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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면서
일러두기 〈제1부 조선조 유학자들의 이단관과 노장 개괄〉 |제1장| 유ㆍ불ㆍ도 삼교 인식 1. 들어가는 말 2. 최창대(崔昌大): 삼교의 이동(異同) 질문 3. 김치후(金致垕): 삼교 동이점 답변 4. 정도전(鄭道傳): 「심리기편(心理氣篇)」 삼교관 5. 홍양호(洪良浩): 도(道)와 천(天)을 통한 삼교관 6. 심정진(沈定鎭): 이기론 차원 삼교관 7. 전우(田愚): 도학(道學) 중심의 삼교관 8. 나오는 말 |제2장| 주자학 중심주의와 이단관 1. 들어가는 말 2. 이단관 연원과 진리 인식 3. 주자학 중심주의 개괄 4. 주자학 중심주의 비판 5. 나오는 말 |제3장| 시대별 이단관 개괄 1. 들어가는 말 2. 삼국시대 도가ㆍ도교 3. 고려시대 도교ㆍ도가 4. 조선조 초기ㆍ중기 이단관 5. 조선조 후기 이단관 6. 조선조 역대 왕들의 노장 인식 7. 나오는 말 |제4장| 이황 ‘리(理)’ 중심의 이단관과 노장 인식 1. 들어가는 말 2. 극존무대(極尊無對) 차원의 리(理) 3. 이귀기천(理貴氣賤) 차원의 노장 인식 4. 『노자』와 『장자』의 차별화 5. 조식(曺植)의 노장 성향 비판 6. 노장에 대한 선택적 수용 7. 나오는 말 |제5장| 임상덕(林象德)의 노장관 1. 들어가는 말 2. 노자와 ‘위노자자(爲老子者)’ 구분 3. 유무론을 통한 참된 도 인식 4. ‘상시민속(傷時悶俗)’ 차원의 『노자』 5. ‘발분저서(發憤著書)’로서 『장자』 6. 나오는 말 |제6장| 류건휴(柳健休) 『이학집변(異學集辨)』의 이단관 1. 들어가는 말 2. 저술 의도와 존리(尊理) 차원의 이단관 3. 노장 도론(道論) 비판 4. 나오는 말 |제7장| ‘인기위리(認氣爲理)’ 차원의 이단관 1. 들어가는 말 2. ‘인기위리(認氣爲理)’ 이단관 대두 3. ‘인기위리(認氣爲理)’와 이이李珥의 이단성 4. 송시열(宋時烈): 이이의 비이단성 증명 5. 나오는 말 |제8장| 『노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 1. 들어가는 말 2. 신흠(申欽): 『노자』 도론의 의의 3. 허균(許筠): 육경과 차별화된 『노자』 4. 윤휴(尹鑴): 『노자』의 본의 밝힘 5. 이의현(李宜顯): 용(龍)과 같은 『노자』 문장 6. 이덕수(李德壽): 『노자』의 지미지락(至美至樂) 취향 7. 이광려(李匡呂): 육경과 『노자』의 동일성 8. 신작(申綽): 문질론(文質論) 차원의 『노자』 9. 나오는 말 |제9장| 『장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 1. 들어가는 말 2. 허균(許筠): 『장자』를 위한 변명 3. 신흠(申欽): 장자 본의인 ‘불평지기(不平之氣)’ 4. 권해(權瑎): 육경과 대비되는 『장자』 5. 이현석(李玄錫): ‘오상아(吾喪我)’의 주재성 강조 6. 김주신(金柱臣): 마음 치유, 영혼 회복의 효용성 7. 성대중(成大中): 「제물론」 저술 이유 8. 김근행(金謹行): 『장자』와 『대학』의 상관성 9. 박수검(朴守儉): ‘리(理)’를 들어낸 책 10. 이익(李瀷): 음양론을 통한 『장자』 이해 11. 나오는 말 |제10장| 문예 측면의 『장자』 효용성 1. 들어가는 말 2. 『장자』 문장의 효용성 3. 『장자』의 문학적 상상력 4. ‘허실생백(虛室生白)’의 유가적 이해 5. 나오는 말 |제11장| 장유(張維)의 「설맹장논변(設孟莊論辯)」 1. 들어가는 말 2. 『계곡만필(谿谷漫筆)』: 노장 문구 심층적 이해 3. 맹자의 ‘대혹(大惑)’: ‘제물’ 사상 비판 4. 장자의 대도자연론(大道自然論) 5. 장자 대도자연론과 맹자 자연관 논쟁 6. 나오는 말 |제12장| 『노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1. 들어가는 말 2. 김시습(金時習): 인의ㆍ도덕 차원의 비판 3. 서경덕(徐敬德): 이기론 차원의 노불(老佛) 비판 4. 이언적(李彦迪): ‘무극태극론(無極太極論)’ 차원의 비판 5. 송익필(宋翼弼): 태극론 차원의 비판 6. 이문재(李文載): 하상공주(河上公注) 비판 7. 김창협(金昌協): 도기론(道器論) 차원의 비판 8. 이서(李漵): ‘근리란진(近理亂眞)’ 차원의 비판 9. 