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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인의 말
6 추천사_김시철 (시인, 전 국제PEN클럽 이사장)_문학이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제1부 산골 밤 풍경 14 외할머니 15 외삼촌 16 외할아버지 17 이모부 18 아버지 20 친정엄마 21 새잡이 22 이모의 주술 24 복덩이 25 흉터 26 산골 밤 풍경 28 다락방에 두고 온 열한 살 30 천일야화 32 아기 씨앗 33 이불 속에서 발가락이 컸다 34 입술편지 36 팬티 브라자 37 무식한 아이 38 숨기장난 종쳤다 영영 종쳤다 40 토란 싹 제2부 묵어리 장닭 42 못난이 남매 43 첫사랑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44 달빛 팽이 46 도도 아가씨 48 묵어리 장닭 50 사두님 옥체 일향만강 하오십니까 52 결혼식장에서 53 전설의 하모니카 54 큰오빠 56 막내 오빠 57 어떤 한(限) 58 오동나무 궤짝 59 작은고모 60 곰국 62 칼국수의 비밀 63 멀리 보는 눈 제3부 어떤 위안 66 박경리를 읽다 68 이인분의 통곡 70 윤모촌 선생님 72 아이와 할아버지 74 어떤 위안 제4부 신선놀음 76 생명의 기하학 77 책 78 거기 누구 없소? 79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지만 80 시(詩) 1 81 신선놀음 82 시(詩) 2 83 투정 84 소설에게 85 생(生) 제5부 마지막 나들이 88 쥐새끼 90 귀향 94 언니의 과거 95 천금의 미소 96 지지배가 이게 뭐여? 97 어떤 장자 98 셋째 올케 99 한양 오빠 100 서울편물점 102 큰고모 104 마지막 나들이 제6부 가족사진 108 청님이 109 황영기 110 김지숙 112 찬경오빠 114 주한이 116 별난 이별 118 가족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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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은 엄마에게 사람들은 새댁이라고 불렀다 단정한 쪽머리에 물색 한복을 입은 엄마가 내 눈에도 새댁처럼 고왔다 양 볼에는 발그레 홍조가 떠 있고 살짝 내리뜬 눈가에는 어떤 슬픈 그늘이 드리워지고 소리 나지 않는 발걸음도 나직한 음정도 갓 시집온 새댁 같았다 입덧이 심한 임신부나 병을 앓고 난 이웃들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다며 자꾸 우리집을 드나들었다 엄마는 이웃집 산모(産母)가 아기를 낳았을 때도 산후조리를 할 때도 그들을 딸처럼 돌보았다 제사 때 쓰려고 아끼던 찹쌀 참기름 깨 미역 등 산모에게 좋다는 걸 죄 가져다 먹였다 마을 사람들은 늬 엄마 그늘 덕에 우리가 먹고 살았다고 그 어려운 시절 우리가 견뎠다고 눈가를 붉혔다 나는 요즘 와서 엄마를 다르게 생각한다 혹 외할머니에 대한 그 상처 벗어나려고 복 짓는 일에 온몸 바쳐 헌신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안쓰러움이 들 때면 나는 ‘다정한 친정엄마’가 되어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다
---「친정엄마」중에서 이모는 나를 손녀딸 대하듯 했다 첩첩 산골에 사는 12남매 이종들이 들로 산으로 제각기 일하러 나가면 이모는 나를 아궁이 앞으로 불러 앉혔다 어서 먹어라 입이 하 많아서 따루 챙겨주고 싶어도 이놈 걸리고 저놈 걸리고 우리 공주님 입에 들어갈 차례가 없으니 어서 어서 먹거라 이모는 어서 먹어라 재촉하면서 체할라 물 마시고 천천히 먹어라 그러다가 어서 먹어라 천천히 먹거라 또 어서 먹어라 애들 오기 전에 어서 먹거라 이모가 주는 그것이 뭐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초가지붕 위에서 말린 지푸라기 붙은 말랑말랑한 찐 고구마거나 찌그러진 콩엿이거나 호박 풀때기거나 호두 조금 넣은 찐빵이거나 우리집에서는 지천이어서 먹지도 않는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누가 오나 망보면서 자꾸 내 입에 먹을 것을 들이밀었다 자녀들에겐 