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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 시를 읊다
이수진
서영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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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집

책소개

목차

이수진 시인의 제2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 박덕은
작가의 말
祝詩 - 박덕은

1장 - 단품
2장 - 가을 호수
3장 - 산사의 노을

저자 소개

저자 : 이수진
경북 안동 태생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시 당선
[충주문학관] 문학상 장원 수상
[샘터] 시조 문학상 수상
부산문화글판 공모 수상
서래섬배 백일장 수상

상지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한실문예창작 회원
한꿈 문학회 회원
포시런 문학회 회원
꽃스런 문학회 회장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98g | 137*210*20mm
ISBN13
9788997180721

출판사 리뷰

이수진 시인의 시집 ‘사찰이 시를 읊다’에 대하여

이수진 시인의 닉네임이 ‘물안개’에서 ‘다래향’으로 바뀌었다. 어디론가 흘러가 버릴 것 같은 ‘물안개’의 이미지에서 이제는 이웃에게 향긋함으로 남고자 하는 ‘다래향’의 소망, 그 이미지가 깃들어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는 것일까.
요즘 들어, 이수진 시인의 창작 활동이 심상치 않다. 시, 시조, 가사문학, 수필 등의 장르를 넘나들더니, 충주문학관 문학상 장원 수상을 비롯하여 샘터 시조 문학상 수상, 부산문화글판 공모 수상, 서래섬배 백일장 수상 등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아프리카tv “낭만대통령의 문학 토크”에도 거의 개근하다시피 하며, 꾸준하고도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 이번에는 그동안 두루 다녔던 전국 사찰들을 시적 형상화의 그릇에 담아 놓았다. 그 시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렇게 사찰시집으로 묶어 놓으니, 참 신비롭고 신선하고 아름답다.

이수진 제1시집 『그리움이라서』 속에 펼쳐지고 있는 시의 이미지, 시의 리듬, 시상의 흐름, 시적 형상화 등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상의 시어들을 통해, 자연스레 이끌어 나가는 시어의 배치, 되도록 선명한 이미지 구현을 위해 여러 지각적 이미지들의 입체화,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새로운 해석, 구상과 추상의 적절한 배합 등과 어우러져 다채로운 사색의 길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었다. 이를 통해 시의 특질을 만나 대화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고, 독자들이 시를 만나 친숙해지고, 시 속으로 빨려들어 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안내하는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이수진 제2시집 『사찰이 시를 읊다』에서는 어떤 시의 특질을 구비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탐색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

낙엽 밟는 발걸음
저리 애틋하고

붉게 타들어 가는 기도
가슴 촉촉이 물들이네

만어산 갈바람은
운해 끌어안고

설화 묻어둔 바위는
마알간 갈빛으로 불타네

절 마당 둥근 돌 힘겨루기 나서면
연등들은 줄지어 두 손 모아 불 밝히네

웅장한 석벽 불상은 목탁 소리 휘감은 채
상흔 새겨 자리 지키고

감긴 눈 타고 흐르는 간절함
장삼 어깨에 내려앉아 미륵전 바라보네

미륵 돌에 새겨진 용왕의 아들 전설에
무서리 내리자
풍경 소리는 전각마다 흩어지네.
- 「만어사」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에게 낙엽 밟는 발걸음은 애틋하다. 또한 붉게 타들어가는 기도는 가슴 촉촉이 물들이고 있다. 시각 이미지와 기관감각 이미지와 촉각 이미지가 서로 어우러져 길을 가고 있다. 만어사로 가는 길에 시야에 들어오는 정경을 마치 시어로 스케치하듯 그려내고 있다. 운해를 끌어안은 만어산 갈바람, 마알간 갈빛으로 불타는 설화 바위, 둥근 돌 힘겨루기에 나선 절 마당, 줄지어 두 손 모아 불 밝히는 연등들, 목탁 소리 휘감은 채 상흔 새겨 자리 지키고 있는 석벽 불상, 장삼 어깨에 내려앉아 미륵전 바라보는 간절함, 미륵 돌 전설 위에 내린 무서리, 전각마다 흩어지는 풍경 소리 등등, 어느 것 하나 이미지 구현에 소홀함이 없다. 마치 이미지로 여행하는 듯하다. 시의 특질 중 하나가 ‘이미지 구현’과 ‘낯설게 하기’라 한다면, 이 시의 특질을 잘 구비하고 있는 시를 쓰고 있는 이수진 시인, 멋스럽다.