신익황(申益愰): 유무론 차원의 비판 10. 위백규(魏伯珪): ‘무형이유리(無形而有理)’ 차원의 비판 11. 서영보(徐榮輔): 도론 차원의 비판 12. 나오는 말 |제13장| 『장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1. 들어가는 말 2. 김정국(金正國): 장자 ‘물화(物化)’ 비판 3. 신방(申昉): 『장자』 ‘심술(心術)’의 문제점 4. 신후담(愼後聃): 은둔자 장자와 이단성 5. 변종운(卞鍾運): ‘환인(幻人)’과 ‘환서(幻書)’ 차원의 『장자』 6. 나오는 말 〈제2부 『노자』 주석서 연구〉 |제1장| 이이(李珥): 『순언(醇言)』 1. 들어가는 말 2. 이이의 이단관과 진리 인식 3. 『순언』의 동사정(董思靖) 『노자』 이해 수용 4. 『순언』의 요지와 진리관 5. 나오는 말 |제2장| 박세당(朴世堂): 『신주도덕경(新註道德經)』 1. 들어가는 말 2. 박세당의 학문 경향 3. 『신주도덕경』 저술 동기 4. 도(道)와 명(名)의 체용론(體用論)적 이해 5. 유무관(有無觀)을 통한 『노자』 이해 6. 기존 『노자』 주석에 대한 평가 7. 나오는 말 |제3장| 신후담(愼後聃): 「도가류(道家流): 도덕경(道德經)」 1. 들어가는 말 2. 기존 『노자』 1장 이해 방식 3. 기존 주석 문제점과 『노자』 본의 4. 『노자』와 『장자』 차이점 5. 나오는 말 |제4장| 서명응(徐命膺): 『도덕지귀(道德指歸)』 1. 들어가는 말 2. 『도덕지귀』 저술 동기 3. 처세술과 겸허(謙虛)ㆍ충허(沖虛) 4. 『도덕지귀』 분장(分章)과 조화설(造化說) 5. 『도덕지귀』 1장에 담긴 의미 6. 『도덕지귀』 1장과 태극론 7. 나오는 말 |제5장| 이충익(李忠翊): 『초원담로(椒園談老)』 1. 들어가는 말 2. 영무설(寧無說) 문예관과 양명학 3. 현성(玄聖)으로서 『노자』 인식 4. 『담로』 저술 동기 5. 특무(特無)와 독유(獨有)를 통해 본 유무관 6. 나오는 말 |제6장| 홍석주(洪奭周): 『정로(訂老)』 1. 들어가는 말 2. 『정로』 저술 동기 3. 『노자』 이해의 기본 입장 4. 『노자』 이해의 잘잘못 변석 5. 『정로』 1장과 『노자』의 도론 6. 『노자』 체도론(體道論)의 현실적 적용 7. 나오는 말 〈제3부 『장자』 주석서 연구〉 |제1장| 박세당(朴世堂) 『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 1. 들어가는 말 2. 『남화경주해산보』 주석 동기 3. 『장자』 편명 의미와 주석서 선택 4. 「제물론」에 대한 성리학적 이해 5. 진재(眞宰)와 성심(成心)의 성리학적 이해 6. 역리(易理) 차원의 『장자』 도론 이해 7. 김창흡(金昌翕): 박세당의 『남화경주해산보』 비판 8. 나오는 말 |제2장| 한원진(韓元震): 『장자변해(莊子辨解)』 1. 들어가는 말 2. 『장자변해』 저술 동기 3. 『장자변해』의 ‘내편[七篇]’ 핵심 내용 4. 기일분수론(氣一分殊論) 차원의 이단관 5. 심(心)의 미발이발론(未發已發論)과 허실생백(虛室生白) 6. ‘인기위리(認氣爲理)’ 및 ‘인심위성(認心爲性)’를 통한 비판 7. 나오는 말 |제3장| 신경준(申景濬): 『문장준칙장자선(文章準則莊子選)』 1. 들어가는 말 2. 문예 차원의 노장사상 3. 『장자』 문장에 대한 의미 부여 4. 『장자』 편명에 대한 해석 5. 기존 『장자』 주석서에 대한 이해 6. 「서장자제물론후書(莊子齊物論後)」에 보이는 『장자』 이해 7. ‘시비를 가린 장자’로 규정 8. 나오는 말 책을 마치며 참고문헌ㆍ주ㆍ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총서 ‘知의회랑’ 총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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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유학사에 전개된 학술 경향과 그 경향에 따른 이단관의 전모 및 노장 인식을 도식적으로 정리하면, 이황을 추존하는 경우와 이이를 추존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눌 수 있다. 이황을 추존하는 경우는 강력한 이단관을 견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기론 차원에서는 ‘인기위리(認氣爲理)’라는 사유로 전개된다. 