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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젬마 할머니의 주방
관리사무실
주방
발코니
차고
마당
엘리베이터
나의 방
바이러스의 방
거실과 로사나의 방
엄마의 방
출입문

에필로그
추천사

저자 소개 2

마시모 그라멜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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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simo Gramellini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에서 영향력이 큰 신문 중 하나인 [라 스타파(La Stampa)]의 저널리스트이자 부국장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한다. 대표작으로는 『동화의 마지막 구절』(2010), 『아름다운 꿈을 꿔라』(2012), 『내가 돌봐줄게』(2014), 『네가 세상에 오기 전에』(2019) 등이 있다. 그중 『아름다운 꿈을 꿔라』는 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22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어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 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 번역상을 수상했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조교수를 지냈어요. 옮긴 책으로 『너에게』 『내가 정말 그렇게 이상한가요?』 『네가 찾아올 때까지』 『행복을 선물해요 : 친절』 외 여러 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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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30g | 128*188*17mm
ISBN13
9791191560091

책 속으로

나는 처음에 바이러스가 그리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은 생일 파티를 생략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엄마는 혹시 팝콘 용기에 바이러스가 묻어오기라도 할까 봐 불안해하며 파티를 취소했다. 나는 바이러스보다 초대받고 올 친구들이 더 걱정이었다. 외부인이 내 방에 쳐들어와서 자기 것인 양 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내 일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악당이었다.

아버지는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매달은 아닌데,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기차를 타고 로마에서 밀라노로 왔다. 그는 항상 약속시간에 늦곤 했다.
끝도 없이 우울한 그 일요일이면 엄마는 나를 멋지게 차려 입히고 카를로 할아버지의 관리사무실까지 데려가 나만 그곳에 남겨두고 얼른 집으로 올라갔다. 아버지를 만나는 게 싫어서였다. 혼자 남겨진 나는 아버지가 올 때까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벌레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아버지는 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아버지가 나에 관한 몇 가지 정도는 기억하리라고 기대했지만 다음 달이 되면 그런 일들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내가 아이스크림 위에 생크림 얹는 걸 정말로 싫어한다는 사실은 밀라노의 담벼락들도 다 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매번 이렇게 물었다.
“생크림 좀 얹어 달라고 할까?”
결국 나는 로마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크림을 입에 달고 사는 다른 아들이 있는데 그 애와 나를 착각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3월 10일, 이제 거리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의식하며 잠에서 깬 그날 아침, 나 역시 ‘점프’를 해야 했고 낯선 세상에 착륙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참기 어려운 아버지가 있는 데다 절망적이게도 달아날 길도 없는 우리 집이었다.

아버지와의 동거가 시작된 뒤, 나는 온종일 침대에서 피치포를 쓰다듬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방 밖으로 나갈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갑자기 우리 집이 낯설게 느껴졌다. 딱 한 번 주방 근처를 지나다가 열려있는 주방문 사이로 언뜻 그를 보았다. 그는 해리포터 휴대폰을 귀에 딱 붙인 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그가 인사 표시로 한 손을 들었지만 그렇게 하다가 싱크대 위에 붙은 식기건조대에 손을 부딪쳤다.

텔레비전에서는 ‘봉쇄’라는 단어를 무서운 음의 외국어를 사용해서 ‘록다운(lockdow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젬마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한 층만 올라가는 일마저도 누군가 금지해버렸다. 내 의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고티 씨의 노래가 끝나자 아파트의 발코니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져 몇 초간 지속되었다. 마녀 자명종만 빼고 모두 박수를 쳤다. 자명종은 박수를 치지는 않았지만 개 두 마리를 거느리고 계속 발코니에서 아래를 감시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막 돌아온 수간호사도 박수를 쳤다. 수간호사의 밤색 머리가 커튼처럼 이마를 덮었고 미소를 짓자 뺨에 보조개가 깊게 생겼다.

탈출하고 싶다는 모두의 욕망은 점점 기약이 없어지는 기대 때문에 더 커져만 갔다. 자유로워질 시간은 기약이 없는 반면 움직일 공간은 확실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각자가 죄수처럼 자신의 공간 안에서만 움직였지만 옆집 사람의 모습만 비쳐도 뒤로 한 발 물러나야 했다.
(…) 봉쇄 조치는 부자연스럽고 폭력적이었으나 어른들은 그것이 길게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가정 하에서 부자연스럽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소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그러한 긴장감이 그들에게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불분명했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학교는 엄마의 컴퓨터로 옮겨졌지만 숙제는 예전보다 더 나를 괴롭혔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는 숙제를 집에서 했는데 이제 집에서 수업을 받으니 숙제는 학교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생각과는 반대로 접시에 담긴 펜네처럼 숙제는 전부 다 주방의 식탁 여기저기에 흐트러져 있었다. 열심히 숙제를 해치우려 했지만 엄마의 파스타처럼 결코 끝이 나지 않았다.

