에서 재롱떨고 있다 하루도 쉰 적 없는 시곗바늘이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시간 입안의 고요 깨우고 있다 떠나보내기 싫은 사랑의 애원 같은 저 표정 커피 한 방울까지 마중한다 뚝배기 같이 느껴지는 아버지 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가슴속 성화까지 다 들어주고 있다. -------------------------------------------------------- 시계 맥박이 두근거린다 지나는 초침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앞만 보며 가고 있다 길거리에서 술 마시던 해시계는 그림자 바꾸며 지나가고 무심히 자취 감춘다 어둠 부르는 달시계 잠자든 영화 보든 크기 줄여 가며 하룻밤 보낸다 집안의 시계는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 골고루 시키며 잔소리한다 학교 시계는 웅성거리며 떠드는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으름장 놓는다 퇴근 시계는 피곤 풀게 하는 막걸리 한 잔 마시게 하며 다독인다 아빠 시계는 깔깔 웃음 주는 귀중한 시간 우릴 위해 선물한다. -------------------------------------------------------- 배船 오로지 물 위에서만 짓는 미소 출렁거림 벗삼아 길 나서는 순수의 길 솟아 있는 돌산의 두려움 피하려는 조바심 여명을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몇 날 며칠 띄워 보는 설렘 보고파 조르는 만남 달래는 여정 가슴에 긴 사연 새겨놓는다 희귀한 돌섬 지날 때 용왕의 노여움 건드릴까 조바심에 조용히 건네는 기도 파도에 전해 줄 때 다가오는 메아리 촉촉이 적셔진 마음 자락 포말에 기대어 출렁출렁 물결 타고 은빛 다독임으로 마음 얹어 놓고 갈매기의 나래짓에 시선 멈춘다 뱃고동 소리 아스라이 들려오면 눈가에 맺히는 보고픔 더해져 입술에 가는 떨림 일어나 갯바위 서성거림에 미소 짓는다. -------------------------------------------------------- 나의 봄 다가오는 햇살 촘촘히 가슴 파고들어 숭숭 바람 스치도록 열어 향기 한 자락 불어넣는다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 듯 꿈틀거리는 아침 이슬의 향연 가슴에 가득 채워진 바람 쏟아 출렁거리는 밀어 속삭인다 살랑거리는 여인의 뒤태 아지랑이 춤사위에 스미는 여운 깊숙이 들이마시는 호흡 나비 날갯짓에 여유가 깃든다 기다림의 째깍거림이 두근거리게 하고 고개 내민 애기쑥 연둣빛 미소 처녀 가슴 울렁거리게 한다 이 뭉클함 잊히지 않아 달빛에 달구는 사랑 얘기랑 함께 오므린 젖가슴에 파고든다. -------------------------------------------------------- 계단 나이 한 살 두 살 쌓여 가고 얼굴의 주름살이 얽혀 가며 시간 낚아 심연의 숨소리도 낮아졌다 오르고 귓가에 들리는 세월도 깊어 간다 저 정상에 올라야 하는데 눈길은 앞서가지만 뒤따른 발걸음은 처지고 씽씽 달리는 자동차의 숨소리는 응원의 박수 소리인 양 정겹다 내디디는 첫 계단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서지만 이내 굴복하고 한 호흡 건네며 다독이는 마음 자락 실감나는 나이테에 머리 숙인다 저기를 가야 하는데 이제 몇 계단 남지 않았는데 사랑스런 말 건네며 그래 저기야 아침밥 먹고 나왔잖아 다독이는 숨소리가 아름답다 여정의 순례길에 오르다가 내려가는 굴곡에 움찔하다가도 바로 서서 걷는 인생길 이 계단을 오르는 아침 공기가 유달리 달콤하다 어제도 오늘도 같은 마음 기다리며 그리는 동반자의 사랑 고백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 가득 부푼 가슴 열어 그대가 가까이 오는 시간이 다가온다. -------------------------------------------------------- 안개?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 따라 스쳐가는 물안개의 춤사위 보고픔이 솟아 마음 그려내는 듯 잔잔히 퍼져 볼에 입맞춤하며 날아간다 이른 봄 갈팡질팡하던 꿈들이 꿈틀거리는 대지의 숨소리에 호시탐탐 고개 내민 시간을 재고 봄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린다 햇살이 고개 들어 다가오면 숨바꼭질하듯 요리조리 흩어지다가 윤슬 위에 잠시 쉬어 가려다 모습 감춘다 버들개지의 나풀거림에 시나브로 다가서는 여심 손짓하면 달려올 밀어 봄비에 흘려보내며 서 있다 산허리 오솔길 배회하다가 지평선 위로 고개 내민 일출 서서히 다가오면 뒷걸음질치는 듯 솔숲으로 자취 감춰 버린다 산새 울음소리가 골짜기 따라 울려 퍼지면 메아리 되어 돌아온 사랑 짙은 안개가 가리고 있던 보고픔 눈 비비며 찾아 나선다. --- 본문 중에서 |
|
작가의 말
탯줄을 끊고 울음 터트릴 때 선비가 태어났다고들 했다. 나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그러던 중 더 예쁜 사내아이 동생이 태어나고 말았다. 들리는 얘기로는 너무나 차이가 나 난 뒷전으로 물러나야 했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동생은 더 좋은 나라인 하늘나라로 가 버렸다. 그러고 나서 똑똑하고 약삭빠른 남동생이 태어났다. 그 동생이 지금 문학 강좌를 하고 있는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다.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 문학 근처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시심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하루는 음악 방송을 들었는데 짧은 사연을 적어 올리면 진행자가 고운 목소리로 읽어 주었다. 그 고마움에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일 년이란 짧은 기간에 꽤 많은 시를 썼다. 지금도 가끔 들여다보면 옛 추억이 떠오른다. 고단한 인생길을 걷는 나에게 시 창작은 조금은 사치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까 그 속에서 또 여유가 생겼다. 어느 날 지도 교수가 시 한 편을 써 보라고 권유했다. 싫지 않아 시 한 편을 완성해 건네주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수상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내 생전에 상이란 것은 처음이라 무척 기뻤다. 그게 계기가 되어 탐스런 문학회와 향그런 문학회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선배들의 실력에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부족한 것은 내 몫이라 생각하고 자존심이란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름 열심히 써갔는데 시어들이 몽땅 잘릴 때는 속울음이 흐르고 말았다. 겪어야 할 일이라고 믿고 매일 무조건 쓰면서 문학상 응모에 적극적으로 응해 보았다. 물론 문장 실력이 부족해서 당선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가뭄에 콩 나듯 당선 소식을 접하며 꽤 많은 수상을 하게 되었다. 문우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작품을 쓰고 있다. 좀 더 성숙된 언어로 꾸미려 노력하고 있다. 어렸을 적엔 꿈이 많았지만 걸리적거리는 것이 많아 순탄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취미로 바둑을 참 좋아했다. 학창 시절에 하지 않았던 공부를 뒤늦게 자격증을 준비하며 모두 합격했다. 순조로운 길을 걷는가 했는데 어느 날, 비리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해 또 다른 길을 걷게 된 시절이 있었다. 직장에서 배구 선수로 뛰어 보기도 하고 운동을 참 좋아했다. 나라에서 잘못하고 있는 것을 고치고 싶다. 지금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인생의 첫 시집을 출간할 즈음에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지도해 준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박사님에게 감사의 인사 올린다. 탐스런 문학회 문우들과 향그런 문학회 문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아들과 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