상대적으로 이기지묘(理氣之妙)와 이통기국(理通氣局)을 말하는 이이를 추존하는 경우는 수용의 역사를 보이거나 선택적 차원에서 노장을 받아들인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 pp.86-87 시대가 변함에 따라 도가사상이나 불가사상에 대한 조선조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벽이단적 사유는 변하게 된다. 아울러 난세에서 인간의 처세술과 양생술, 의학, 문학, 예술, 종교 등 여러 영역에 눈을 돌려보면 도가사상은 나름대로 적극적인 기능을 발휘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조 후기에 들어서면 이런 점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왕으로서 ‘정학’을 밝히는 데 주자를 높이는 것만큼 우선 것이 없다 하고 문체반정(文體反正)을 꾀했던 정조(正祖)조차도 “노불을 이단이라 하는 것은 진실로 그 말류의 폐단을 말하는 것이지 처음 입각처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이단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노불은 유학과 함께 풍속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권면하는 공통적인 공효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본다. --- pp.130-131 허균은 『노자』의 글은 ‘경(經)’이고 그 뜻은 ‘전(傳)’이라는 관점에서, 노자가 도를 논한 것은 하늘의 핵심을 깨트렸기에 허균 자신이 윤곽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점을 공자가 노자를 평가한 것처럼 진정 용과 같다고 결론 내린다. ‘노자를 용’이라고 일컫는 것은 공자가 노담을 만났을 때 ‘노담을 용이라 부른 것’에서 연유한 것인데, 허균이 유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말인 공자가 ‘노자를 진정 용과 같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노자를 극찬한 것에 속한다. --- p.217 진리에 대한 공명정대한 입장에서 출발한 이이의 『순언』 주해는 이후 진리에 대한, 현실 인식에 대한 새로운 장을 열어 한국 사상이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게 했다. 즉, 한국 철학사에서 세계 이해의 또 다른 여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양난(兩難) 이후 숙종대를 기준으로 그 이후에 서인 소론계 학자들과 북학파 계열의 진보적 학자 관료들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길을 열어준 개척자적인 의미가 있다. --- p.427 서명응은 『노자』를 조화(造化), 양생(養生), 처세(處世)라는 세 가지 입장에서 이해하는데, 그것은 도가사상이 유가사상과 어떤 동이점(同異點)이 있는가 하는 탐구로 이어진다. 아울러 서명응은 『도덕지귀』를 통해 원형으로의 복귀를 말하고, 유(有)보다는 무(無)를 중시하는 사유를 보인다. 그리고 ‘무로써 유를 제어하는 것[以無制有]’을 말한다. 이런 사유는 일종의 ‘무로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무로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기존 사유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담겨 있고, 그것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철학을 모색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 p.539 박세당이 노장의 학설에는 성인의 대법과 일치하는 내용이 있고 그런 점은 제대로 이해했을 때 우리 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은 ‘유학의 입장에서 『노자』와 『장자』를 해석한다’라는 이른바 ‘이유석장(以儒釋老莊)’의 입장이지만, 노장이 갖는 사회적 효용성과 정치적 효용성을 제대로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세당이 노장 연구에 착안한 근본 동기는 노장과 유학 사이의 사상적 공통점에 대한 재인식이란 근본적인 학문적 지향이 있었다. 