등운산 들꽃 향기
가운루에 피어나면
새털구름
우화루 내려다보며
외로움 적셔 놓네

호젓한 숲길에 노을 드리우면
누각의 솔향 흩어져
인연의 흔적 덮고
바랑 메고 들어서는 그리움은
본산 휘감아 애틋하네

계곡 가로지르는 연민
끝없이 흘러내리고
잊혀진 상흔 들춰보다
극락전 앞뜰에 오도마니 서 있네

툇마루 앉아
갈빛 먼산 바라보다
고즈넉한 풍광 끌어안으면
간절한 목탁 소리 홀로 산책하네.
- 「고운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등운산 들꽃 향기를 맡고 있다. 그 향기가 가운루에 피어나고 있다. 새털구름은 우화루를 내려다보면서 외로움을 적셔 놓고 있다. 구상(우화루)과 추상(외로움)의 어우러짐, 시각 이미지(내려다보며)와 촉각 이미지(적셔 놓네)가 절묘히 손잡고 있다. 2연에서는 시각 이미지(호젓한 숲길, 노을 드리우면)와 후각 이미지(누각의 솔향)가, 또 구상(흔적, 바랑 메고, 본산 휘감아)과 추상(인연, 그리움, 애틋하네)이 조화로움을 이뤄내고 있다. 3연에서도 계곡 가로지르는 연민(추상)이 끝없이 흘러내리다 잊혀진 상흔(구상) 들춰보더니, 어느새 극락전 앞뜰에 오도마니 서 있다(구상). 이처럼 추상의 세계를 구상의 세계로 자연스레 이미지 구현을 해놓고 있어 시를 읽어 가는 독자의 가슴에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게 해놓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시적 화자는 툇마루에 앉아 갈빛 먼산 바라보고 있다. 고즈넉한 풍경을 끌어안는 바로 그 순간 간절한 목탁 소리가 홀로 산책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미지의 역할이 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시적 화자의 내면이 실감나게 표출되고 있다.

불영산 굽이굽이 아늑한 풍경
펼쳐 놓고
철따라 무늬옷 갈아입는 꽃들
늘푸른 수행의 향기 되네

해맑은 풍경 소리
정법루에 내려앉고
사색길 이끄는 독경 소리
나그네의 마음밭을 파고드네

정갈한 소박함이 그대로
노산 폭포 장쾌한 소리 품어 안고
청솔 늘어진 일주문 밖
고색 짙은 비석은 줄지어 서 있네

소 누워 있는 형상의 영지는
우비샘 넘쳐흐르고
스님의 무명 자르는 듯한 기도 소리

사시사철 흐르는 감로수 위로 흩어지면
다층 석탑 연등 밝히네.
- 「청암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불영산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산자락에 철따라 피어나는 꽃들이 늘푸른 수행의 향기가 된다고 느낀다. 그때 들려오는 풍경 소리와 독경 소리가 마음밭으로 파고든다. 이번에는 노산 폭포의 장쾌한 소리 품어 안고, 청솔 늘어진 일주문 밖에 줄지어 서 있는 고색 짙은 비석, 누워 있는 영지, 스님의 무명 자르는 듯한 기도 소리를 만난다. 사시사철 흐르는 감로수, 연등 밝히는 다층 석탑까지 모두 선명한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수진 시인의 강점은 어느 연이나 서술에 의존하지 않고, 구석구석 이미지 구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지 않는 시적 형상화를 밀도 있게 전개함으로써, 시의 특질에 한층 가깝게 들어가 서 있다. 그리하여, 사찰의 세계를 딱딱하지 않게 친근한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뚝 솟은 기암괴석
오산 자락에
옛 이름 묻고 자리하네

