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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집

책소개

저자 소개 1

2013년 월간 [문학공간]으로 등단하였다. 강진군청에서 근무하였으며 (사)한국상록회 강진회장, 한국분재조합 광주지부 감사, 강진 온누리문학회 회원, 한실문예창작 회원이고 둥그런문학회 회장과 탐스런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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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48*210*20mm
ISBN13
9788997180769

출판사 리뷰

조정일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조정일 시인의 닉네임은 ‘웅고’이다. 마늘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곰’, 듬직한 인상과 후덕한 마음을 가진 ‘곰’, 인간사를 내려다보며 여유로운 동행을 권하는 ‘곰’, 이 곰이 바로 ‘웅고’요, ‘조정일 시인’이다.
그 외 조정일 시인을 따라붙는 별칭이 많다. 공무원 시절 ‘수산 과장’의 경력에서 다져진 물고기 지식이 많다고 하여 ‘물고기 박사’, 취미로 키운 분재 수가 늘어나 나중 퇴직한 뒤에는 분재원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해서 ‘분재원장’,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국어 교재에 실려 있는 시들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고, 또 수많은 잡다한 상식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해서 얻은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한 번 대화를 시작했다 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입담 때문에 얻은 ‘만담가’, 구수한 유머들이 줄줄이 따라다닌다 해서 얻은 ‘조삿갓’ 등의 별칭들이 그의 인격과 성품을 축약해 보여 주고 있다 할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 멋쟁이’가 바로 조정일 시인이다.
조정일 시인이 우리 ‘한실문예창작’과 인연을 맺은 지 10여 년이 되어 간다. 처음 와서부터 감칠맛 나는 유머를 구사하며 싱그럽게 시의 무대에 등장한 이래, 그는 꾸준히 시 창작 활동을 펼쳐왔다. 한동안 직장의 바쁜 일로 쉬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시의 무대에 올라 주옥같은 시들을 연달아 발표해 오고 있다.
과연 조정일 시인의 시 세계는 어떠할까. 궁금하다. 우리 함께 그의 시 세계로 신나는 탐험을 떠나 보자.

달팽이관 속을
타고 흐르는 그리움

바람 소리 스쳐가듯
안개 속을 더듬어 간다

잃을까 봐 쥐어 보는 추억 한 가닥은
손가락 빈 사이로 새어 나가고

스며드는 그림자는
또 다른 세상을 여행한다.
- 「치매」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치매를 앓고 있다. 달팽이관 속을 타고 흐르는 게 있다. 그게 그리움이다.
추억의 고통 속에서도 애틋한 그리움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바람 소리 스쳐가듯 안개 속을 더듬어 가고 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주위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문득 잃을까 봐 쥐어 보는 추억 한 가닥, 그마저 손가락 빈 사이로 새어 나가 버린다. 서서히 스며드는 그림자,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좌절에 빠지지는 않는다. 또 다른 세상을 여행한다고 여기는 시적 화자에게 달빛 같은 시심이 다가와 자리한다. 치매의 어둠 속에서도, 조정일 시인의 따스한 시선과 깊이 있는 이해의 손길이 함께하고 있다. 이 따스한 시선, 깊이 있는 이해의 손길이 바로 조정일 시인의 심성을 대변하고 있다.