이단사상인 노장에 대한 연구가 빌미가 되어 사문난적으로 배척당할 수 있는 정치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 노장 연구를 감행한 동기에는 유가와 도가 사이의 차별성에 대한 논의보다는 유가와 도가 사이의 사상적 공유 지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 p.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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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문제의식
노장은 진리 인식의 또 다른 경로 조선은 정주이학(程朱理學, 주자학)의 세계관으로 작동되던 사회였다. 당대 유학자들의 진리 인식의 중심에는 늘 주자 성리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교조화였다. 학문은 경직되어 진리 지형은 협소해지고, 세상의 실천은 편향되어갔다. 그렇다면 이 위기 극복의 계기는 어디서 찾아져야 했을까. 저자가 조선조 유학자들의 노장 주석서들을 들여다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조선조 노장을 주석했던 유학자들-그 가운데 한원진(韓元震)을 제외하면-은 알게 모르게 주자 성리학의 교조적 사유의 문제와 한계를 노장의 사유를 통해 극복하려 했다고 강조한다. 특히 박세당(朴世堂)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는 노장 주석을 통해 정주이학에 함몰된 학문의 폐쇄성을 타개하려 했다. 서명응(徐命膺)도 주자학의 사유 틀에서 벗어나려 애썼던 조선 지식인의 실천적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의 『노자』 주석서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광명공평하게 진리를 인식하라”라는 발언이야말로 새로운 사유와 진리 인식의 가능성을 모색해나간 남다른 한국 철학사적 위상을 보여준다고 적고 있다. 요컨대 조선조 유학자들이 이른바 이단으로까지 배척당했던 노장을 읽고 주해한 이유는 바로 이렇게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에 토대를 두고 있었다. 교조화한 주자학의 폐해를 벗어나 조선조 전반의 철학적 토양이 보다 풍부해지는 계기가 이렇게 마련되었다. 조선시대 이단론의 지형 의미심장하게도 저자는 “노자는 진리[理]를 몰랐다”라는 이황(李滉)의 노자 비판으로 책의 첫머리를 연다. 이황의 이 ‘리(理) 중심’ 발언은 조선시대 노장에 대한 벽이단 인식의 골자를 이룬다. 조선조 유학자들은 ‘이기론(理氣論)’ 관점에서 노장사상을 ‘기철학(氣哲學)’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노자가 강조한) 도는 기이고, 기는 도다[道卽器, 器卽道]’, ‘만물의 본체인 이치[理]는 하나지만, 현상계의 만물에 깃든 모습은 다양하다[理一分殊]’ 등과 같은 논지를 통해, 대체로 노장의 도론(道論)과 유무론(有無論)을 비판했다. ‘리에 가까워 참된 것을 어지럽힌다[近理亂眞]’라는 평가도 이와 같은 노장 이해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유념해야 하는 건 ‘리와 기는 서로 섞이지 않는다[理氣不相雜]’라는 한 입장과 ‘리와 기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理氣不相離]’라는 또 하나의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조선시대 노장에 대한 이단관이 상반된다는 대목이다. 