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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장| 탈냉전 30년의 위기: 다시, E. H. 카를 읽는 시간 |제1부| 트럼프 현상 위치 지우기: 역사·사상·구조 제1장 잭슨주의 포퓰리즘의 귀환 제2장 미국 정치에서 반제국 전통의 계보와 트럼프 독트린 제3장 닉슨과 트럼프: 패권 하강기의 이단적 대통령들 |제2부| 트럼프 시대: 대공위기의 개시 제4장 예외주의의 위기: 트럼프 시대 미국 패권의 영혼 타락 제5장 탈근대 네트워크 주권에서 근대 완전 주권으로의 퇴보 제6장 탈단극 시대 동아시아 지역 아키텍처의 퇴행 |제3부| 바이든 시대: 역사의 변곡점? 제7장 현대 미국의 정체성 서사 경쟁 제8장 탈자유주의적 다극체제의 예고: 코로나 국면에서 미국 외교와 세계 변동 |결장| 포스트-우크라이나전쟁 시대 세계질서의 향방 에필로그 주·참고문헌·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총서 ‘知의회랑’을 총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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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밀레니얼세대 국제정치학자들이 그러하듯 필자의 지적 성장 과정의 원점에는 ‘테러와의 전쟁’ 국면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을 개전하며 건국의 아버지들의 혁명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던 네오콘들의 그 ‘똘끼’에 개인적으로 큰 ‘괴이함(puzzle)’을 느꼈기 때문에, 석박사 과정, 근 10년의 세월을 통해 미국의 예외주의와 외교전통을 공부하게 되었다. 도대체 저 ‘근자감’ 가득한 자아 서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18세기 아메리카합중국의 형성 과정에 한동안 맴돌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프롤로그」중에서 이와 같은 카의 전간기(戰間期) 해설은 탈냉전기 미국이 주도한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의 지정학적 궤적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1세기 전환기를 풍미했던 지구화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도래에 대한 담론들은 탈베스트팔렌, 초국적 공간의 탄생을 논의했으며, 강대국 간 전쟁이 더는 발발하지 않는 평화시대의 등장을 선언했다. 특히 민주주의와 시장, 국제기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는 자유주의적 패권의 존재가 영구적인 세계평화를 실현해왔다는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식의 역사비전이 사회과학이론의 형태로 유행했다. 비록 자유주의적 국제정치이론의 구체적 내용은 다소 변경되고 더 세련되어졌으나, 20세기 초 노먼 엔젤(Norman Angell)이 국가 간 전쟁을 “거대한 환상(Great Illusion)”이라고 설파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 셈이다 ---「서장 탈냉전 30년의 위기: 다시, E. H. 카를 읽는 시간」중에서 과연 미국은 결국 예외주의를 폐기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기성 엘리트 세력들이 희구하는 대로 트럼프 재임기는 일시적인 역사의 에피소드일 뿐이고, 다시 더욱 업데이트된?즉, 보다 다자주의적이고 연성권력에 기반한? 예외주의가 성공적으로 재부상하여 미국이 ‘정상적인’ 자유국제주의의 노선으로 복귀할 것인가. 물론 이는 다양한 국내외적 맥락을 배경으로 한 미국 내 사회 세력들의 정치적 경합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귀환’을 정권 차원의 슬로건으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의 최종적 성패와 2024년 대통령 선거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제4장 예외주의의 위기: 트럼프 시대 미국 패권의 영혼 타락」중에서 그러나 트럼프-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한미동맹은 탈단극시대 동아시아 지역 아키텍처의 균열 심화와 함께 또 다른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격화되어 가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우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한국이 지금 추세대로 미중 양쪽 주도의 지역 네트워크 분리나 제도균형 경쟁에 그대로 말려들어갈 경우,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딜레마는 나날이 가중될 것이다. ---「제6장 탈단극 시대 동아시아 지역 아키텍처의 퇴행」중에서 결론적으로 오늘날 미국은 일종의 “네 번째 건국”이 요구되는 역사적 계기에 도달했다고 여겨진다. 즉, 1789년 연방헌법 제정을 통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근대 공화국을 수립하고(첫 번째 건국), 남북전쟁과 재건기를 거쳐 노예제를 폐지했으며(두 번째 건국), 민권운동과 1964년 민권법 통과 등을 통해 짐 크로 체제를 혁파함으로써(세 번째 건국) 국가의 정체성을 진화시켜온 미국은 현재 반자유주의적ㆍ백인민족주의적 경향에 맞서 다시 한 번 진정한 의미에서 “다인종 민주주의” 공화국을 수립하는 제4차 제헌 국면을 구성해야만 한다. 특히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컨센서스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야만, 공고하면서도 충분히 성찰적인 민족주의 서사의 주조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이는 신자유주의적 합의를 벗어나 어떻게 1930년대 루스벨트의 뉴딜 비전을 21세기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상부와 하부 구조 차원 모두에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총체적 개혁 성패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역사적 순간을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제7장 현대 미국의 정체성 서사 경쟁」중에서 명청 교체기나 구한말에 비유할 만한 근본적인 시대 변화가 현 역사 국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그간 당연시되었던 한국 외교의 정책 패러다임이 더 이상 현실적인 해법이 되지 못할 수 있음을 깨닫고, 그 전제와 가정 전반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건국 이후 사실상 전 기간 대한민국은 미국의 압도적 현존과 패권질서를 디폴트로 삼아 외교정책을 구성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기본 조건이 거의 사라진 환경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된 국가전략 패러다임을 생산해내야만 하는 산고의 시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필로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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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