무심코 쳐다본 달이
수줍은 듯 문턱 넘으면

행여 볼세라
창문 걸어 잠그고

요동치는 심장의
두 귀까지 막았으나

속삭임이 담을 넘고
볼 붉음이 어둠을 삼키니

꼬오옥
껴안을 수밖에.
- 「밀회」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수줍음 많은 처녀인 듯하다. 무심코 쳐다본 달인데도, 그 달빛이 수줍은 듯 문턱을 넘으면, 행여 누가 볼까 봐 창문 걸어 잠근다. 하지만 요동치는 심장을 어찌하랴. 당황하여 그 뛰는 심장의 두 귀까지 막아 본다. 그런데도 달콤한 속삭임은 담을 넘어 들어와 볼을 불그레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 불그레함이 어둠까지 삼켜 버린다. 이러니 어쩔 것인가. 꼬오옥 껴안을 수밖에. 조정일 시인의 장기가 십분 발휘되고 있는 시다. 조정일 시인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유머 감각, 사물을 바라보는 여유로움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자와 해학, 그리고 여백의 미가 잘 반영되고 있는 시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조정일 시인의 성품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시라서 더욱 정겹다.
특히 ‘속삭임이 담을 넘고’에서 보이는 청각 이미지(속삭임)가 시각 이미지(담을)와 근육감각 이미지(넘고)와 손잡고, 시각 이미지(볼 붉음)가 기관감각 이미지(어둠을 삼키니)와 손잡아 이루는 이미지의 입체감이 시의 맛을 한층 드높여 주고 있다.

파란 하늘에 수채화처럼
일렁이는
노오란 숨결

시린 사랑에 울어야
아름다운가

새벽 찬 서리에도
고고하다

빛 그림자 길어질 쯤에야
깨어나
여유로움을 주는 너

차가운 달빛에
더욱 요염하다.
- 「국화」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국화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내면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파란 하늘이 배경으로 깔리고 노오란 숨결이 수채화처럼 등장하여 일렁이고 있다. 왜 하필 이때 피어나는가. 시린 계절에 피어난 사랑, 시린 사랑에 울어야, 시린 사랑으로 피어나야 아름다운가. 시적 화자는 묻고 싶다. 그런데도 어둡지 않고 고고한 자태, 새벽 찬 서리에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시적 화자의 내면도 여태껏 품어온 사랑도 고고한 빛을 잃지 않고 지켜왔음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게 시린 아픔만 주는 게 아니다. 빛 그림자 길어질 때쯤에는 깨어나 여유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 여유와 여백이 있기에, 지금껏 품어온 고고한 사랑은 차가운 달빛 아래서도 더욱 요염할 수 있지 않나. 시적 화자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가 선명히 보이는 듯하다.
이 여유, 이 여백, 이 미소가 바로 조정일 시인의 내면이라 여겨도 좋을 듯하다.

밤새워 울던 그리움이
이슬 되어
비탈길에 서면

붓끝 휘어지듯
흐르는 곡선이
하늘문 열고

아스라이
돛마루는
취한 듯 가물거리고

솟대 같은 마음은
보랏빛 향기 따라
여울져 온다.
- 「각시붓꽃」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각시붓꽃 속으로 들어가 하나 되고 있다. 밤새워 울던 그리움이 이슬 되어 비탈길에 서는 때가 있다. 그게 바로 각시붓꽃이다. 각시붓꽃의 태어남이 신비롭다. 시 속에서나 가능한 아름다운 탄생, 멋스럽다. 신비로움 속에서 태어난 각시붓꽃은 시적 화자와 함께 붓끝 휘어지듯 흐르는 곡선으로 하늘문을 연다.
어찌 이리도 시적 표현이 아름다울까. 이처럼 섬세히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는 조정일 시인, 그 심성이 참 곱기만 하다. 시적 화자의 시선은 또다시 미적 가치의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스라이 각시붓꽃의 돛마루가 취한 듯 가물거리는 모습에 넋이 나간 듯 서 있다. 그때 솟대 같은 마음이 보랏빛 향기 따라 여울져 온다. 시적 표현 하나 하나가 미적 가치의 그릇에 싱그럽게 담겨 있다. 시는 이처럼 미적 가치의 그릇에 사물이나 시심을 담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시의 특질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추상(그리움, 마음)과 구상(비탈길, 붓끝, 돛마루, 솟대), 시각 이미지(보랏빛)와 후각 이미지(향기) 등의 입체화가 시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 주고 있다.

