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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1 얇다 02 약속 03 갈증 04 왜, 또? 05 선택 06 휴학 07 수아의 시간 08 선물 09 변수 10 심부름 11 무원기숙학원 12 향기 13 최악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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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불안이 엄습해 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이리구를 보고나니, 정말 자기가 임신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느낌만 말했을 뿐인데 어쩌면 저렇게 딱 자르고 가버릴까. 몸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 p.29
몇 번 망설임 끝에 아랫배로 눈길을 옮겼다. 임신 생각에 빠져있어선지 예전보다 불룩해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교복 치마 허리가 팽팽한 느낌이 들었다. 망설임 끝에 슬그머니 손을 아랫배로 가져갔다. 정말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뒷덜미에서 땀이 흠씬 배어나왔다. --- p.35 다시 검색을 해보니 임신 5개월까지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글이 있었다. 그 글 끝에 임신한 지 오래될수록 수술비용이 비싸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만큼 위험하고 힘든 수술이라는 뜻일 거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 p.41 수아는 이리구 엄마의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미소 띤 얼굴, 그리고 칭찬 같은 말을 들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동영상에서 본 ‘십대부부’도 떠올랐다. 이리구 엄마가 그 시어머니처럼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아기를 낳아도 될 것 같았다. --- p.80 수아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부만은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건 임신 전에도 갖고 있던 생각이다. 공부를 잘해서 반듯한 직장을 잡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도 좋고, 이지영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이지영이 혼자 고생해서 자신을 키우는데 그 정도 기쁨은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 p.94 그러거나 말거나 수아는 필리핀까지 와서 남 눈치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학원의 한국 학생들과 말을 섞지 않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이곳의 누구에게도 본명을 말하지 않은 것도 다 사람들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인데 배가 불러오면서 그게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31 “너 최악이야!” 리구는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이리구의 발자국 소리가 쿵쿵 울렸다. 그 소리가 무섭다는 듯 복이는 더 울어대고, 수아는 이지영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눈물이 맺힌 서글픈 눈이었다. --- p.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