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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1부 세월을 묻다 느린 세월도 있는겁니다│이영만 _ 언론인 봉변처럼 찾아온 세월│김운경 _ 드라마 작가 나는 내 나이를 모른다│김성근 _ 야구감독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권태호 _ 기자 세월이 공평한 까닭│김봉석 _ 문화평론가 나이를 먹다, 나이가 들다│김교빈 _ 철학자 몸 그릇에 세월을 담다│강신익 _ 인문의학자 세상에서 가장 못된 '늙은 놈'│김욱 _ 번역가 2부 사람을 묻다 슈퍼맨과의 산책│조재룡 _ 문학평론가 다른 사람들의 '1만 시간'까지 끌어 안다│오귀환 _ 언론인 킹메이커에서 모두의 참모로│이철희 _ 정치평론가 볏들과 함께 우울증과 분투하다│함규진 _ 인문학자 세월이 쌓일수록 분명해지는 것│신주영 _ 변호사 내가 잊지 못하는 세 사람의 군인│김수동 _ 방송인 3부 시간을 묻다 오늘이 가장 ?은 날이다│박창희 _ 언론인 '신노인'이라는 운명론│김욱 _ 번역가 화석 혹은 세월의 유산│김경훈 _ 트렌드분석가 어느날 나는 인도로 갔다│함성호 _ 시인, 건축가 단풍은 왜 아름다운가│진우석 _ 여행작가 사회가 모아 보낸 세월│김연철 _ 통일학자 카이로스, 사랑과 우정의 시간│정태식 _ 사회학자 지은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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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1부 세월을 묻다 느린 세월도 있는겁니다│이영만 _ 언론인 봉변처럼 찾아온 세월│김운경 _ 드라마 작가 나는 내 나이를 모른다│김성근 _ 야구감독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권태호 _ 기자 세월이 공평한 까닭│김봉석 _ 문화평론가 나이를 먹다, 나이가 들다│김교빈 _ 철학자 몸 그릇에 세월을 담다│강신익 _ 인문의학자 세상에서 가장 못된 '늙은 놈'│김욱 _ 번역가 2부 사람을 묻다 슈퍼맨과의 산책│조재룡 _ 문학평론가 다른 사람들의 '1만 시간'까지 끌어 안다│오귀환 _ 언론인 킹메이커에서 모두의 참모로│이철희 _ 정치평론가 볏들과 함께 우울증과 분투하다│함규진 _ 인문학자 세월이 쌓일수록 분명해지는 것│신주영 _ 변호사 내가 잊지 못하는 세 사람의 군인│김수동 _ 방송인 3부 시간을 묻다 오늘이 가장 ?은 날이다│박창희 _ 언론인 '신노인'이라는 운명론│김욱 _ 번역가 화석 혹은 세월의 유산│김경훈 _ 트렌드분석가 어느날 나는 인도로 갔다│함성호 _ 시인, 건축가 단풍은 왜 아름다운가│진우석 _ 여행작가 사회가 모아 보낸 세월│김연철 _ 통일학자 카이로스, 사랑과 우정의 시간│정태식 _ 사회학자 지은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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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그냥 흘러가버리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쓸모없는 세월이란 없습니다. 공자가 논했듯 세월이 쌓여 40에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불혹不惑), 50에 하늘의 뜻을 알고(지천명知天命), 60에 순리대로 살게 되고(이순耳順), 70에는 하고 싶은 대로 다해도(종심從心)되는 겁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지요.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전쟁통에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았습니다. 젊은 말은 빠르지만 늙은 말은 지름길을 압니다. 세월은 지혜입니다. 머물지 않는 세월, 나이 듦은 복입니다. --- 이영만, 「느린 세월도 있는 겁니다」 중에서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작은 암자, 곰자리 절. 그 절 옆에는 주지스님이 해다놓은 나무더미가 세 무더기 쌓여 있다. 왜 이렇게 나무 욕심이 많으냐고 여쭈었더니 스님 왈, “요거는 올 겨울에 땔 거구요. 이거는 나 죽으면 다비할 때 쓸 거. 또 한 무더기는 새 스님 들어오면 쓰라고 할 겁니다.” 스님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나무 세 더미의 의미를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내 나이도 내년이면 육순이다. 세월은 유장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빛과 같이 짧은 것이다. 인생이란 낡은 여인숙의 짧은 하룻밤이라고 한다. 그 여인숙에서 만난 찰나의 이웃들에게 되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내 운명이다. 또한 그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살면서 돕고, 베풀어야 함은 물론이다. --- 김운경, 「봉변처럼 찾아온 세월」 중에서 나는 내 나이를 모른다. 우리 연배의 사람들이 나이를 깊이 염두에 두고 있으면 이미 죽은 목숨이다. 나이를 의식한다면 이미 갈 날을 생각하는 것이다. 내일 할 일만 그리고 내가 할 일만 눈앞에 있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생활의 수단으로만 여긴다. 그러면 안 된다. 일 그 자체가 즐겁고, 그 안에서 뭔가를 자꾸 하고 싶어야 한다. 그 속에 빠져 있어 보라. 일에 빠져 있으면 세월이라는 것, 나이라는 것은 아무 상관도 없다. 일을 생활의 수단으로 삼으니까 갑갑한 거다. --- 김성근, 「나는 내 나이를 모른다」 중에서 아무튼 새해 첫 일로 유서를 써두겠다고했다. 