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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풀꽃독경
들꽃에게 묻다 민들레꽃 해후 노루귀 풀꽃독경 시詩 혹은 풍장風葬 수크렁 나무의 일생 콜라주 겨우살이 맹목盲目 나뭇잎 진다 일촉즉발一觸卽發 다시 읽는 산 생生 갯버들 투구꽃 놀라운 삶 서곡序曲 주차장 입구 민들레 질경이 미필적 고의인가 2부/ 목마른 돌 돌 쌓는 노인 물의 연혁 농아聾啞 고요의 소리 목마른 돌 행로行路 물의 계단 남한강 습작習作 수월愁月 산내 나던 여인 십리포 불곡산 오석烏石 플라워 스톤flower stone 차고 젖은 돌을 보면 오도리烏島里 다시 바닷가에서 소금강 바위 3부/ 뜨개질하는 비 을乙 류머티즘rheumatism 젖은 성냥 거스러미 뜨개질하는 비 곱창집 콧날 버려진 양반탈 적멸寂滅 밤비 반추反芻 목련차 키스 문상 정류장 홍합 안개의 은유 을왕리 밖은 풍장風葬 뼈다귀해장국 4부/ 대리인생 큐알론cualone 지층 물소리 넙치 대리인생 새 이명耳鳴 참깨를 볶으며 그대에 취한 생 주소를 몰라 부끄러운 손 만경강 바다 오신다 저녁 문 어머니의 눈물 혼자 먹는 밥 지성이가 운다 누리 해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꿈꾸기·이성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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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절룩이며 안간힘으로 수 없이 날갯짓해 보지만 절대 날지를 못합니다 이따금 올려다보는 하늘은 뜬구름만 보이고 춤추며 배불리 먹던 홍학 떼 모두 철따라 떠난 자리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악마 같은 적막만이 번질 뿐, 식구들도 어미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버린 소금갯벌 어린 새 혼자 남아 천근만근의 발 끌고 갑니다 회초리 같은 발목에 소금덩어리는 자꾸 커가고 마침내 소금기둥이 되고 마는 어린 새 이 절대고독을 마주보는 저 수평선의 눈빛이 붉습니다 ―「적멸寂滅」 전문 이 시에서는 죽음 이후의 평화보다는 죽음의 비극성이 더욱 돋보인다. 소금갯벌에 발이 빠져 날지 못하는 어린 새. 저 새는 저렇게 “울며/ 절룩이며” 헛된 날갯짓만 하면서 “천근만근의 발 끌고” 가다가 삶을 마칠 것이다. 저렇게 어린 새가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는 세계는 냉정하다. 그래서 시인은 “악마 같은 적막”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소금기둥이 되고 마는 어린 새”에 대해 ‘절대고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시인은 저 절룩이며 날고자 하는 어린 새의 모습에 몸의 고통으로 말미암아 죽음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찾아내기도 하지만, 또한 어린 새를 슬프게 바라보는 수평선의 입장에 있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인은 저 적멸의 풍경에서 어린 새처럼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꽃과 돌에 새겨져 있는 ‘생명과 사랑의 경經’을 찾아나서는 시인 나석중 시집의 표제작「풀꽃독경」을 보자. 이 시는 시인을 둘러싼 야생 풀꽃의 세계를 경이의 진실을 담은 경전 또는 시로 현현한다. 그런데 이 경전은 전혀 엄숙하지 않다. 오히려 생기가 넘치는 것을 보여준다. 어제는 은꿩의다리를 찾아 읽고 오늘은 금꿩의다리를 찾아 읽네 야생의 풀꽃 경經에 빠지다보면 더러 한 끼의 밥 때를 놓치는 마당에 외로움이란 감정의 사치에 불과한 것 돌이든 풀꽃이든 詩든 거기에 마음 앗기다 보면 백수 같은 외로움 맞아 놀아날 새 없네 자주강아지풀을 보면 나도 자주강아지풀이나 되어서 무엇이 좋다고 저렇게 꼬리를 흔들흔들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은데 자주강아지풀 너도 나를 보면 산으로 들로 쏘다니고 싶은 거냐 장마 그치고 바야흐로 가을로 들어섰지만 이제야말로 연애하기 좋은 시절이라는 듯 매미들 시퍼런 소리 갈아대며 극성인데 숲 속 오솔길가 거침없이 솟아오른 꾀벗은 무릇 한 쌍이 나를 조금 부끄럽게 하네 ―「풀꽃독경」 전문 생기가 넘치는 ‘풀꽃독경’의 세계는 “숲 속 오솔길가”의 ‘무릇’처럼 “거침없이 솟아오”르고 “꾀벗”고 있다. 그래서 시인에게 저 경전을 읽는 일은 “나를 조금 부끄럽게” 할 정도로 살아 있음의 기쁨과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 즐거움은, 매미들이 “연애하기 좋은 시절”이라면서 극성맞게 울어댄다는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연인과 사랑을 나눌 때의 그것과 같다. “자주강아지풀을 보면 나도 자주강아지풀이 되”고 “자주강아지풀 너도 나를 보면” “산으로 들로 쏘다니고 싶은” 마음이 되어 “꼬리를 흔들흔들”거리는 것이다. 만물이 만물에 조응하면서 사랑의 기운이 가득 찬 세계, 이것이 저 여러 풀꽃이 펼쳐놓은 경전이 전해주는 자연의 진실이라고 하겠다. 정한용 시인은 뒤표지 추천사에서 “시인의 눈에 풀과 돌은 아무렇게나 보이는 흔한 대상이 아니다. 도시의 돌계단 틈에 겨우 핀 작은 풀꽃을 ‘읽고’ 시인은 그 ‘삶을 들여다 본’ 신묘함에 ‘불면의 밤을 뒤척’인다. 그러니 산이나 강은 더 말해 무엇하랴. ‘산은 한 권의 잠언집’이어서 ‘정독하다 보면 속인을 버린다’고, ‘새 사람이 되어 힘차게 하산하’게 된다고 말한다. 즉 ‘풀꽃’으로 상징되는 모든 외연을 하나의 ‘경經’으로 받아 올린다는 말씀이다. 시인의 품성이 바로 그러하다. 꽃을 읽는 것은 사람과 세상을 읽어내는 길이니, 언제나 타자에 대해 너그럽고 겸허하다. 그렇다고 시인의 삶 자체가 풍요롭지는 않다. 반지하방에서 망연히 밖을 바라보거나 외롭게 앉아 외부에서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승과 저승을 훤히 실감케 하는 돌’에 시인 자신의 낯빛을 포개기도 하고, ‘흠뻑 젖는 빗물을 털어내며 홀로 앉아 우는 새’를 묘사하면서 자아를 비추어낸다. 하지만 시인의 마음은 외로움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포월包越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지상의 고단한 별들 잠든 이른 새벽’에 온 우주를 향해 마음을 열고 시를 쓴다. 꽃과 돌에 새겨져 있는 생명과 사랑을 찾아나선다”며 다섯 번째 시집 『풀꽃독경』의 출간을 축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