뉴스가 전해지고 난 이후부터 격리 생활은 그냥 일상이 되었다. 이제 아무도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밤이면 창문마다 내려진 블라인드 사이로 푸르스름한 텔레비전 불빛이 언뜻 보였다. 박수소리도 사라졌다. (…) 마치 우리 모두가 실험 대상이 된 기분이었다. 몇 시간 동안 공기를 마시지 못하고 극한의 하루를 보내야 하는 생존 실험. 사람들은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며 어떤 사람은 그마저도 못하고 거울속의 자신의 눈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 뒤에는 격리 생활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평온한 날들이었다. 이제 부모님은 서로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 마치 그날 밤의 황당한 모험으로, 가라앉아 있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던 옛 추억이 떠올랐던 것 같다. 그로 인해 평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휴전을 위한 토대는 쌓은 듯했다. 누나는 두 사람을 ‘약혼한 이혼 부부’라고 불렀다.
점심과 저녁은 여전히 각자 먹었지만 거실은 공동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란히 소파에 다리를 쭉 펴고 편안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았다. 아버지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달러〉 3부작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였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우리는 결투 장면을 흉내 내곤 했다. 나는 항상 악당 역을 맡겠다고 나섰다. 4월의 그 오후처럼 그렇게 수없이 죽어본 적은 앞으로도 없었다.

“한 가지 말해줄까?”
눈물을 닦으며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난 어릴 때 고치고 지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틀리면 공책을 찢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지. 나는 평생 그렇게 살았단다. 네가 태어났을 때, 넌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그림이었어. 하얗고 깨끗한 종이 위에 그린 그림 말이다. 그러다가 내가 실수를 했어, 마티아. 아주 많이. 난 이번에도 고치거나 지우지 않고 종이를 버렸어.”
“휴지통 보셨어요? 어쩌면 아직 거기 있을지 몰라요. 나는 종이를 구기기는 하지만 찢지는 않거든요.”
“휴지통 한 번 볼게, 약속하마.”

아버지가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마티아. 누구 돈을 훔치지 않고 말이야. 네 퍼프도 팔 필요 없고. 너와 제일 친한 친구잖아. 곁에 꼭 가지고 있으렴.”
“아빠?”
“말해봐.”
“아빠가 말하는 동안 피치포가 쭉 아빠 무릎에 앉아 있었는데 아직 재채기 안 한 거 아세요?”
“넌 날 아빠라고 부른 거 아니?”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마존 베스트셀러 ★★★★★
《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 김민주 저자 추천 도서

‘이태리 아파트먼트’에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책은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피해가 가장 컸던 이탈리아 북부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록다운 이후,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고, 멀리서 건배를 외치는 이탈리아인들의 모습을 뉴스로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소설에 담았다.
중정과 발코니가 있는 밀라노의 5층짜리 아파트. 그 곳에는 주인공인 마티아의 가족, 2층 테아네 가족, 3층 줄리오 마우로 가족, 4층 젬마 할머니, 도나티 할아버지 부부, 5층 측량사 고티 씨, 관리사무실의 카를로 할아버지가 이웃하여 살고 있다. 서로 인사만 주고받던 이웃들은 외출금지령이 내려져 아파트에 갇혀 지내게 되면서 서로의 속사정을 알아간다.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애니메이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추리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팬데믹 시대의 가족에 관한
따뜻하고 특별한 성장소설

“록다운 전의 우린 하루 중 반 이상을 가족이 아닌 이름으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았습니다. 록다운이 시작되고 한 달이 넘게 가족의 공간과 시간만이 우리에게 허락되었습니다. 그건 마치 처음으로 가족으로 살아보는 기분이었습니다.”
- 추천사 중에서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쉽게 착각하는 관계가 바로 ‘가족’일 것이다. 코로나로 외출에 제한이 생기면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어른들은 회사에 가지 않으며 서로를 마주해야만 하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끔찍이 싫어하던 사람과 집안에 격리되어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홉 살 마티아는 엄마, 누나와 함께 살며 한 달에 두 번 아버지를 만난다. 엄마와 별거 중인 아버지는 마티아의 존재를 잊고 사는 듯하다. 마티아를 만나러 오는 날마다 늦는 건 물론이고, 마티아와의 약속 역시 밥 먹듯이 잊는다. 심지어 만날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이렇게 묻는다. “생크림 좀 얹어 달라고 할까?” 마티아가 아이스크림 위에 생크림 얹는 걸 싫어한다는 건 ‘밀라노의 담벼락들도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그런 아버지와 록다운으로 인해 한 집에 갇혀 살게 된 마티아. 그들의 동거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출간 직후 아마존 15위 랭크
1017개의 리뷰가 달린 화제작!

“전염병이 우리에게 재발견하도록 해준 것을 담은 이야기!”
“아이의 눈을 통해 팬데믹 시대를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책!”
“이 책은 서로를 알아가는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2020년 12월 이탈리아 현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출간되었다. 출간 직후 아마존 15위에 랭크되었고, 지금까지 1017개의 리뷰가 달리며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마티아의 이야기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소설 속에서 마티아가 들려주는 영웅 이야기, 〈스타비스킷〉의 모험담, 할머니와의 대화, 아버지와의 화해 등을 통해 불안을 떠안고 살아가는 코로나 시대의 현대인들이 단단한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고 각자의 ‘이유’를 찾아 나가는 값진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추천평

“이 책은 마티아의 기억으로 기록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아주 오래전 그때, 우리 모두가 이태리 아파트먼트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마티아는 2080년, 손자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손자들은 할아버지의 시시한 상상 속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시시한 상상 속 그 이야기 속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전, 60년 후 마티아와 같이 이 시간을 보낸 우리의 아이들이 손주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부디 그 아이들이 믿지 못하기를 바랍니다. 그저 아주 오래전 그날의 이야기일 뿐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분명 힘겨웠지만 우린 그 순간에도 노래했고 춤을 췄다는 것을. 그 시간은 가족이 다시 가족이 되기 위한 순례길이었다는 것을." - 김민주 (『로마에 살면 어떨 것 같아?』, 『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 저자)

리뷰/한줄평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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