그러면서 유서를 쓰려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죽음을 대비해둠으로써 남은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게 될 것 같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신데 내가 어찌 감히 먼저 갈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라도 유서를 쓰는 것은 나이 들면서 풀어지기 쉬운 내 스스로를 다잡는 방법인 셈이다. --- 김교빈, 「나이를 먹다, 나이가 들다」 중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도 30년이 넘었다. 그 세월은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에, 두꺼워진 돋보기에, 늘어가는 주름살과 검버섯에 그리고 이따금씩 눈치없이 벌떡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지하철 속 젊은이들의 모습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흰 머리카락과 주름살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어서 그 변화를 한꺼번에 느낄 수가 없지만, 나를 노약자 취급해 자리를 양보하려는 젊은이를 만났던 사건은 30년 세월의 무게가 한꺼번에 들이닥친 충격적 경 험이었다. 내가 아는 나와 남이 보는 나의 모습이 이렇게 다르다니! 나는 내 몸과 마음속에 세월을 쌓아두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은 내 몸의 겉모습을 보고 흘러가버린 세월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쌓이는 세월과 흐르는 시간의 어긋남이다. --- 강신익, 「몸 그릇에 세월을 담다」 중에서 벽을 깨고 다시 한 번 세상과 충돌해보자. 여든이 넘은 내가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충고는 이 나이 먹고도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 천지며, 신기한 것 투성이며,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이 있어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야구 명언 중에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인생과의 싸움은 끝이 없다. 그리고 패자도 없다. 내가 인생을 이겨버린다면 나는 승리자가 된다. 내가 인생에게 패한다면 승리자는 나의 인생이 된다. 손해볼 것 없는 이 싸움에서 꼬랑지를 말고 도망쳐 숨는다니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 김욱, 「세상에서 가장 못된 ‘늙은 놈’」 중에서 서른이 지나도 변한 것은 많지 않았다. 직업을 갖게 되고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여전히 서툴고 위태롭고 조잡했다. 문득 서른이 넘어 과거를 돌아보니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 시절 청춘의 날들은 참 어렸구나.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다면 좋았을 걸을. 하지만 세월이란 건 무심하다. 어느새 서른을 지나고, 마흔을 지나 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나칠 때는 미처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세월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것인지 알게 된다. 자연처럼 세월은 무심하기에 잔인하다. 그런데 그 잔인함 때문에 간혹은 위안을 받기도 한다. 세월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내가 어떻게 세월과 동고동락 했는지에 의해 내 인생이 결정되었다. --- 김봉석, 「세월이 공평한 까닭」 중에서 계절이 바뀌면 목련이 만발하고 철쭉이 구석구석에 붉은 물감을 풀어놓는 캠퍼스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도, 목련이 피었는지 아니면 핀 것이 개나리인지, 붉은 게 철쭉인지 진달래인지 도통 관심을 갖지 못하는 나 역시, 슈퍼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가. 슈퍼맨이나 나나 모두 주위를 둘러보는 일에 게을렀다고 말해야 하나. 해가 뜨고지는 저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계가 울리지 않았더라면, 달력이 없었더라면,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필경 나는 영원한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 --- 조재룡, 「슈퍼맨과의 산책」 중에서 이병률 시인의 시 ‘면면’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이라고 글자를 치면/ 자꾸 삶이라는 오타가 되는 것/ 나는 그것을 삶의 뱃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삶,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감이 살아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 정도전이 백성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희망을 품었듯이 나는 방송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미래를 기획하리라. 나는 지금 누군가의 참모가 아니라 모든 이의 참모다. --- 이철희, 「킹메이커에서 모두의 참모로」 중에서 우리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렇구나, 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새롭게 얻은 것이 아니라 이미 스스로에게 있었던 것이다. 단지 의식에 의해 가려져 있었던 것뿐이다. 스스로의 안에 없는 것들은 어떤 수를 써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우리 안에 없는 것은 없다. 