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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역자 후기: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 그리고 삶과 죽음 |
Natsume Soseki,なつめ そうせき,夏目 漱石,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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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간이란 놈들은 자기 역량을 뽐내며 우쭐대기에 바쁘다. 인간보다 더 강한 존재가 나타나 혼쭐을 내지 않는 이상, 앞으로 어디까지 더 우쭐댈지 모른다.
--- p.17 고양이에 대해서는 역시 고양이가 아니면 모른다. 인간이 아무리 진화했대도 이것만은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들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 믿고 있는 것처럼 그리 대단하지도 않으니 더욱 난감하다. 더구나 동정심이 부족한 내 주인 같은 이는 서로를 깊이 아는 것이 사랑의 가장 중요한 조건임을 모르는 남자이기에 어쩔 수 없다. --- p.31 인간의 심리만큼 이해하기 힘든 건 없다. 지금 주인이 화가 난 것인지, 들뜬 것인지, 아니면 철학자의 유서에서 한 줄기 위안을 구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세상을 냉소하는 것인지, 세상과 어울리고 싶은 것인지, 하찮은 일에 짜증을 내는 것인지, 세상에 초연한 것인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양이는 단순한 존재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화날 때는 열심히 화내고, 울 때는 죽어라 운다. 일단 일기 같은 쓸데없는 건 쓰지 않는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은 일기라도 써서 세상에 내보일 수 없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같은 고양이족은 걷고, 멈추고, 앉고, 눕고, 똥 누고, 오줌 싸는 일상 자체가 모두 일기인 까닭에, 그렇게 귀찮은 짓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보존하지 않아도 된다. 일기 쓸 시간에 툇마루에서 잠이나 자는 게 낫다. --- pp.41-42 고양이라고 웃지 않는 건 아니다. 인간은 자신들만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 p.53 그러니까 천금 같은 봄밤에 마음이 들떠 만천하의 암고양이, 수고양이가 미쳐 날뛰는 것을 번뇌니, 미혹이니 하며 경멸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어쩌랴, 나는 유혹을 당해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금 난 그저 휴식을 원할 뿐이다. 이렇게 졸려서는 사랑도 할 수 없다. 살금살금 아이들 이불 속으로 들어가 기분 좋게 잠이나 자련다……. --- p.232 휴식은 만물이 하늘 아래 요구해야 마땅한 권리다. 이 세상에 살아야 할 의무를 지고 움직이는 자는 살아야 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 p.263 세상을 둘러보라. 어제 시집온 신부가 오늘 죽을지 어찌 아는가. 하지만 신랑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잘 살겠노라며 걱정하는 얼굴을 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 건, 걱정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다. 걱정한들 별다른 수가 없기 때문이다. --- p.270 낯빛도 자못 바빠 보이는 꼴이, 까딱하면 ‘다망(多忙)’한테 잡아먹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급하게 군다. 그들 중 어떤 자는 때때로 나를 보며 저렇게 살면 편하겠다고 하는데, 편한 게 좋아 보이면 그렇게 하면 될 일 아닌가. 그렇게 빡빡하게 살라고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다. 제멋대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을 벌여 놓고 힘들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불을 활활 지펴놓고 덥다고 하는 것과 같다. --- p.278 인간 세계에서 행해지는 사랑의 법칙 제1조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동안에는 모름지기 남을 사랑해야 한다.’ --- p.345 원래 주인은 이웃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괴짜라 실제로 어떤 이는 정신병자가 분명하다고 단언했을 정도다. 그런데 주인의 자신감은 대단해서 “난 정신병자가 아니야, 세상 놈들이 정신병자지”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 p.371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분명히 돈이다. 이 돈의 위력을 터득해 돈의 권위를 자유롭게 발휘하는 자는 사업가뿐이다. --- p.415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돕겠네. 