달빛의 하얀 사랑을 받으며
소슬바람의 살가운 얘길 들으며

가슴 열었을 때
까만 눈에 보송한 울음처럼

그 이전부터 우리는 끈으로 묶여
같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헐거운 세월은 끈 삭혀 늘어지고
길어진 끈 따라 멀리 날리지만.
- 「그리움」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달빛의 하얀 사랑을 받으며 소슬바람의 살가운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가슴 안에는 까만 눈에 보송한 울음이 있다. 그 울음처럼 시적 화자는 그리움의 대상과 함께 끈으로 묶여 있다. 그리고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운명을 안고 있다. 비록 세상은 헐거운 세월로 괴롭히고 끈 삭혀 늘어지게 하고 길어진 끈 따라 멀리 날리지만, 서로 운명처럼 묶여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랑은 변할 줄 모른다.
그 애틋한 사랑을 이처럼 선명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는 조정일 시인의 이미지 구현 솜씨는 수준급이다. 이러한 이미지 구현을 자유자재로 해낼 줄 아는 조정일 시인의 여생에는 시의 특질을 고루 갖춘 시들로 가득 차리라 믿는다.

밤하늘을 구워 낸다
시린 하루를 구워 낸다
회전판이 돈다
빙글빙글 돈다

모락모락
신열이 돋을 때쯤
파삭 타들어 가는 속앓이가
갈고리에 걸려 나온다

밤은 깊어가고
발소리들이 더듬거리다 멀어지면

몇 개 남은 슬픔덩어리를 누런 봉지에 넣고
쌩하니 스치는 바람에 쓸려 간다.
- 「붕어빵 장수」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붕어빵을 굽고 있다. 그것도 시적으로 굽는다. 시작부터 밤하늘을 굽는다 한다. 이왕이면 고달픈 인생까지 끌어당겨 시린 하루도 굽는다. 그걸 굽느라 회전판이 돈다. 빙글빙글 돈다. 그러다 보면 모락모락 신열이 돋는다. 신열이 돋을 때쯤 파삭 타들어 가던 속앓이가 갈고리에 걸려 세상 밖으로 나온다. 밤이 깊어가고 세상은 조용히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사람들의 발소리들도 더듬거리며 점점 멀어져 간다. 이제는 거둬야 할 시간, 시적 화자는 팔다 남은 붕어빵 몇 개 그 슬픔덩어리들을 누런 봉지에 넣고 퇴근할 준비를 한다. 그때 쌩하니 찬바람이 스쳐간다. 시적 화자는 그 바람에 쓸려가듯 자리를 뜬다. 붕어빵 장수의 모습과 그 내면이 색깔이 선명한 수채화로 그려져 있다.
시와 산문이 어떻게 다른가, 시가 어떻게 산문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가. 시의 특질이 무엇인가, 시가 왜 감성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 이미지를 더 원하는가 등에 대한 물음에 이 시는 잘 풀이해 주고 있는 듯하다. 이미지를 잘 아는 조정일 시인, 우리가 그에게 시인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겹쳐졌다 갈라졌다
수많은 눈빛과 조잘거림이 오고갔다
초침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스치고
또 스치는 동안
한 둥지에 갇힌 새가 되었다.
- 「시계추 사랑」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시계추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겹쳐졌다 갈라졌다를 반복하는 시계추, 그 때문에 수많은 눈빛과 조잘거림이 오고간다. 마치 세상사처럼. 시계추는 초침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다. 그게 반복된다. 수없이 그게 스치고 지나가는 동안 어느새 시계추와 시적 화자는 한 둥지에 갇힌 새가 되고 만다. 시계추라는 사물을 관찰하다, 시계추를 이해하게 되고, 이어 시계추를 공감하게 되고, 나아가 시계추를 새롭게 해석하게 되고, 결국에는 시계추와 하나 되고야 마는 시적 화자, 결국에는 시계추처럼 시적 화자는 시계 안에 갇힌 새가 되고 만다.
이 기법도 시의 특질로 가는 하나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시는 사물의 재해석이요 사물에 대한 이해요 공감이며, 사물과 하나 되는 시선과 가슴을 얻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조정일 시인은 이처럼 한층 시의 특질에 가까이 다가가 있고, 또 시의 특질로 가는 지름길을 이미 터득한 듯하다.

