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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009
2장 - 042 3장 - 070 4장 - 110 5장 - 144 6장 - 167 7장 - 194 작품 해설 - 청춘의 슬픈 자화상 - 223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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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크는 선발 고사 이야기를 하며 한스를 격려했다. 사실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시험이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운에 따라 붙을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수재라도 떨어질 수 있으니 낙방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만일 한스가 낙방한다면 그것은 그의 영혼을 위해 다른 길로 인도하려는 신의 특별한 뜻에 따른 것임을 기억하라고 했다.
--- p.18 강렬한 열망은 우정의 세계를 황홀하고 그리운 색상으로 바라보게 했고 어느새 그를 충동적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수줍음 때문에 한스는 주저하고 있었다. 어머니 없이 엄격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누군가에게 기대는 습성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는 무엇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게다가 소년 특유의 자존심은 물론 야망까지 더해졌던 것이다. --- p.88 두 소년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어쩌면 그 순간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상대의 소년다운 고운 얼굴 뒤에 자기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인생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영혼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상상해보았다. --- p.96 한스는 우정이 깊어지고 행복해질수록 학교와는 점점 더 멀어졌다. 새로운 행복감이 마치 어린 포도주처럼 한스의 피와 생각을 타고 출렁였다. 그러는 동안 리비우스는 물론 호메로스마저도 중요성과 광채를 잃어버렸다. 교사들은 이제까지 흠 잡을 데 없는 학생이었던 기벤라트가 수상쩍은 하일너의 강한 영향 아래 문제아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 p.120 줄기가 잘린 나무는 뿌리 부근에서 어린 가지를 새로이 내민다. 꽃다운 시기에 다치고 병든 영혼도 뿌리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부러진 인생의 줄기를 새롭게 이어갈 수 있다는 듯 봄 같은 기대가 가득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중간에 솟아 나온 가지는 아무리 통통하고 무럭무럭 자라더라도 그렇게 보이기만 할 뿐 결코 제대로 된 나무 줄기가 되지 못한다. --- p.158 하지만 결국 그도, 그의 분노도 잠기운에 굴복하고 말았다. 같은 시각 그렇게 욕을 먹던 한스는 이미 차가워진 채 검은 강물을 따라 계곡 아래로 천천히 조용히 떠내려가고 있었다. 구역질과 수치심과 괴로움은 그를 떠나갔다. --- p.219 |
“줄기가 잘린 나무는 뿌리 부근에서
어린 가지를 새로이 내민다.” 아픔을 딛고 자유와 성숙으로 나아가는 헤르만 헤세의 철학적 여정을 담은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인간 영혼의 해방’과 ‘자기 성찰’이라는 헤르만 헤세의 평생 테마가 시작되는 장편 소설로, 자전적 경험이 뚜렷이 반영된 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한스처럼 헤르만 헤세도 신학교를 다녔으나 7개월 만에 자퇴한 후 내면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만약 이때 헤세가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고 문학과 예술을 몰랐더라면 과거의 아픔을 글로 치유할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깨달음 또한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본문에서 “줄기가 잘린 나무는 뿌리 부근에서 어린 가지를 새로이 내민다”라는 구절은 질곡 많은 유년기를 극복한 한 작가의 깊은 내면의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모든 이에게 강력한 삶의 힘을 전달한다. 억압된 재능과 잃어버린 자아로 이 시대의 모든 청소년의 초상이 된 한스 기벤라트의 이야기,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으로 깊은 울림을 전하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획일적인 교육과 어른들의 명예욕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결국 삶과 영혼을 파괴당한 소년으로 묘사된다. 이 모습은 헤르만 헤세 어린 시절만 반영한 모습일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통제와 규율로 인해 괴로워하던 한스의 모습은 작가 개인 경험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독일 사회 속 청소년들이 겪었던 보편적인 갈등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의 교육 제도로 인해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는 청소년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청소년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건 이 고통이 과거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까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압적인 교육 시스템은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개성을 억압하고 그들을 사회의 요구에 맞는 기계로 만들어 버린다. 헤르만 헤세는 일찍이 강압적인 교육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만큼 그의 사상이 반영된 《수레바퀴 아래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교육 제도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갈등과 자아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이라 평가받으며 세대와 국적을 뛰어넘어 사랑받은 작품을 코너스톤에서 1906년 오리지널 초판본을 그대로 살린 표지디자인의 고급 양장본으로 제작하여 그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 또한 김욱동 명예교수의 작품 해설을 추가해 독자와 작품 사이 간의 거리를 좁히고 더욱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 더 풍성한 독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