의식이라는, 시간에 예속된 때를 벗겨내면 거기에 모든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꿈은 잠재된 의식의 발현이 아니라 시간이 사라짐을 경험하는 마당이다. 꿈에는 모순이 없다. 아파트 창문으로 고래가 헤엄치고, 친한 벗이 아들이 되기도 한다. 그것을 모순으로 느끼는 것은 우리의 끈질긴 의식이다. --- 함성호, 「어느 날 나는 인도로 갔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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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달][옥이 이모][짝패]의 김운경, ‘야신’ 김성근, 『동양철학 에세이』의 김교빈, [썰전]의 이철희, 인문의학자 강신익, 시 쓰는 건축가 함성호….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20명의 필자들이 전해주는 따듯한 세월론. 시답잖은 세월 타령을 꾸짖으며, 나이 듦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21편의 글이 실렸다. 개인적인 소회를 풀어놓은 글부터 학문적인 탐구의 자세까지 내용과 스타일의 차이가 뚜렷하며, 또 나이대도 여든다섯부터 마흔다섯까지 넓게 펼쳐져 있어 세월과 시간의 의미를 묻고 탐색하는 데 있어 지침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봄이 여인네 치마에서 온다면, 나이는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김운경 작가에 따르면 어느 날 나를 부르는 호칭에서 잊고 지냈던 나이가, 살아왔던 세월이 불쑥 들이닥친다. 할아버지, 아버님, 영감…. 김운경 작가는 봉변처럼 찾아온 호칭들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쌉싸름한 세월론을 들려준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기억하는 짧은 문장들은 아릿하다. “생전에 어머니께서는 늙은 호박을 앞에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늙어서 좋은 것은 호박밖에 없다. 반질반질 때깔이 장히 고우냐.’ 어머니, 나무도 늙을수록 좋아요. 오래 묵은 나무 주름이 얼마나 멋있는데요.” 작가는 강릉 곰자리 절 주지스님의 나뭇단 세 더미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나를 태울 다비의 나뭇단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아직도 자신의 야구에 불만이 많다. 다행인 것은 그 불만을 스스로 고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나이 숫자를 외우는 것은 무기력한 이들이나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일 할 일이 있는지, 내가 할 일이 있는지만 신경을 쓰란다. 영원한 ‘현역’으로서의 기개가 넘친다. 20명의 필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지금도 현역으로 한창 활동 중인 번역가 김욱 선생이다. 1930년생이니, 2014년이면 여든다섯이다. 그래도 사십대, 오십대의 젊은(') 동종업계 경쟁자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책을 읽고 사전을 뒤적인다. 김욱 선생은 ‘신노인’의 운명론을 이야기한다. 국가와 민족, 사회의 틀 안에서 정해졌던 사회적 운명은 끝났으니 이제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운명을 살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못된 늙은 놈’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책에는 세월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은 글만이 아니라 세월과 시간의 의미에 대한 다양한 접근도 담겨 있다. 인제대 김연철 교수는 개인의 시간이나 세월에 대한 감상 대신 ‘사회적 세월’로서 분단 60여 년의 역사적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종교사회학자인 경북대 정태식 교수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시간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를 이야기하고 있다. 의미가 충만한 카이로스의 시간이 당도하기 위해서는 우정과 사랑을 통한 합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언론인 오귀환 선생은 항우와 유방의 결전을 시간관의 대립에서 찾는다. 지금 그리고 과거에 집착하던 항우와 달리 유방은 미래를 품을 줄 알았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1만 시간’ 그 열정과 전문성까지를 끌어안아 승자가 된 것은 유방이었다. ''108가지 결정'', ''왕의 투쟁'' 등 다수의 대중역사서와 정치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영미권 저작을 10여 권 번역해온 함규진 서울교대 함규진 교수는 마흔 입구에서 겪었던 본인의 우울증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 끔찍한 시간들에서 탈출하는 매뉴얼의 핵심은 바로 맘 놓고 징징거리며 내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지기 네 명이었다. 이 책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역시 희망과 격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세월은 약이고, 경험이고, 지혜이다. 세월은 쓰는 사람의 몫이다. 시간을, 세월을 어떻게 써야 할까. 이제 그 물음에 대한 21편의 답을 읽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