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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일기
1 The Definition of Love · 유선혜 2 환상이라는 이불을 덮고 있는 괴물 · 강우근 3 나의 슬픔 · 김유나 4 슬픔을 말할 수 있을 때 · 황용하 5 우리의 두 발은 함정을 좋아해 · 김희수 ― 두 번째 일기 6 신이 빼앗아 갈 수 없는 것 · 김유나 7 닿지 못할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는 기분 · 황용하 8 뒤편을 기르는 일 · 김희수 9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들과 지나치게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 유선혜 10 목소리의 여행 · 강우근 ― 세 번째 일기 11 가면을 쓴 사람들 · 황용하 12 투명해지는 문 · 강우근 13 야목 · 김유나 14 Don’t Be a Drag! · 유선혜 15 비명으로 사랑하기 · 김희수 16 불의 첫맛 · 김희수 ― 네 번째 일기 17 불길 · 김유나 18 하루를 백 년이라고 생각해 봐 · 강우근 19 베껴 쓸 답지가 없다는 것은 · 유선혜 20 문 · 황용하 21 샤워해도 돼요? · 김희수 ― 다섯 번째 일기 22 Nirvana · 유선혜 23 틱택토 · 황용하 24 방화수류정 · 김유나 25 사물들의 우주 · 강우근 26 제트에게 · 김희수 ― 여섯 번째 일기 27 전화 받어 · 김유나 28 샌프란시스코에 남은 이름들 · 황용하 29 침대에 누워 카드를 덮고 · 김희수 30 불가능세계 · 유선혜 31 훌라후프를 돌리는 우리를 구경하는 유령이 있다 · 강우근 ― 일곱 번째 일기 32 영원한 이미지로 남는 꿈 · 황용하 33 고름 참기 · 김희수 34 세계라는 웃음 · 강우근 35 우리 사랑 연습도 없이 · 유선혜 36 다음 사랑 · 김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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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글자를 사랑했어. 책에 부드러운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말이야. 그 문장을 다시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며, 글자들의 세계로 날아갔어. 오늘 나는 늦잠을 사랑했고, 화분을 사랑했지. 점심시간이 지나서 몽롱하게 눈을 뜨고 풀에 물을 따라주며 사랑을 했어. 애정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이 긴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지. 물, 앵두, 추리소설, 샌프란시스코, 아빠, 고양이 그리고 시······ 점점 목록은 늘어나고······
어떤 날은 그 리스트에서 모든 것을 지워 버리고 싶어. 빨간 펜으로 그 목록에 아무렇게나 두 줄을 죽죽 그어 버리고 싶지. 애정은 투명하고 순식간에 형태를 바꾸니까. 마치 액체괴물처럼 말이야. ---「유선혜, The Definition of Love」중에서 올바름에 가까운 방식을 알면서도 나는 안 그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다가가서 사랑이라는 칼날 들이밀고 협박해. 너 내 곁에 머물러. 다른 사람이랑 놀지 마. 안 그럼 찌를 거야. 분명 폭력적이지만 나는 칼을 쥐고 있어.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나를 위하는 마음이 우선인 거야. 나 포함 대다수의 사람들은 본인 욕구에 치중하기에 상대에게 접근해서 흠집 내. 질병 아니니? 사랑하는 대상을 내 숙주로 삼고 병들게 하잖아. ---「김희수, 우리의 두 발은 함정을 좋아해」중에서 동행은 남편이었고 나는 긴 시간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어느 순간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를 맞이하기도 했어. 하지만 그런대로, 불가능의 방식으로 사랑하다 보니 이제는 이 사람과 물리적으로 헤어질지언정 영영 헤어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보는데, 그건 나의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의 어느 정도는 나인 상태가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 낭만이 아니라 절망을 인정하는 것. 그렇게 되면 신이 와서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 된 거지. ---「김유나, 신이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중에서 무뚝뚝해 보이던 사물이 부드러워지면서, 말하지 않던 사물의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사람들은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도자기가 말을 걸어서 도예가가 되고. 검이 말을 걸어서 검술사가 되고. 철봉이 말을 걸어서 체조 선수가 된 것이 아닐까.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사물 앞에서 ‘내게 말을 걸어 줘’, ‘제발 나를 가져 줘’라고 말하기도 하겠지. 들리는 것이 들릴 때까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될 때까지 목소리의 여행은 계속될 거야. ---「강우근, 목소리의 여행」중에서 사랑하는 것을 다루는 마음은 언제나 어설픈 것 같아. 문밖의 할아버지도 이게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거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잠시 멈췄어.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사람처럼. 번지점프의 줄을 꼭 붙잡은 사람처럼. 문은 열리지 않아. 언제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존재하는 걸지도 몰라.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반자성에 의해 멀어지고, 강하게 끌어안으려 할수록 힘에 겨워. 총구를 겨누는 대신 보내 주어야 할지도 몰라. 어쩌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게 사랑을 위한 태도 아닐까? 대신 멀찍이 같이 걷기만 하는 거야. 흐릿하면서도 천천히 오랫동안. 문을 두드리게 하는 무언가도 그만 놓아주어야겠지. ---「황용하, 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