괜찮으니까 말해봐.” “걱정거리라니, 무슨?” “아니, 없으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있으면 말이야. 걱정이 몸에 가장 독이 되니까. 세상은 웃으면서 재미있게 사는 게 제일이야. 자네 굉장히 그늘져 보여.” --- p.416 “어쩔 수 없다면 별수 없지만, 너무 완고하게 굴지 말게. 사람이 모나면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네. 둥글둥글하면 어디든 데굴데굴 쉽게 굴러가지만, 모나면 잘 안 굴러가고, 굴러갈 때마다 모난 데가 쓸려서 아파. 세상은 어차피 혼자 사는 게 아니네. 사람은 자기 뜻처럼 되지 않는다고.” --- p.418 아무리 자신이 훌륭해도 세상은 도저히 뜻처럼 되는 것이 아니야. 지는 해를 되돌리는 것도, 강을 거꾸로 흐르게도 할 수 없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마음뿐이야. --- p.427 인간의 연구란 모름지기 자기 자신을 연구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산과 강, 해와 달과 별이라는 것도 모두 자기 자신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 p.439 스스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는 것만큼 고귀해 보이는 것은 없다. 이를 깨달은 바보 앞에서 잘난 체하는 인간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고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 p.440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적의 움직임에 마음을 두면, 적의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긴다. 적의 칼에 마음을 두면, 적의 칼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적을 베려는 생각에 마음을 두면 적을 베려는 생각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내 칼에 마음을 두면 내 칼에 마음이 빼앗길 것이요. 내가 베이지 않으려는 생각에 마음을 두면, 베이지 않으려는 생각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남의 자세에 마음을 두면, 남의 자세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이처럼 마음은 어디에도 둘 곳이 없다고 쓰여 있지.” --- pp.457-458 “자네는 시대에 뒤떨어질까 봐 걱정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더 훌륭한 경우도 있네. 먼저 작금의 학문이라는 건 앞으로 나아갈 뿐, 어디까지 가도 끝이 없지. 도저히 만족할 수 없어. 그런 점에서 동양의 학문은 소극적이지만 깊은 맛이 있지. 마음 그 자체를 수양하니까.” --- p.461 인간의 정의를 말하자면 달리 아무것도 없다. 그저 쓸데없는 것을 만들어 내어 스스로 고통받는 자라고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p.495 하지만 요즘 세상에 능력 있다는 사람을 보면, 거짓말로 사람을 낚고, 산 자의 눈을 뽑고, 허세를 부려 사람을 농락하고, 낫을 들고 사람을 모함하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듯하다. 중학생 소년들까지 보고 흉내 내 이렇게 해야 힘이 있다고 착각하며, 원래는 얼굴을 붉혀야 할 일을 당당하게 이행하며 미래의 신사라고 여기고 있다. 이런 자를 능력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불량배라고 해야 한다. 나도 일본의 고양이니까 다소 애국심이 있다. 이런 불량배를 볼 때마다 한 대 치고 싶다. 이런 자가 한 사람이라도 늘어나면 국가는 그만큼 쇠퇴한다. 이런 학생은 학교의 치욕이고, 이런 국민은 국가의 치욕이다. 치욕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우르르 몰려다니니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인은 고양이만큼의 기개도 없는 듯하다. 한심한 일이다. 이런 불량배들에 비하면 주인이 더 훌륭하다. 패기는 없지만 훨씬 낫다. 무능한 것이 더 낫다. 약삭빠르지 않은 것이 더 낫다. --- pp.498-499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일이다. 인간이 자신을 알 수 있다면, 인간도 인간으로서 고양이보다 존경을 받아도 좋다. --- p.532 “잠을 자도 나, 깨도 나, 이런 내가 항시 따라다니니, 인간의 언행이 인공적으로 쩨쩨해져 자기 자신도 갑갑해지고, 세상도 괴롭기만 하지. 마치 맞선을 본 젊은 남녀의 마음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살아야 해. 유유자적이니 침착함이니 하는 말은 글자는 있어도 의미는 없는 말이 되어버렸어. (…) 현대인은 자나 깨나 오로지 자신에게 이익이 될까, 손해가 될까만 생각하니까 자연히 탐정과 도둑처럼 자각심이 강해지지 않을 수 없지. 온종일 두리번두리번, 살금살금,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현대인의 심정이네. 문명의 저주야. 