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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한 사람들의 책 · 11
손 · 17 종이 알약 · 29 어머니 · 35 철학자 · 50 아무도 모른다 · 63 경건함 1부 · 70 경건함 2부 · 86 항복 (경건함 3부) · 105 공포 (경건함 4부) · 120 기발한 생각이 많은 사내 · 129 모험 · 144 체면 · 157 사색가 · 168 탠디 · 191 하나님의 힘 · 197 교사 · 211 외로움 · 226 깨달음 · 243 ‘괴짜’ · 259 말하지 않은 거짓말 · 277 음주 · 289 죽음 · 304 순진함의 상실 · 323 출발 · 339 부록1: 이야기꾼의 이야기─셔우드 앤더슨 · 345 부록2: 셔우드 앤더슨─윌리엄 포크너 · 353 옮긴이의 말: 그로테스크 인간상 · 357 |
Sherwood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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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괴기한 사람들이 모두 끔찍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재미있어 보였고 또 어떤 사람들은 거의 아름다워 보였다.
--- p.14 가을에 과수원을 걸으면 발밑의 땅바닥은 서리로 딱딱하다. 사과는 수확하는 사람들이 나무에서 모두 따 가고 없다. 그렇게 수확한 사과들은 나무 상자에 담아 대도시로 보내고, 책과 잡지와 가구와 사람들로 가득 찬 아파트에서 먹는다. 나무에는 수확하는 사람들이 따지 않은 옹이 진 사과 몇 개만 매달려 있을 뿐이다. 옹이 진 사과들은 리피 의사의 손마디처럼 생겼다. 그 사과들은 한 입 깨물어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옆쪽의 작고 동그란 부분에 단맛이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서리로 얼어붙은 땅을 밟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다니며 옹이 지고 뒤틀린 사과들을 따서 주머니를 가득 채운다. 뒤틀린 사과의 달콤한 맛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 p.31 “그 애는 사내아이니까 어차피 원하는 걸 다 얻게 될 거예요.” 그녀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만약 그 애가 여자아이였더라면 난 그 애를 위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고 다 해줬을 거예요.” --- pp.118~119 ‘나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조심하지 않으면 뭔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겠는걸.’ 그녀는 생각했고, 벽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는, 심지어 와인즈버그 같은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고 또 혼자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용기 있게 직면하려 애쓰기 시작했다. --- p.156 “사랑 이야기를 쓰려고 하고 있지.” 조지가 불안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는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해야 할지 알았어. 사랑에 빠질 거야. 여기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할 것 같아.” --- p.178 “모든 게 박살 나버렸어.” 그는 차분하고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문밖으로 나갔고, 그 방에 있던 모든 삶이 그녀를 따라 나가버렸어. 그녀가 내 사람을 전부 끌고 나간 거야. 세상만사가 원래 그렇지 뭐.” --- p.242 “나는 삶에서 기도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었고, 그래서 신들을 만들어내 그들에게 기도했지. (…) 메인스트리트가 후덥지근하고 조용한 늦은 오후일 때나 날씨가 음침한 겨울날이면 신들이 진료실로 찾아왔는데, 나는 그 신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이 여자, 엘리자베스가 알고 있고, 그녀 역시 같은 신들을 숭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신들이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찾아오는 것 같았어. 그래도 찾아왔을 때 어쨌든 혼자는 아니라서 행복해했던 것 같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었지. 물론 별의별 장소에서 남자와 여자들에게 늘 일어나고 있는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 pp.306~307 젊은이의 마음은 꿈을 향해 점점 커져가는 갈망에 넋을 잃었다. 누군가가 그를 보고 있었다면 그가 특별히 똑똑한 청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소한 것들에 대한 회상에 몰두한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기차 좌석에 몸을 기댔다. 한참 동안 그렇게 있던 그가 몸을 일으켜 다시 차창 밖을 내다봤을 때 와인즈버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그곳에서의 삶은 성인 남자로서의 그의 꿈들을 그려낼 한낱 배경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 pp.343~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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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보통 사람들, 특히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삶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썼다.” _셔우드 앤더슨 이야기는 1890년대, 남북전쟁 이후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던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의 작은 도시 와인즈버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 와인즈버그는 셔우드 앤더슨이 소년 시절을 보낸 오하이오주의 소도시 클라이드를 모델로 삼아 창안한 가상의 공간으로, 농업 중심의 공동체적이고 목가적인 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치며 더 개인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사회로 격변하고 있던 당시 미국의 상황을 상징하는 하나의 소우주로 기능한다. 작가가 창조한 이 작은 세계 안에서 느슨하게 얽히고설키는 스물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의사, 목사, 기자, 교사, 농부, 상점 주인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노인과 젊은이들, 남자와 여자들, 소년과 소녀들, 즉 보통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각각의 단편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 중 한 장면을 포착한 스냅숏과도 같다. 