공산 진영 소멸과 걸프전 완승 이후를 풍미한 승리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평화와 번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각종 이론이 세기 전환기에 범람했었다. 미국 유일 패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와 지구화로 통합된 세계에서 강대국 간의 전쟁은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넘쳐나고, 아직도 현실주의자가 존재하느냐란 식의 조롱기 섞인 비판마저도 등장했다. 1990년대 대표적 시대정신으로서 “역사의 종언론”이 잘 예시해주듯이 당대의 행복하고 낙관적인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며, 나머지 세계가 점점 더 미국을 닮고자 열망하고 그렇게 변화할 것이라는 역사철학적 가정이 이 담론들에 (부당) 전제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전 지구적 시대 전환(global Zeitenwende)”을 목도하고 있다. 이 거시 변동의 밑바탕에는 미국 패권 시대의 종료, 이른바 단극체제의 종식이라는 극성(polarity)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탈냉전 시기의 미국 주도 국제 시스템이 중국ㆍ러시아 등과의 강대국 전략 경쟁체제로 대체됨에 따라 팍스아메리카나 자유세계질서의 거대한 요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이 같은 거시 변화가 단극시대 미국의 자유(승리)주의적 프로젝트가 야기한 과잉 팽창의 결과임을, 마치 냉전기 소련의 운명처럼 미국 역시 자중(自重)에 의한 내파(implosion) 과정을 겪고 있음을 짚어낸다. 미 패권의 하강기, 세계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대한민국은 어떤 진로를 개척해나가야 하는가. 이 책의 서사 ―다시, E. H. 카를 읽는 시간 책 전체의 이론적 준거를 소개하는 서장에서는 『20년의 위기』의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되짚은 후, 이에 비추어 실제 오늘날 지정학 영역의 위기가 어떤 형태로 심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를 통해 이 시대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 질문, 즉 현재의 세계사적 국면이 과연 전간기(戰間期, interwar period) 20년에 버금가는 혼돈 상태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긴장일 뿐 자유주의 질서는 과거의 고난 속에서도 그랬듯 다시금 부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일정한 실마리를 탐색한다. ―트럼프 현상 위치 지우기 제1부에서는 돌발적 에피소드로 치부되기 쉬운 ‘트럼프 현상’을 미국 정치운동과 사상의 계보, 국제구조 맥락에서 해명하고, 그것이 동시대 세계질서 전반에 지니는 함의를 탐구한다. 제1장이 미국 포퓰리즘 운동의 궤적 속에서 트럼프주의의 역사적 의미를 밝힌다면, 제2장은 미국사에 면면히 흐르는 반제국적 공화주의 전통에 비추어 트럼프 독트린의 핵심을 파악해본다. 제3장에서는 지금처럼 미국 패권의 하강 국면에 집권했던 리처드 닉슨의 현실주의적 대전략과 트럼프의 이단적 외교 접근법의 유사성을 비교한다. ―트럼프 시대, 대공위기의 개시 제2부는 2017~2021년 집권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적을 민족주의, 주권, 동맹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살핀다. 이를 통해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이 자유국제질서 전반의 위기와 어떻게 결부되었는지 파악한다. 제4장은 미국의 전통적인 예외주의 정체성과 대외전략에서 이탈함으로써 트럼프 정부가 야기한 국내외 혼란과 갈등을 다룬다. 이는 포퓰리즘의 자장 속에서 미국이 자기 역할 개념, 전략적 내러티브 등을 현실주의 방향으로 변환시키고 자유국제주의를 포기함으로써 전 지구적 공공재 제공 역할을 방기했을 때, 과연 어떤 세계가 도래하는가라는 화두를 제기했다. 제5장과 제6장에서는 본래 탈근대적 네트워크 주권을 추구하며 근대 베스트팔렌 질서의 극복을 지향해온 미국의 대전략 노선이 일국 중심의 주권 관념과 동맹 개념으로 ‘퇴행’했을 때, 어떤 파급 효과들이 초래되었는지를 트럼프 시기 주요 국내외 정책별로 탐색한다. ―바이든 시대, 역사의 변곡점? 제3부는 트럼프 정권에서 바이든 정부로의 이행기 과정을 추적하여, 탈단극 시대의 비전을 둘러싼 미국 내 사회 세력 간 노선투쟁이 미래의 미국 정치와 국제질서 변동에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제7장은 비자유주의적 특수 서사에 기반한 트럼프주의자들과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보편 서사를 복원하려는 바이든주의자들 간의 대결이 2020년 대선 국면부터 현재까지 국내정치적 차원에서 어떠한 전선을 형성해왔는지 살펴본다. 제8장에서는 2010년대 이후 국제정치의 메가 트렌드―탈자유질서화와 현실주의적 세계로의 진입―가 가속화되는 국면으로 팬데믹 시기를 조망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빨라진 역사의 흐름을 재감속하는 제어장치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자 했는지 검증한다. ―포스트-우크라이나전쟁 시대 세계질서의 향방 탈냉전 시기 단극체제가 다극적 전략 경쟁체제로 대체됨에 따라 팍스아메리카나에 침식이 나타난다. 결장에서는 우크라이나전쟁이 바로 이러한 전 지구적 권력균형의 변동을 드러내는 하나의 징후라고 규정한다. 이어 비자유주의적ㆍ특수주의적 문명국가들이 지역별로 구축하는, 위계적 국제질서가 상호 경쟁하는 ‘다질서 세계’의 등장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향후 출현할 세계질서의 모습을 전망해본다. 에필로그에서는 이와 같은 탈단극적 시대 전환이 대한민국의 대외전략에 시사하는 바를 밝혀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