어이없는 일이지.” --- p.604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잊지 말라고 가르치니 완전히 다르네. 온종일 자기라는 의식으로 충만해 있어. 그러니 하루 내 태평한 때가 없지. 언제나 초열지옥이야. 천하의 어떤 약도 자신을 망각하는 것만큼 좋은 약도 없네. --- p.605 “죽는 건 고통스럽지, 그러나 죽지 못하면 더욱 고통스럽네. 신경쇠약에 걸린 국민에게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야. 그래서 죽음을 걱정하지. 죽기 싫어서 걱정하는 게 아니네. 어떻게 죽는 게 가장 좋을지 걱정하는 거야. 다만 대다수 사람은 지혜가 부족하니까 그냥 내버려두어도, 세상이 괴롭혀 죽여준다네. 하지만 괴짜들은 세상으로부터 허무하게 괴롭힘을 당하며 죽어가는 것에 만족하지 않아. 필시 죽는 법에 대해 여러 가지로 궁리한 끝에 새로운 명안을 내놓지. 그래서 향후 세계의 추세는 자살자가 증가하고, 그 자살자가 모두 독창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떠날 것이 분명하네.” --- p.611 요즘은 개성이 중심인 세상이야. 남편이 한 가족을 대표하고, 군수가 한 군을 대표하고, 영주가 한 영지를 대표하던 시절에는 대표자 이외의 인간에게는 인격이 전혀 없었네. 있어도 인정받지 못했지. 그러던 것이 확 바뀌자, 모든 생존자가 개성을 주장하기 시작하고, 누구에게나 너는 너, 나는 나라고 말하는 세상이 되었어. 두 사람이 길에서 마주치면, ‘네가 인간이면 나도 인간이다’ 속으로 싸움을 하면서 지나치지. 그만큼 개인이 강해진 거야. 개인이 평등하게 강해졌다는 것은 개인이 평등하게 약해졌다고도 할 수 있지. 사람들이 나를 해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보면 확실히 나는 강해졌지만, 좀처럼 남 일에 끼어들 수 없게 된 점에서 보면 분명히 옛날보다 약해진 것이야. --- pp.619-620 현명한 아내일수록 개성은 굉장할 정도로 발달하네. 개성이 발달할수록 남편과는 맞지 않지. 맞지 않으면 당연히 남편과 충돌해. 그래서 현명한 아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상은 아침부터 밤까지 남편과 충돌하는 거야. (…) 인간은 부부 동거가 서로에게 손해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는 것이네. --- p.622 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 p.638 죽고 나서 ‘아아, 아쉽다’ 하며 무덤 속에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 p.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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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를 되돌리는 것도, 강을 거꾸로 흐르게도 할 수 없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마음뿐이야.”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빛나는 데뷔작 ‘일본의 대문호’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 ‘일본 문학의 아버지’ ‘일본의 셰익스피어’…… 커다란 수식어를 앞에 두는 게 전혀 낯설지 않은 작가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의 빛나는 데뷔작으로, 일본 문학사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1904년 나쓰메 소세키의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된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이 고양이가 아마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1905년 1월 문예 잡지 《호토토기스》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발표되었다. 원래는 1회로 끝날 예정이었으나 독자들의 폭발적 반응에 힘입어 장편 연재로 이어졌다. 소설은 당시 일본 사회를 풍자적으로 그려내면서 근대화 속에서 사람들의 고뇌와 갈등을 담아내기도 한다. 특히 전통적인 가치관과 서구화된 가치관의 충돌에 대한 서술은 현대사회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의미심장하게 와닿는다. “강이 건방지다고 다리를 놓고, 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터널을 뚫어. 교통이 불편하다고 철도를 깔아.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거지. 서양 문명은 적극적, 진취적일지 모르지만, 그건 불만족스럽게 일생을 보내는 사람이 만든 문명이네.” 하는 말을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개인과 국가, 근대 문명에 대한 진단과 통찰을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미덕이다. “걱정이 몸에 가장 독이 되니까. 세상은 웃으면서 재미있게 사는 게 제일이야.” 하는 소설 속 대사를 기억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웃으면서, 이 재미있는 소설과 함께하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