담쟁이넝쿨
간절함 돌돌 말아
약사전 이끌고

대숲 소리
바위벽 끌어안고
대웅전에 내려앉네

손톱으로 새겨 놓은
선인의 흔적
기다림 되어 바람 휘감고

돌계단 발길 잡아놓고
섬진강
추억 자락 펼치면

다소곳이 모아놓은
두 손 위로
기도 소리 몰려들고

지리산 바라보는
가슴밭에
풍경 소리 흩어지면

도선굴 틈새
힘겹게 빠져나온 빛
참선하네.
- 「사성암」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우뚝 솟은 기암괴석부터 오산 자락, 담쟁이넝쿨, 약사전, 대숲, 바위벽, 대웅전, 선인의 흔적, 돌계단, 섬진강, 지리산, 도선굴 등을 이미지로 차례차례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기다림 되어 바람 휘감고, 추억 자락 펼치면, 기도 소리 몰려들고, 가슴밭에 풍경 소리 흩어지면, 힘겹게 빠져나온 빛 참선하네 등의 표현으로 구상과 추상을 자유자재로 결합시켜 미묘한 감칠맛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하여 추상의 세계가 마치 현실의 세계로 나와 살아 꿈틀거리는 듯 해놓고 있다. 시가 서술의 미가 아니라 묘사의 미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태화산 빼곡한 송림 사이로
길 한 자락 내어줄 때
참 나를 찾아가네

산수유, 자목련 향기는
이미 사라졌지만
푸른 꿈 걸쳐 있고

빛 솟아나는 할인봉 아래
오층 석탑 애틋한 목탁 소리
흘러간 세월 회상하는 듯하네

향나무 한 그루 마음에 심으니
그 향기
사바세계로 이끌고

천년 묵은 싸리 기둥 반야용선 되어
극락교 건너오는 간절한 기도
대웅전에 서려 있네.
- 「마곡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태화산 빼곡한 송림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참 나를 찾고 싶어서, 걸어가는 시적 화자에게 산수유와 자목련이 다가온다. 하지만 산수유와 자목련은 이미 사라지고 없고 푸른 꿈만 걸쳐져 있다. 빛 솟아나는 할인봉 아래에서는 오층 석탑이 서 있는데, 이 석탑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는 흘러간 세월을 회상하고 있는 듯하다. 목탁 소리가 의인화 되어, 인격체로 자리하고 있다. 이때 시적 화자는 향나무 한 그루를 마음에 심는다. 그러자 그 향기가 사바세계로 이끌어 간다. 더불어 극락교 건너오는 간절한 기도는 어느새 대웅전으로 달려가 정좌하고 있는 듯하다. 이 시에서도 후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와 시각 이미지, 구상과 추상 등의 조화로움을 기초로 한 디코럼이 빛을 발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맞게 표현 기법들을 잘 활용한 시적 형상화에 자꾸 눈길이 간다.

