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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01 착한 아이의 덫 02 폭풍 속으로 03 낙타는 사막을 기억한다 04 위증과 화해 05 학교를 삭제하시겠습니까 06 신기루 07 출구 없는 터널 08 SOS 09 낯선 문 10 사막은 낙타를 기억한다 11 10층 폐쇄병동 12 정신 병동에도 사람이 산다 13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14 그 여자, 신은영 15 조개 패 16 운명은 가끔 장난을 친다 17 극복이 아니라 겪어내는 것 18 학교 안 요새 19 탈피 20 가장 아픈 치유 |
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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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학교폭력의 해결이나 가해 학생의 처벌 같은 복잡한 문제들은 더 이상 중요 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앞에서 아무 의미 없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오직 윤지를,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를 그 위험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그것만이 엄마에게 주어진 유일한 과제이자, 지키고 싶은 전부였다.
사막에서 낙타는 시속 64km로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쉽게 달리지 않는 이유는 체온이 올라가면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낙타가 전속력으로 뛸 때가 있다. 제 새끼를 도둑맞을 때다. 사람들이 차에 싣고 달아날 때다. --- 본문 중에서 믿음직한 눈빛을 보내더니 상담실을 나갔다. 윤지는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처음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무슨 직업을 가질 것인가가 아니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어쩌면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미루고 사는 건 아닐까. 윤지는 처음으로 닮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쫄쌤이었다. 드러내지 않고, 으스대지 않고도 타인을 감동시키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위대함이란 거대한 힘에 있지 않았다.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에 있었다. 쫄쌤은 그 모습을 윤지에게 보여주었다. 병원 생활에도 점점 익숙해졌다. 아침이면 교수님과 담당 혜정쌤을 기다리며 하루의 리듬을 찾아갔다. 꾸준한 상담이 조금씩 윤지를 편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학교폭력이라는 거대한 모래폭풍 속에서 윤지는 길을 잃습니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스스로를 보호할 방패마저 놓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막을 걷는 낙타는 그 뜨거운 모래와 갈증을 기억하면서도 결국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폭력의 아픔만을 기록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고, 상처 입은 자신을 스스로 보듬어 안는 법을 배워가는 치열한 회복의 기록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혼자만의 사막을 걷느라 발바닥이 부르튼 청소년들이 있다면, 이 책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오아시스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의 다정함은 결코 틀리지 않았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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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중학교 1학년 3반, 2학기 첫날 짝을 바꾸는 날이 되었다. 황윤지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지난 1학기 동안 윤지의 짝은 ADHD 진단을 받은 정시우였다.
그런데 윤지가 그런 시우와 짝을 하겠다고 자청한 이유는 시우와 짝을 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윤지는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는 바람에 다시 시우의 짝이 되었다. 윤지의 별명은 2학기 내내 ‘시우 엄마’가 되었다. 며칠 뒤 윤지는 교무실을 향했다. 더 이상 시우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짝을 바꿔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윤지가 시우를 돕겠다는 선한 마음은 좋았지만, 그건 순전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윤지네 반 남자애들 폭력이 터졌다. 윤지의 두 마음이 싸웠다. ‘선생님이 지금 힘들잖아. 레온이 일도 힘든데 나까지 합세할 수는 없잖아.’ 중간고사가 막 끝났을 무렵 따돌림을 당하던 세리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스토킹을 당했다. 세리와 나나는 윤지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윤지는 그들이 던지는 위협적인 시선과 공포를 수첩에 담기 시작했다. “네 가슴 만져 봐도 되냐?” 한편. 시비는 끝이 없었다. 가해자들의 잔머리와 꼼수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윤지는 2층 왼쪽 끝 2학년 1반에서 2층 오른쪽 끝에 있는 5반으로 바꾸었다. 윤지는 손목의 자해 흔적이 뚜렷하여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하지만 엄마의 정신병원 퇴원 결정으로 통원 치료를 이어갔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3학년 1학기가 되었다. 마침내 윤지는 다시 자해를 시도했다. 엄마는 윤지를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윤지가 입원한 곳은 대학병원 7층 정신과 폐쇄병동이었다. 처음 간 도시 외곽의 정신병원보다 훨씬 분위기가 나았다. 정신병원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허벅지 자해로 죽은 규아, 조울증이 심한 승아, 윤지를 성추행한 신은영 등등. 윤지가 입원한 지 47일째 되는 날이었다. 폐쇄병동에서 환자 수혜 아줌마의 눈과 마주쳤는데 윤지를 끌어안았다. 폐쇄병동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윤지는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학교는 그대로였다. 윤지는 학교에서 힘들 때면 주차장에 주차한 엄마 차 안으로 찾아 들어 차분하게 숨을 골랐다. 겨울방학과 함께 졸업식이 다가왔다. 윤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반고에 배정받았다. 윤지는 겨울방학 의료봉사자로 요양병원에서 일주일째 근무한다. 그런데 무심코 문 앞에 붙은 이름표를 보게 된다. 코마 상태의 장세리 / 18세 윤지는 휴대폰을 끄고 세리의 차가운 손을 마지막으로 잡았다. “장세리, 너는 아직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네가 없는 곳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너를 무서워하고 아파해. 그러니까 꼭 깨어나서, 네가 만든 이 사막을 똑똑히 마주해. 비겁하게 잠 속에 숨지 마.” 윤지는 마지막으로 세리의 손을 잡았다. “나 이제 갈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