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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배경은 2001년 영국의 시골 마을 셴스테드. 소수의 가구만이 상주하고 있고 나머지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주말별장만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어느 날 이곳 장원 저택의 안뜰에서 제임스 로키어-폭스 대령의 부인 에일사가 잠옷만 걸치고 죽은 채 발견된다. 에일사의 죽음을 계기로, 로키어-폭스 가문의 어두운 가정사와 감춰졌던 비밀들이 차례로 드러나고, 동시에 마을에는 폭스 이블이라는 사내가 이끄는 부랑자들이 캠핑카를 몰고 들어와 마을 빈터를 무단점유한다. 대령의 골칫거리 아들인 레오와 사생활이 문란했던 딸 엘리자베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사생아이면서, 소문이 날까 두려워한 에일사가 멀리 입양시켰던 낸시. 그리고 의문의 사나이 폭스 이블, 거기에다 이기적이고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 이들 모두가 에일사의 죽음이 촉발시킨 기묘한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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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네트 월터스와《폭스 이블》
이 소설의 작가 미네트 월터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뒤를 잇는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이다.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마흔 살의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데뷔한 그녀는 첫 작품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존 크리시상(신인장편부문)을, 두 번째 작품으로 에드거 앨런 포상을, 세 번째 작품으로 황금단도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후에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둬 거의 모든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그녀가 쓴 절반 이상의 소설은 영국에서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미네트 월터스의 아홉 번째 소설이자 그녀에게 두 번째 황금단도상을 안겨준《폭스 이블》은 월터스 작품세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파헤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어떤 사건의 진상이나 범인만은 아니다. 작가는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인간 마음의 어두운 영역을 파헤치는 데 더 천착한다. 이 소설은 영국작가의 작품답게 빼어난 묘사력과 치밀한 플롯, 등장인물의 섬세한 성격구축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 작가는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한 인간관계와 인간 심성의 어두운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들춰내어 그것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이 작품의 사건이나 인물들은 결코 단순하거나 단선적이지 않다. 사건의 전모는 모호한 채로 열어두고, 인물들은 한결같이 이중적이고 다층적으로 그려진다. 가령,《폭스 이블》의 중심사건은 에일사의 죽음이지만 그 죽음의 정황은 암시만 될 뿐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낸시의 생부가 누구인가라는 점도 끝까지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자선사업에 열심이던 에일사나 그 난봉꾼 아들 레오도 단지 선하거나 단지 악한 인물은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사건의 배후인물로 밝혀지는 줄리안이나 대령 집안의 하녀 베라 등도 결코 단순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인 미네트 월터스는 의문의 죽음의 진상과 그 범인을 향해 서서히 접근해 가면서, 위선적인 가면 뒤에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잔인하고 추악한 본성을 치밀한 구성으로 들춰낸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붕괴되고 뿔뿔이 흩어졌던 한 가족의 화해와 회복으로 결말을 맺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