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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축일 중 하나는 연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한겨울에 찾아온다. 태양은 들판 위를 비스듬히 비추고 논밭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계절에 축일 중의 축일, 크리스마스가 찾아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예수님이 태어난 날인 크리스마스는 가장 성대한 축일이며,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예수님이 태어난 시각인 자정부터 이미 야간 축제로 화려하게 크리스마스의 문을 연다. 자정이 되면 고요하고 어두운 한겨울의 밤공기를 가르며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손에 등불을 든 사람들도, 어둠 속에서 눈을 밝히는 사람들도, 눈 덮인 산에서부터 서리가 내려앉은 숲을 지나 바스락거리는 과수원을 가로질러 익숙한 골목길을 통해 교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마을은 온통 꽁꽁 얼어붙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 한가운데 우뚝 솟은 교회에서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삶과 지속적으로 함께하며, 나이가 들어 옛일을 회상할 때 희미하고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유독 화려하게 빛나는 추억으로 남는다. 우리는 이날이 되면 아기 예수가 오신 것을 함께 기뻐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는 한다. 아이들은 보통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깊어지면 선물을 받는다. 거실 한가운데 마련된 작은 소나무나 전나무의 아름다운 초록빛 가지에는 작은 양초들이 수없이 매달려 환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다. 이렇게 기나긴 겨울이 끝나면, 곧이어 봄이 찾아오고 또다시 끝나지 않을 듯한 지루한 여름이 시작된다. 이때쯤이면 엄마들은 또다시 아이들에게 아기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머지않아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번에도 역시 아기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올 거라고. 하지만 지난번 예수님이 다녀가신 후로 아이들에게는 영원이라고 느껴질 만한 시간이 흘렀고, 그때 느꼈던 기쁨도 이미 회색빛 안개에 휩싸인 듯 희미해진 지 오래다. 그래서 매년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똑같은 기쁨을 맛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흐뭇하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나이가 들수록 생생해지고, 그래서 지금 아이들이 맞는 크리스마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음 절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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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문학의 거장들이 들려주는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마법 같은 이야기
독일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헤르만 헤세, 빌헬름 라베, 프랑스의 기 드 모파상, 벨기에의 펠릭스 티메르망, 영국의 오스카 와일드,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와 포도르 도스토옙스키, 스웨덴의 셀마 라겔뢰프, 덴마크의 한스 안데르센 등 19세기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13인이 쓴 글을 엮은 크리스마스 앤솔러지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인「성냥팔이 소녀」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 독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낯선 이야기들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사실주의의 영향으로 이전까지의 낭만적 경향에서 벗어나 절제된 작풍으로 완성된 19세기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한 남자의 악몽 같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린 모파상의 「크리스마스이브」, 먼 세상을 볼 수 있기를 기원했지만 골수까지 박히는 도끼질의 고통과 캄캄한 다락방에서 사람들에게 잊히는 설움 끝에 황금별을 달고 가마솥 밑으로 던져지고 마는 전나무의 최후를 담은 안데르센의 「전나무 이야기」, 추운 겨울밤에 거리에서 얼어죽은 소년과 소녀가 마지막으로 본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성냥팔이 소녀」와 도스토옙스키의 「불쌍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트리」 등 얼핏 떠올릴 법한 크리스마스 동화의 해피엔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낯설지만 소박한 아름다움과 정취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이 책의 수록 작품 전체를 걸쳐 관통하는 ‘인간애’라는 주제와 ‘크리스마스’라는 소재가 적절하게 배합된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유럽의 또 다른 크리스마스의 풍경과 사랑, 추억의 시간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구성하고 있는 다수의 작품들이 쟁쟁한 대표작의 그늘에 가려져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대문호들의 소박한 작품들이기에 오히려 독자들은 감추어진 작품을 발굴해내는 기쁨을 접할 수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작품세계를 지닌 도스토옙스키와 모파상 등에게 과연 당시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어떤 시간으로 다가왔는지 살펴보는 것도 즐거움을 줄 것이다.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눈에 비친 크리스마스와 19세기 유럽의 겨울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