바랑 둘러메고 화양산 오르면
구산선문 자리잡고

너럭바위에 쌓아 올린 돌탑
간절함 서려 아려온다

용 계곡 품은 바위산
행자는 간 곳 없고
솔향은 황톳길 흩날리며 길 나서고

싸리나무는 번뇌 쓸어가며
일주문 들어선다

관솔불 피워 올렸던 노주석
화마에도 굳건히 지켜온 극락전
독경 펼쳐 읊조리고

옛 선사의 향기는
적조 탑비의 단아함 돌고 돌며 기도한다

남훈루 바라보는 오솔길이
설법 품고 침류교 건너면
산죽이 바람을 잠재우고

목탁 소리는 솔잎 스쳐
기연담에 내려앉고
마애불 신선은 미소 머금고 서 있다.
- 「봉암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바랑을 둘러메고 화양산에 오르고 있다. 구산선문을 거쳐 너럭바위에 쌓아 올린 돌탑에 시선을 멈췄다가 용 계곡 품은 바위산을 감상한다. 그리고는 솔향 흩날리는 황톳길로 들어선다. 일주문을 향하여 서 있는 싸리나무와 동행하다가 관솔불 피워 올렸던 노주석, 독경 읊조리고 있는 극락전으로 향한다. 적조 탑비를 돌고 돌며 기도하다가 남훈루 바라보는 오솔길을 걷는다. 침류교 건너 산죽을 만난다. 이윽고 만난 목탁 소리, 기연담과 마애불 신선, 그 미소까지 가슴에 담는다. 여기서도 구상(바랑, 화양산, 구산선문, 너럭바위, 돌탑, 용 계곡, 바위산, 행자, 솔향, 향톳길, 싸리나무, 일주문, 관솔불, 노주석, 적조 탑비, 남훈루, 오솔길, 침류교, 산죽, 바람, 목탁 소리, 솔잎, 기연담, 마애불)과 추상(간절함, 번뇌, 단아함, 기도, 설법)이 빈틈없이 얽혀 시적 형상화의 터널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래서 이수진 시들은 긴장이 적절히 갖춰진 시로 읽혀지는 것 같다.

어머니 품속 같은 두 물줄기
미륵 신앙 안고 흐르고

모악산 기슭에 피어난 법향이
해탈교 건너면

미륵삼존불 미소 머금고 앉아
반가이 맞이한다

고목 사이로 얼굴 내민 벚꽃향은
기도로 기쁨 안겨 주는 가람에 흩어지고
역사의 흔적 묻은 방등 계단에 법문 펼친다

미륵전은
기다림에 염주 돌리고 있고

동학 농민 꿈꾸던 강증산은 불법 품고
민중의 비원은 묵언이 된다

전각마다 자비의 빛 비추어
뭇 보살들 꿈꾸는 정토 세계 이뤄 놓는다.
- 「금산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미륵 신앙 안고 흐르고 있는 두 물줄기를 만난다. 모악산 기슭에서 피어난 법향이 해탈교를 건너고 있다. 미륵삼존불이 미소로 반가이 맞아 주고, 고목 사이에서 벚꽃향은 기도로 기쁨 안겨 주는 가람에 흩어진다. 미륵전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염주 돌리고 있고, 강증산은 불법과 민중의 뜻을 안고 묵언으로 앉아 있다. 그리고 자비의 빛 비추는 전각마다 보살들이 꿈꾸는 정토 세계가 펼쳐져 있다. 무거운 불교 용어들인데도, 선명한 이미지들과 어우러지니, 마치 친숙한 이웃에 온 듯 낯설지 않다. 불교 용어와 불교 세계마저 친근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미지 구현이 여기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시시때때로 자리하고 있는 의인화 기법(해탈교를 건너는 법향, 미소 머금고 앉아 있는 미륵삼존불, 고목 사이로 얼굴 내밀어 기도로 기쁨 안겨 주고, 방등 계단에 법문 펼치는 벚꽃향, 미륵전은 염주 돌리고, 불법 품고 묵언이 된 강증산)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수진 시인의 손에 들어가면, 모든 사물은 의인화의 기법으로 인격체로 살아나, 대화하고, 소통하고, 나아가 비전의 확대를 이뤄 놓고 있다.