뚜렷한 줄거리도 인과관계도 없는 이야기들은 파편적이고 표면적인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작중인물들의 가장 내밀한 감정에 빛을 드리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괴기함’을 드러내 보인다. 이 때문에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일반 독자들에게는 부도덕하고 불쾌하며 심지어 더러운 책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대 비평가들과 작가들에게 미국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고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남은 것 또한, 평범함 아래 숨겨진 기이한 욕망들과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을 조명함으로써 삶의 추하지만 아름다운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괴기함 때문이다. 각자의 아름다운 진실에 매몰되어 동료 인간과 단절된 ‘기괴한 사람들’ 동정(童貞)의 진실과 열정의 진실이 있었고, 부와 가난의 진실, 검약과 낭비의 진실도 있었으며, 부주의와 방종의 진실도 있었다. 그 진실들은 수백수천에 이르렀고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 사람들을 괴기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진실들이었다. 노작가는 그 문제에 대해 굉장히 정교한 이론을 세웠다. 한 사람이 여러 진실 중 하나를 독차지하여 그것을 자신의 진실이라고 부르고 그 진실에 따라 살아가려 한 순간 그는 괴기한 사람이 되고 그가 받아들인 진실은 거짓이 되었다는 것이다. _15-16쪽 소설집의 서론 역할을 하는 첫 단편 〈괴기한 사람들의 책〉에서 그 괴기함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작중인물들이 괴기해지는 이유는 모두 저마다 자신이 믿을 진실을 선택하여 그에 따라서만 살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진실이 아름다운 것이라 해도, 동료 인간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자신의 내면에 갇혀 추상적인 가치만을 좇다 보면 결국 우스꽝스럽거나 불쾌한 괴기성을 가진 사람으로 고립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돌아오지 않을 사랑을 오래도록 놓지 못하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조차 희미해져 두려움과 변질된 욕망으로 기행을 저지르고 마는 〈모험〉의 앨리스 힌드먼, 또는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막연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자신의 갈증”을 남편에게 이해시키는 데 실패하고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갑갑한 상태에 갇혀 미쳐가는 〈항복 (경건함 3부)〉의 루이즈 벤틀리처럼, 이 책은 타인 또는 자기 자신과 언어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소외되고 좌절을 겪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들이닥치는 기계문명, 새롭게 등장한 사회 계급, 개개인이 익명의 존재가 되는 대도시의 삶, 급변하는 젠더 역학 등,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던 격동의 시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선택한 진실에 매몰된 연약한 소도시 주민들이다. 고독과 좌절을 살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가여운 보통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증언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반복될 보편적 서사 그러나 작가는 와인즈버그 주민들에 대해 “삶이 그들을 상처 입히고 뒤틀었다. 욕망이 그들을 찾아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대체로 순수하고 선한 모습을 유지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괴기한 사람들을 조롱의 대상이나 사회에서 추방해야 할 악한 타자들이 아닌, 고독과 좌절을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가여운 보통 사람들로 바라본 것이다. 소설의 일부 인물들은 오히려 자신의 괴기성을 동력 삼아 고립된 처지를 돌파하고, 자신의 의사소통 불능 상태를 깨닫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동료 인간에 대한 동정과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1890년대 미국 중서부 소도시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단절,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에 따른 세대와 젠더 간 갈등, 그로 인해 개인이 겪는 소외와 아픔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이웃에게 찾아가 말을 거는 대신 혼자 방 안이나 거리를 서성거리며 혼잣말하고 중얼거리고 속삭이는 와인즈버그 주민들의 모습은, SNS나 영상 플랫폼을 떠돌며 일방향적인 발화를 하거나 수용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가 정의하는 이상적인 ‘보통 사람’에 부합하지 못해 고립되는 괴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에 대한 깊은 증언이자, 당대 동료 작가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평처럼 “모든 것과 모든 이의 행복과 안녕을 비는 시적인 기도”로 오래도록 읽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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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은 아주 위대한 작가다.” -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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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어권 작가 중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 - F.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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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은 우리 세대 미국 작가들의 아버지요, 미래 세대 작가들이 계승해야 할 미국 문학의 전통이다.” - 윌리엄 포크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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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즈버그 사람들》은 참으로 훌륭한 책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다. 한 편의 시다.” - 레베카 웨스트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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