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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PI,지안 알폰조 파치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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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선과 어두운 본능을 반영하는 날카로운 유머,
세계 최고의 그래픽 노블 작가 지피가 들려주는 가장 잔혹하고 위험한 이야기! 지피의 작품은 항상 논쟁의 주제를 제시하는 동시에 심사숙고해야 할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지피가 은퇴를 선언하였다가 2년 만에 다시 독자 곁으로 돌아오면서 복귀작으로 선보인 『스테이시』 역시 현대 사회의 그늘진 곳을 조명하는 가운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말 한마디로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휘말린 어느 시나리오 작가의 몰락기 『스테이시』는 주인공 지아니가 자신의 순수한 행동으로 야기된 불합리한 결과와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을 감당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내적 갈등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시나리오 작가 지아니가 어느 인터뷰에서 무심코 한 발언으로 소셜 미디어상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며 무차별 공격을 받는다. 실제로 작가인 지피도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만화로 논란에 휘말린 경험이 있었던 만큼 작품 속에는 간혹 저자 자신의 목소리가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소위 친구라고 믿었던 동료들을 비롯해서 그에게 열광했던 팬들까지 모두가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고 지아니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 자신을 경멸하는 자들, 바로 그들이 이전에는 자신을 존경했던 사람들이라는 그 이율배반적인 현실이 지아니는 무엇보다 견딜 수 없이 괴롭다.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스테이시라는 인물이 창조된다. 그리고 스테이시 외에도 지아니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즉 ‘악마’를 창조해내는데 이는 그의 복수심과 원망을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해낸 것이다. 내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어. 그 사람들이 전부 지금 그를 경멸한다, 그 차원이 아니야. 문제는 바로 그 사람들이 예전에는 그를 존경했다는 거지. (p. 81) ‘캔슬 컬처’, 개인의 삶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모는 소셜 네트워크의 폐단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이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지지를 철회하는 것을 이른바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고 한다. 직역하면 ‘취소 문화’ 혹은 ‘제거 문화’라는 말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배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나락 간다”라고도 종종 표현된다. 『스테이시』는 이런 ‘취소 문화’로 촉발된 논란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저자인 지피가 한때 은퇴를 선언하였다가 2023년 복귀하면서 발표한 신작으로, 2021년 자신과 연루된 논란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을 대신한 것이자 저자 자신의 예술적 관점을 담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소셜 네트워크의 패악과 현대 사회의 모순된 윤리에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극단적인 농담으로, 때로는 과장된 유머를 섞은 드로잉으로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심도 있게 표현한 『스테이시』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팔로우를 취소하고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공격 문화에 대한 트라우마를 신랄하게 폭로하고 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화를 돋우는 건 아닐까, 그게 두려워서 한밤중에 잠이 깨기도 해. 알다시피 키아라 페라니 같은 여자는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거든. 거의 “환상적”이라 할 수 있지. 원하기만 한다면 그녀는 얼마든지 당신을 무너뜨릴 수 있어. 반대로 당신을 스타로 만들어줄 수도 있고. 그런 걸 생각하면 난 공황 발작이 일어나. (p. 130) 황량한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흑백의 그림 스타일, 억압과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반복 구조의 묘미, 예술로 탄생한 분노의 형체, “스테이시” 이야기! 지피는 『스테이시』에서 자신의 분노를 예술로 변형시킨다. 이로써 창조된 분노의 산물, 스테이시는 곧 지아니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포와 적나라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것은 또한 일률적인 편견에 갇혀 모순된 삶을 표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간절히 진실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위한 공간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해와 그로써 실추된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이 불러일으킨 분노에 대한 집착이 점차 커지면서 결국 지아니는 자신의 어두운 면에 굴복하고, 악마가 요구하듯 “진짜 괴물이 되겠다”고 수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테이시는 그의 황폐한 감정을 해소하고 승화시키는 출구가 된다. 그러나 독자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스테이시의 완전한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다. 스테이시는 오직 지아니의 머릿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스타일은 집요하고 강박적이며, 반복되는 요소들이 특징이다. 또한 지피의 그림은 신경질적이면서도 본질적이며, 신랄하다. 말풍선 속의 등장인물이 말하는 대사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쓴 텍스트로 보이는 페이지들이 자주 등장하며 그 글들은 마치 일기 같다. 이로써 독자는 주인공 지아니,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악마’를 통해 저자 자신의 분노와 고통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난 지금까지 너무나 큰 고통에 사로잡혀 있었어. 별것도 아닌 그런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p. 1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