해풍에 밀려오는 번뇌
가인봉에 올라 해탈에 이르고

산과 바다 어우러진 산맥은
능가산에 솟구쳐 어깨 편다

석단 위 전각들은
염주 돌리며 간절함 풀어 주고

오염된 맘을 산림욕으로 씻겨내고
봉래루에 걸터앉는다

전나무 터널 걸어가는 기도 소리
오솔길을 대웅전까지 이끌어 놓으면

괘불탱화 화려함이
불심으로 용봉도 날게 한다

눈만 바라보고 걸으라는 백의관음보살
천왕문 앞세워 두고

서해의 진주 변산반도의 법화경
펼쳐 놓고 법화 신앙 알린다

풍경 소리 내려앉으니
연못의 수련 피어나 법향 피워대고

해안선사 부도비 위 목탁 소리
흩어져 심신 달랜다

맑은 바람 그리우면 내소사 가라
나무 향기 생각나면 내소사 가라

이 문구 새겨진 도량에는
법문 소리만 가득하다.
- 「내소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번뇌가 해풍에 밀려 가인봉에 올라 해탈에 이르고 있음을 목격한다. 산과 바다와 어우러진 산맥은 능가산에서 솟구쳐 어깨를 펴고 있고, 석단 위 전각들은 염주 돌리며 간절함을 풀어 주고는 오염된 마음을 산림욕으로 씻겨낸 뒤 봉래루에 걸터앉는다. 전나무 터널을 걸어가는 기도 소리는 오솔길을 대웅전까지 이끌어 놓는다. 백의관음보살은 법화경 펼쳐 놓고 법화 신앙 알린다. 풍경 소리가 내려앉은 자리인 연못엔 수련이 피어나 법향 피우고, 해안선사 부도비 위 목탁 소리는 심신을 달래 주고, 도량에는 법문 소리 가득하다. 맑은 바람 그립고 나무 향기 생각나면 내소사에 가라. 그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시 행 곳곳에 의인화 기법과 디코럼 기법과 이미지 구현이 서로 손잡고 시의 특질을 끝까지 이끌고 있어 보기 좋다.

소백산맥 힘차게 솟아
산자수명 터전에 법등 밝히고

중창 불사 염원하는 목탁 소리
칡나무 천년 세월 돌돌 말아
일주문 들어선다

천불전 동자승은 도량에 앉아 졸며
벽계선사 설법이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난다

청신녀의 간절함은
손끝에 매달려 있고

수림 울창한 계곡의 물소리는
도피안교 건너와 선방에 들어서고

만덕전 돌담에 윙윙거리는 바람은
황악산 오르는 번뇌 이끌다 앉히며

풀잎에 앉아 시 한 구절 읊조리던
나비 한 마리
명상에 젖어 가부좌 틀고
염주 돌린다.
- 「직지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소백산맥 아래 산자수명 터전에 들어선다. 목탁 소리도 칡나무 천년 세월을 돌돌 말아 따라나선다. 일주문에 다다라 보니, 천불전 동자승이 도량에 앉아 졸고 있고, 벽계선사 설법은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가만히 바라보니, 청신녀의 간절함은 손끝에 매달려 있고, 수림 울창한 계곡 물소리는 다리 건너 선방으로 들어서고 있다. 만덕전 돌담에 윙윙거리던 바람은 번뇌 앉히고 있고, 풀잎에서 시 구절 읊조리던 나비는 명상에 젖어 있다. 마치 사찰의 정물화를 보는 듯하다. 정갈한 시어의 배치, 이미지로 그린 시어 그림, 산사의 고요로움과 생동감, 번뇌와 설법의 만남, 명상으로 이끄는 저력 등이 이 시의 매력과 특질을 이뤄내고 있다. 여기서도 낯설게 하기와 의인화 기법, 추상과 구상의 절묘한 배치 등이 각자의 역할을 톡톡이 해내고 있다.

