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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zia Deled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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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번역을 끝마칠 무렵이 되자, 엘리아스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호리호리한 몸매, 갸름한 얼굴, 하늘빛이 감도는 초록색 눈동자, 짧고 검은 머리카락, 나긋나긋한 말투. 이탈리아에서는 무리에서 튀는 사람을 일컬어 ‘검은 양’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거칠고 투박한 외모의 양치기들 사이에서 엘리아스의 모습은 정말이지 검은 양처럼 보였을 것이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지닌 그는 형의 신붓감인 막달레나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형에 대한 도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지만, 결국 형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다.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가혹한 사랑의 굴레는 점점 더 그를 옥죄어 오는데... 소설의 배경이 되는 누오로(Nuoro)는 사르데냐 섬 중앙의 오르토베네 산기슭에 있는 작은 도시로 그라치아 델레다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기도 하다. 고향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대표작들은 결혼 이후에 평생 거주했던 로마에서 탄생했다. 그녀에게 고향은 찬란한 추억이자, 지독한 저주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미지의 섬이었던 사르데냐의 원시적인 자연과 독특한 전통을 간직한 사람들을 그녀는 평생 잊지 않았고, 소설을 통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사후에 발간된 자전적인 소설 『코지마』에서 밝혔듯, 그녀는 ‘실제로부터 길어 올린 이야기’를 쓰겠노라고 다짐했고,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이야기로 엮어냈다. 엘리아스가 막달레나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는 성 프란체스코 축제는 해마다 룰라 산에서 열리는 사르데냐의 대표적인 축제다. 포르톨루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양치기이자 농부였던 당시 사르데냐 사람들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라치아 델레다는 진실주의 작가로 구분되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서 자연은 사람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하늘과 땅, 바다와 들판, 나무와 꽃,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살아 있는 모든 크고 작은 존재들을 향해 경의를 표한다. 작품 속에서 자연은 인간의 동반자이자 때로, 인도자이기도 하다. 숲을 스치는 바람의 목소리, 외눈박이 달의 시선, 나무와 바위에도 작은 귀가 달려 있는가 하면, 시냇물이 자장가를 들려주기도 한다. 양을 비롯한 염소, 말, 망아지, 개와 고양이들도 작품 속에서 쏠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고향의 풍광은 광활하고, 쓸쓸하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엘리아스 포르톨루는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형의 아내가 될 여자에게 첫눈에 반하고, 형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실수를 만회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마는 엘리아스 포르톨루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지만, 그 외에도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 형제의 사랑, 인생의 선후배 사이의 사랑, 인간과 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건 사랑이고, 사랑이며, 사랑이다. 엘리아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갑갑하고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유부단하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자꾸만 다른 길로 가는 얼빠진 양 같은 그의 모습을 보며 제발 그러지 말라고 다독거리고 꾸짖고 싶어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그를 미워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나 또한 사랑에 빠졌고, 상처를 주고받았고,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았고, 갈 바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또한 스치는 바람에도 구부러지는 나약한 갈대이기 때문이다. 나윤덕. 2023년 5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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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과 사람들에 관한 것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 Auma Sorvino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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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치아 델레다는 인간의 심리적 상태를 근원적인 것에서 찾는다. - D.H.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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