저자는 조선조 유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유학자-이황과 이이(李珥)-의 입장을 비교ㆍ대조하면서 그 철학적 배경을 설명해간다. 이황은 ‘리가 작용함에 기가 따른다[理發而氣隨之]’라거나 ‘기가 작용함에 리가 올라탄다[氣發而理乘之]’라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리와 기는 서로 섞일 수 없으며 기는 리에 종속된다는 전자의 입장[理氣不相雜]을 견지했다. 이는 끝내 ‘리 차원의 유학은 귀하고, 기 차원의 노장은 천하다[理貴氣賤]’의 논지로 귀결되면서, 기의 철학인 노장사상의 수용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상기한 대로 노장에 대한 벽이단 선언은 공고화되기에 이르렀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가 갖는 의미에 초점을 두었던 이이에게 노장은 꼭 부정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그는 ‘기가 작용하고 리가 그 위에 올라타는 한길밖에 없다[氣發理乘一途說]’라거나 ‘이기는 이원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理氣之妙]’라는 사유를 토대로 후자의 입장[理氣不相離]을 견지했다. 이는 기철학인 노장사상의 선택적 수용과 유학과의 공존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노장에 대한 벽이단의 굴레를 해체시켰다. 조선조 유학사에서 전개된 노장 이해의 배경이 이렇게 상반되었다. 그러니 이황의 주리철학(主理哲學)을 계승하며 벽이단 이식이 강했던 영남학파에게 주기철학(主氣哲學)을 설파한 이이는 이단일 수밖에 없었다. 조선조 노장 인식의 갈래 조선조 유학자들의 노장 이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지만, 상기한 바처럼 벽이단 차원에서 배척한 것, 유가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수용한 것[이른바 ‘이유석노(以儒釋老)’와 ‘이유석장(以儒釋莊)’의 입장],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유가사상의 대안으로 여긴 것 등 크게 세 갈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책 제1부는 먼저 조선조 사상사에 나타난 유학자들의 이단관과 세 갈래에 따르는 노장 인식의 전모부터 밝혀나간다. 세부적으로는 각 유학자들의 노장관에 대해 긍정적 평가 부분과 부정적 평가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해나갔다. 사실 조선시대 많은 유학자들이 ‘노자론(老子論)’, ‘장자론(莊周論)’과 같은 형식을 통해 노장사상의 본체를 해명하고자 애썼다. 이에 대해 저자는 『노자』의 경우, 이기론 차원에서 당대 유학자들이 노자의 도론과 유무론을 어떻게 비판했는지, 『노자』에서 수용할 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는지 분석하고 정리했다. 『장자』의 경우, 그 비판의 주된 논지였던 ‘만물제동(萬物齊同)’-만물은 도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동일하고 가치 차별이 없다-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정리했다. 아울러 문예 차원에서 『장자』가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를 다뤘다. 알다시피 유학자들도 문학성 높은 글을 짓기 위해 『장자』를 즐겨 읽었거니와 같은 맥락에서 『장자』는 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조선조 유학자들은 어떻게 노자와 장자를 읽고 주석했는가 제2부는 조선조 사상사에 기록된 『노자』 주석서와 주해서들을 분석한다. 조선시대에 체계를 갖춰 『노자』와 『장자』를 주석ㆍ주해한 책은 현재까지 『노자』 5종, 『장자』 3종으로 알려져 있다. 