사비성의 얼이 서려 있고
청아한 진산이 자리하고 있다

차령산맥에 뻗은 간절함 한 자락
약사여래 빛으로 품고

긴 골짜기의 묵언은
터벅터벅 걸어가며 수행한다

두 그루 고목은 산비탈에 버티고 서서
장승들의 웃음과 어우러져 애환 달래고

천년 세월 머금은 느티나무는
상대웅전 들어서다
진달래 향기에 취하고

탑 하나 없는 절 마당에는
삼베옷 입은 듯한 설선당 자리하고

베적삼 흠뻑 적신 법문은
보살의 고단함 덮는다

콩밭 매던 그리움은
칠갑산 바라보며 한숨 내쉬고

울긋불긋 산길 오르는 인연은
속세 이야기로 눈물 적신다.
- 「장곡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비성의 얼이 서려 있고 청아한 진산이 자리하고 있는 차령산맥 한 자락에 서 있다. 긴 골짜기의 묵언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며 수행하는 시적 화자. 산비탈에 버티고 서서 장승들의 웃음과 어우러져 애환 달래고 있는 고목 두 그루. 천년 세월 머금은 느티나무. 탑 하나 없는 절 마당, 삼베옷 입은 듯한 설선당, 베적삼 흠뻑 적신 법문, 칠갑산 바라보며 한숨 내쉬는 그리움, 울긋불긋 산길 오르다 속세 이야기로 눈물 적시는 인연 등등의 감미로운 시적 표현들이 모두 인격체로 자리하고 있다. 모두 이미지의 옷을 입고, 낯설게 하기와 선명함과 신선미를 내뿜고 있다. 시의 특질에서 원하고 있는 주요 요소들을 골고루 구비하고 있어, 독자에게도 시의 특질에게도 당당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바처럼, 이수진 시인의 제2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모두 다 사찰을 관찰하고, 그 분위기와 정경과 의미를 시적 형상화 해놓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의인화와 이미지 구현과 추상과 구상의 디코럼이다. 사찰로 가는 길 도중에 만나는 모든 사물들이 거의 다 의인화 되어 있다. 심지어, 풀벌레, 탑, 산맥, 물안개, 골짜기, 오솔길, 다리, 장승, 산길, 대웅전, 바람, 돌담, 물소리, 도량, 번뇌, 법향, 벚꽃향, 산죽, 탑비, 극락전, 노주석, 싸리나무, 바위산, 담쟁이넝쿨, 기암괴석, 섬진강, 돌계단, 영지, 석탑, 비석, 연민, 간절함, 새털구름, 발걸음, 갈바람, 둥근 돌, 연등, 석벽 불상, 동자승, 기도, 법문, 절 마당, 풍경 소리, 독경 소리, 목탁 소리 등까지 모조리 의인화 되어 인격체로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또한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와 후각 이미지와 촉각 이미지 등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선명하고도 상큼한 이미저리를 구현해 놓고 있다. 특히 추상과 구상의 오밀조밀한 낯설게 하기는 시 전체의 깊이와 맛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앞으로 이수진 제3시집도 기대가 된다. 탄탄한 시적 형상화를 바탕으로 시 한 편씩 탑을 쌓고 있기에, 머지않아 독자들에게 감동의 시인으로 남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보다 치열한 시 정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는 상상력, 인식의 눈길과 표상 능력의 개발, 낯설게 하기와 모순 어법으로 새로운 표현 기법 개척, 단순한 회상이나 감성, 진부한 시어 등에서 탈출하여 심층 심리를 자극하고 박력 있는 호흡이 담긴 시, 상상력의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시를 창작하기를 소망해 본다.
시 쓰기, 시와 함께하는 인생, 참 멋스럽다. 이웃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정치인에게, 지도자에게 권해 보고 싶은 시 창작 생활!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나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국회 안에서도, 청와대 안에서도, 법관들 사이에서도, 국무총리실에서도 시 창작반이 자리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다시 한 번 이수진 시인의 제2시집 『사찰이 시를 읊다』의 출간을 축하, 또 축하한다.

- 행복하고 향긋한 봄향기가 상큼하게 너울거리는 박덕은 미술관, 박덕은 문학관에서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전 전남대 교수,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시조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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