유난히 엄한 이모부 무릎에 내가 날름 앉거나 어깨에 매달리면 이모 입에서는 연신 주술 같은 언어가 쏟아져 나왔다 아유 저년은 복도 많지 복도 많어 왼식구덜이 저년 밥이지 밥이여 내 얼굴을 씻기면서도 즤어매 닮아서 어쩌면 요렇게 뽀얗고 이쁘냐고 요년은 얼굴도 이쁘고 궁뎅이두 이쁘고 젖두 이쁘고 안 이쁜 곳이 있으야지 어휴 복두 많지 복두 많어 하며 허허허 웃었다 이모는 딸을 둘씩이나 두었는데도 그 언니들 다 커버려서인지 나만 보면 허허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이모에게 많이 웃으면 푼수뎅이라고 사람들이 숭본다고 얕보이면 안 된다고 이모의 입을 틀어막고 웃는 법을 가르치려 들었다 그래도 이모는 나만 보면 허허허 웃었다 너만 오면 집안이 환하다 여 와서 살래? 꼬드겼다 (후략) ---「이모의 주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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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사람은 누구에게나 섬 하나가 있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여기 이 이야기는 그 섬 속에서 꺼낸 이야기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고, 누군가 알까 봐 두려운, 그래서 안으로 곪아버린 상처들. 그 비밀스러운 상처를 이젠 담담하게 꺼내 햇빛과 바람에 날려 보내고 싶다. 그것이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상처에 대한 예의이며 응대일 것이다. 한(恨)이 많으면 죽을 때 힘들다고 했던가. 어쩌면 나는, 언젠가는 찾아올 나의 죽음을 편안하게 맞기 위해, 혹은 평온해지기 위해 내 안의 비밀들을 털어놓는지도 모른다.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 한 귀퉁이를 살짝 건드려 울컥 화나게 만들거나, 콧등을 찡하게 하거나, 겨자처럼 톡 쏘거나 그랬으면… 참 좋겠다. 비밀스러운 나의 상처들아 그동안 버텨줘서 고맙다. 울진 오두막 집필실에서 글꽃·민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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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최민초 소설가가 나에게 두툼한 원고 뭉치를 내밀며 “이게 어디 글이 됩니까?”라며 보아주기를 청했다 언뜻 보아하니 단시(短詩) 모음집이요, 꽤나 많은 소재를 가지고 쓴 시편들이다 잡다한 인간세사(人間世事)를 토막토막 엮은 소설적인 시 모음집 같기도 한데 두루 다 읽고 보니 소설적인 시요, 시적인 소설집 같다는 생각에 착도(着途)했다. 일찍부터 문학 장르엔 시극이 있었고, 극시라고도 엎어치기 한 글들이 한때 내로라 제법 추구하는 시인들에 의해 시도되기도 했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민초의 글은 늘어뜨리면 소설이요 줄이면 소소설(小小說), 즉 장편 시를 연상케 하니, 이 또한 스피드 시대에 걸맞은, 독서력의 곤비함을 적잖이 풀어내는 청량제라 싶기도 했다. 하여 내 딴에는 이 새로운 시도를 어찌 정의를 내릴까 궁리하다가 낯설기는 하지만 “시 소설집” 혹은 “소설 시집”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으면 어떻겠는가 싶어졌다. 어쨌거나 문학이란 끊임없이 앞을 향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숙명적 과제가 아니겠는가. 편편마다 들여앉혀 놓은 주제가 알기 쉽게 읽히는 단시(短詩)요, 또 더러는 장편소설(掌篇小說)을 요약한 소설 시를 읽는 듯하여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침없이 읽히고 재미있는 것이 이 글의 특성이다. 읽어서 뭔가 기별이 오고, 또한 느끼는 바가 있는 글이면 그게 좋은 글이 아니겠는가. 남달리 대담하고 용감무쌍한 필력을 가진 최민초 소설가에게는 뭔가 기대해도 좋을 새로운 시도라 생각한다. - 김시철 (시인, 전 국제PEN클럽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