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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병수첩
화환 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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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이 사람을 죽였다.
이 주판이나 놓고 편지나 쓰고 하던 맵시나고 아름다운 손이 사람을 죽였다! 전쟁 마당에서 한 병정이 적병 몇 백쯤을 죽였다니기로서니 무엇이 신기하고 무엇이 이상하랴만 이 맵시나는 손으로 잡은 총검이 적인 호주 출신의 영국군의 가슴에 쿡 틀어박혀서 그를 즉사하게 한 것이다. 무슨 은원이 있을 까닭도 없고 무슨 이해관계가 있을 까닭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 단지 나는 일본군의 한 사람이고, 저는 영국군의 한 사람이라는 인연으로 오늘 내 칼 아래 가련한 죽음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 칼이 만약 10분의 1초만 늦었더라면 그의 칼이 내 가슴에 박혀서 내가 도리어 가련한 죽음을 할 것이 아니었던가. 전쟁이란 이런 것인가. 나는 그를 왜 죽였나. 그는 왜 나를 죽이려했는가. 이런 소리는 너무도 평범하다. 다만 검티티하고 태산 같은 호주인이 납함(?喊)을 하며 우리를 향해 습격해오고, 우리 역시 돌격 호령 아래 적진을 향하여 쇄도할 때에 무아무중으로 달려간 뿐이지 이 전쟁 이겨야 하겠다든가 져서는 안 된다든가 그런 생각은 할 여지가 없었다. --- “학병수첩” 중에서 잠결에 웅성웅성하는 소리를 듣고 효남이가 곤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새벽 2시쯤이었다. 그가 잠에 취한 눈을 어렴풋이 뜰 때에, 처음에 눈에 뜨인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어린 마음에 안심을 하면서 몸을 돌아누울 때에 두 번째 눈에 뜨인 것은 아버지였다. 효남이의 다시 감으려던 눈은 그 반대로 조금 더 크게 떠졌다. 아버지는 어느 길을 떠나려는지 차림차림이 길 떠나는 차림이었다. 그것뿐으로도 어린 효남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넉넉할 텐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바라보는 얼굴은 과연 이상한 것이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험상스러웠다. 어머니의 얼굴에는 눈물의 자취가 있었다. 그리고 서로 바라보는 두 쌍의 눈 거기에는 공포와 증오와 애착과 별리가 서로 어울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잠에 취한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던 효남이는 자기도 모르는 틈에 또다시 곤한 잠에 빠졌다. --- “화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