창가에 슬픈 바람이 드는
어스름 저녁
상념은 창을 넘어 고향길로 접어들고

가을빛 묻어나는 들길 한켠
아버지의 자전거에
삽자루가 걸쳐 있다

맥주 한 모금에 토마토 한 알
쳇바퀴 돌 듯하는 하루 일과는
이 한 잔이 마무리인가.
- 「퇴근길」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아버지에 대해 회상하고 있다. 창가에 슬픈 바람이 드는 어스름 저녁 무렵, 시적 화자에게 다가온 상념은 창문 넘어 고향길로 치달려 간다. 고향에서 시적 화자의 상념은 가을빛 묻어나는 들길을 만나게 되고, 그 들길 한켠에 놓여 있는 아버지의 자전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 자전거에는 삽자루가 걸쳐져 있다. 그리고 맥주 한 모금과 토마토 한 알을 떠올린다. 쳇바퀴 돌 듯하는 하루 일과가 바로 이 술 한 잔으로 마무리 되는 것인가.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애잔하게 그려내는 솜씨가 남다르다.
조정일 시인은 어느덧 시적 표현의 정점에 이르렀단 말인가. 시의 특질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가는 요즘, 산문시니 자유시니 참여시니 신춘문예시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조정일 시인은 묵묵히 시의 특질에 보다 가까운 시적 표현에 정성을 다하는 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사라지는 걸까 스미는 걸까

때론
옷고름 풀고
은근히 스며
꽃판을 간지럽히다가

때론 코끝에 찾아들어
불그레한 미소되어
가슴 흔들며 부풀어 오르다가

때론
치맛자락 휘날리며
난다
그 누구도 잡지 못할
불새 되어 난다.
- 「바람」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시인은 누구나 그러하듯 바람에 대해 관찰하고 있다. 과연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러다 바람은 사라지는 걸까, 그 무엇에 스며드는 걸까. 궁금하다. 때론 옷고름 풀고 스며 꽃판을 어지럽히는 걸 보면, 바람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게 맞는 것 같다. 때론 코끝에 찾아들어 불그레한 미소 되어 가슴 흔들어 부풀어 오르는 걸 보면, 바람은 인생이나 사랑이나 열정과 합류하여 살아가는 존재인 듯하다. 때로는 치맛자락 휘날리며 나는 존재, 그 누구도 잡지 못할 불새 되어 나는 걸 보면, 그러다 어디로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걸 보면, 결국에는 사라져 버리는 존재, 일상사와는 너무나 먼 이상향의 세계에서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여전히 궁금하다.
시적 화자는 사물에 대해 질문을 던져 놓고 슬그머니 빠져 숨어 버린다. 숙제와 질문을 떠안은 독자만이 밤 지새우며 가슴앓이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조정일 시인의 바람에 대한 시적 질문도 그러하다.