『노자』를 놓고 보면, 이이의 『순언(醇言)』, 박세당의 『신주도덕경(新註道德經)』, 서명응의 『도덕지귀(道德指歸)』, 이충익(李忠翊)의 『초원담로(椒園談老)』, 홍석주(洪奭周)의 『정로(訂老)』 등이다. 저자는 이 다섯 권의 『노자』 주석ㆍ주해서를 저술 동기, 진리관, 도론 및 유무론 등의 차원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가외로 이문재(李文載)의 「담기(譚記)」와 신후담(愼後聃)의 『팔가총론(八家總論)』 「도가류(道家流): 도덕경(道德經)」도 『노자』에 대한 주석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추가로 다룬다. 제3부는 조선조 사상사에 기록된 『장자』 주석서들을 분석한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장자』 주석서 가운데 그 전편을 주석한 책은 박세당의 『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가 유일하다. 여기에 『장자』 「내편」만으로도 그 전편의 내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 한원진의 『장자변해(莊子辨解)』가 더해진다. 『장자』의 문장 기법과 문학성에 무게를 두고 선별하여 일부를 주석한 신경준(申景濬)의 『문장준칙장자선(文章準則莊子選)』도 특징적이다. 저자는 이 세 권의 『장자』 주석서를 저술 동기, 문제의식, 핵심 내용 등의 차원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특히 저자는 유학자들이 각 주석ㆍ주해서에 붙인 서명의 본의가 무엇인지 궁구해보았다. ‘책 제목’에는 저자의 저술 의도와 문제의식, 그리고 진리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예컨대 『순언』의 ‘순(醇)’자, 『신주도덕경』의 ‘신(新)’자, 『도덕지귀』의 ‘지귀(指歸)’의 의미, 『초원담로』의 ‘담(談)’자, 『정로』의 ‘정(訂)’자, 『남화경주해산보』의 ‘산(刪)’자와 ‘보(補)’자, 『장자변해』의 ‘변(辨)’자와 ‘해(解)’자, 『문장준칙장자선』의 ‘문장(文章)’ 등에 주목해 그 의의를 해명해나갔다. 이와 같은 방법론을 통해, 단순히 주석자 개인이 ‘이렇게 말했다’라는 표층 차원의 설명을 넘어, ‘왜 그렇게 주석하고 해설했는가’ 하는 철학적 분석의 깊이에 가닿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목표와 의의 조선조 도가사상과 노장 주석서를 다룬 학술서나 개별 논문은 꽤 많아졌지만, 일관된 관점하에서 조선시대 노장사상의 전모를 종합적ㆍ체계적으로 다룬 전문 연구서는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작의는 여기서 발원한다. 저자는 책을 마치는 글에서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노장에 관심을 보인 근본적 이유가 무엇보다 시대를 장악한 정주이학의 경직성에 저항해 ‘참된 진리[理]’를 모색하던 치열한 고민에 있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들의 다양한 노장 인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증거들은 곳곳에서 발견될 것이다. 완고해져버린 세상의 굴레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숨길을 내고 있었던가. 노장에 대한 벽이단의 견해는 차치하고, 조선조 유학자들이 노장사상에서 유가 차원의 우주론과 수기치인으로 상징되는 실용성 및 사회성에 합치되는 지점을 찾으려 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그들의 노장 인식에 내장된 이상과 현실의 가치와 의의는 분명하다. 요컨대 그들의 노장 주석ㆍ주해서는 당시 동요하던 유가 진리관에 대한 회의를 반영하고 있었거니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형이상학적 사유를 확보하려는 의도 또한 암암리에 품고 있었다. 조선조 노장 주석ㆍ주해서를 연구하고, 여러 유학자들의 다양한 노장 인식을 재규명해야 할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