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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미술실에서 눈물이 터지고 말할 수 없는 비밀 나의 소녀가 떠나던 날 삐딱해지고 말 테야! 보이지 않는 슬픔들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용기를 내야 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나비의 날갯짓은 바람을 타고 우리도 함께할게 열일곱 살의 무게를 지고 |
李圭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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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그림 앞에 좀 서 보렴. 잘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좀 말해 줄래”
선생은 그리고 있던 나체 그림 앞에 윤지를 세워놓고 물었다. 그림은 지난번보다 한결 형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 순간 윤지는 지난번처럼 또 가슴이 뛰고 얼굴이 빨개졌다. “이 그림 속 여자 어떠니? 너를 닮지 않았니” 선생이 등 뒤에 서서 물었다. “그,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윤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림을 볼 줄 모르는 데다 나체의 주인공이 자신을 닮았다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선생이 윤지의 등 뒤에 가까이 서 있는 게 마냥 어색하고 불편했다. “잘 보렴. 나는 이 그림에다 지난번에 너를 모델로 드로잉 한 이미지를 살려 네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너의그 풋풋하고 청순한 이미지가 잘 나타나지 않는구나. 그건 아마도 작가인 나와 모델인 너 사이에 아직 끈끈한 교감 같은 게 없어서겠지.” 선생은 윤지의 등 뒤로 더 바짝 다가섰다. 그리곤 윤지를 안다시피하며 손으로 캔버스에 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선생의 가슴과 윤지의등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쌤, 저 있잖아요…….” 윤지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선생의 팔에서 빠져나오려 몸을 비틀었다. “잠깐, 그냥 있어보렴. 잠깐만.” 선생은 두 팔로 윤지를 감싸 안 듯하며 말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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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어 말하는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ME_TOO #WITH_YOU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스쿨 미투’였다. 지성과 교양, 윤리를 지켜야 할 학교에서 스승이 제자를 상대로 상습적인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을 해왔다는 뉴스들이 날마다 터져 나왔다. 지금도 어디선가 선생, 목사, 교회 오빠, 계부, 배다른 오빠, 가까운 친척이나 코치, 감독 등등 수많은 강자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도 겁에 질린 채 혼자 울고 있을 수많은 소녀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어떤 큰 힘이 아니다. 어딘가에 숨어서 침묵하고 있을 또 다른 소녀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용기를 내는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앞으로 살아가는 내내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펼 수 있는 자존감을 되찾게 될 테니까. 세상을 바꾸는 건 어떤 큰 힘이 아니라,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바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이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였다. 이제 『두 소녀의 용기』를 읽고 어딘가에 숨어서 침묵하고 있을 또 다른 소녀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중 침묵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저보다 강한 자에게 억눌려있으면 침묵하게 된다. 이 소설은 무조건 용기를 내라고 강요하지 못한다. 힘든 일을 당한 이들에게 따가운 가시와 같은 시선과 칼보다 매서운 말을 견디고 용기를 내서 할 말 다 하라는 게 아니다. 그저 아주 작은 용기 하나가 여러 사람을 움직일 힘이 있다고 얘기해준다. 이 소설은 모든 사람에게 용기를 받을 수 있다고 두 명의 소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