싱숭생숭한 마음
가을 창가에 걸어두면

파란 하늘은 흡입구 들이대어
빨아들이려 하고

붉은 단풍은
발목을 잡아당기고

낙엽 타고 오는
바람은 귓전을 간들거리게 스치고

덜 익은 달이
그림자 밟지 못할 즈음

억새가 현란히 그네 타며
손을 잡아끌고

깍지 낀 눈꺼풀은 혼 빠진 채
서리꽃 내려앉은 빈 들을 나선다.
- 「유혹」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을 창가에 걸어 둔다. 그러자 파란 하늘은 흡입구를 들이대어 빨아들이려고 한다. 붉은 단풍은 발목을 잡아당긴다. 낙엽 타고 오는 바람은 귓전을 간지럽게 스친다. 덜 익은 달이 그림자 밟지 못할 즈음엔 억새가 현란히 그네 타며 시적 화자의 손을 잡아끈다. 그러자 깍지 낀 눈꺼풀은 혼이 빠진 채 서리꽃 내려앉은 빈 들을 나선다. 어느 시에 이처럼 현란한 이미지가 구현된 적이 있었을까 할 만큼 이 시는 이미지 구현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왜 시에서 이미지 구현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한자리에서 다 보여 주는 듯하다.
가을 창가의 싱숭생숭한 마음, 파란 하늘의 흡입구, 발목 잡은 단풍, 낙엽 탄 바람, 덜 익은 달, 현란히 그네 타는 억새, 혼이 빠진 깍지 낀 눈꺼풀, 서리꽃 내려앉은 빈 들 등의 시적 표현이 가져다주는 신선한 표현과 이미지 구현, 놀라움을 넘어 출렁이는 감동과 아름다운 미학을 가슴에 안겨 주고 있다. 조정일 시인이 우리 독자들에게 소중한 것은 바로 이런 시적 표현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를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조정일 시집 속에 담겨 있는 몇 편의 시를 통해, 시의 특질, 시의 기법, 특히 이미지 구현의 기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그런대로 조정일 시의 특징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조정일 시인은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하여, 그 세계를 이미지 구현의 길로 안내하여 미적 가치의 그릇에 담아 놓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어려운 시어들을 동원하지 않고 우리 일상에 널려 있는 친근한 시어들만으로도 얼마든지 시적 형상화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미적 가치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겨 가능한 한 아름답게 시 속에 담아 놓으려 하고 있고, 이왕이면 유머와 해학과 풍자까지 채워 놓으려 하고 있음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는 시인의 내면과 품성이 이미 넉넉함과 여유로움과 여백의 향기를 갖추고 있고, 또 수없이 반복 훈련된 시 표현기법과 시적 형상화 능력과 터전이 갖춰진 데서 가능한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 동료 시인들이나 후배 작가들에게 늘 웃음과 해학으로 다독여 주고 키워 주고 이끌어 주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조정일 시인,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독자들 곁에 남아 아름다운 시, 감동적인 시, 여백의 미가 꿈틀거리는 시, 해학과 풍자로 다가오는 시, 인생을 넉넉하고 너그럽게 내려다볼 수 있는 관조의 시선을 만나볼 수 있는 시 등을 꾸준히 써 나가는 시인으로 남아 있기를 기원한다.
이렇게 멋스런 조정일 시인을 우리 한실문예창작 문학 동아리에 보내 주고, 탐스런 문학회에서 같이 웃고 떠들며 함께 시를 공부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시인으로 발돋음을 하려는 후배 시인들에게 따스한 손길과 시선으로 이끌어 주는 안내자를 허락해 준 하늘의 인연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조정일 제1시집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앞으로도 제2, 제3시집을 계속하여 펴내여 한국 독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독자들까지도 그 마음을 사로잡고 깊은 감동을 주기를 기원한다.
나아가 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이웃의 아픔, 꼭 챙겨야 할 시심, 그냥 지나치기에는 차마 아까운 의미, 공감해도 좋을 새로운 해석 등이 치열한 시 정신을 통해 시적 형상화로 담아내는 멋진 시인으로 우뚝 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봄비가 기분 좋게 뜨락을 적시는 월요일 아침에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전 전남대 교수,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화가, 소설가,
동화작가, 수필가, 아프리카tv BJ)

작가의 말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공항은 허허롭지만 심심치 않게 떠오르는 비행기는 나에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공항은 또 사색의 마당이다. 비 오면 비 온 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심상은 파도를 탄다.
자욱이 안개가 공항을 덮치는 날에는 나 또한 무언가에 갇혀 있는 상상 속에 탈출을 시도하고 하얀 눈이 덮이는 벌판은 매서운 시베리아를 그리기도 한다.
밖을 나서면 아파트 경비 아저씨부터 길가에 풋정거리 파는 할머니, 구수함을 파는 붕어빵 장수 등 날마다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세상의 사물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시를 접하고부터이다.
누구나 살면서 시 한 편 안 쓴 사람이 있으랴만 시를 배우고 쓰기 시작하면서 세밀한 관찰과 새로움을 발견하고 창작하는 기쁨이 인생을 거듭나 사는 기분을 갖게 한다.
이렇게 나에게 행복함을 갖게 한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박사님과 시 동아리로 안내해준 김정순 시인님, 그리고 한실문예창작 동아리, 둥그런 문학회, 탐스런 문학회 문우님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작은아버지의 부탁 아닌 명령으로 한 편 한 편 시를 보며 그림을 그려준 조카 조정태 화백님, 너무 너무 고맙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시집을 낼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심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여 이쁘고 좋은 시를 써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공항이 바라보이는 창가에서
시인 조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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