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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포터 · 9
옮긴이의 말 · 195 |
Jamaica Kinc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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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해는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었고, 평소처럼 가차 없이 환히, 그림자조차 창백해지도록, 그림자조차 쉴 곳을 찾도록 빛났다. 그날 해는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었으나 포터 씨는 이에 주목하지 않았으니, 그는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는 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포터 씨의 하루는 크게 달라졌으리라, 그랬다면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얘기였고, 아무리 잠깐이라 해도 포터 씨의 하루는 달라졌을 텐데, 그건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는 데에 그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 p.9 너무나 많은 고통이 포터 씨에게 따라붙었고, 너무나 많은 고통이 그를 소진했고, 너무나 많은 고통을 그는 남기고 갔다. --- p.56 그리고 포터 씨, 내 아버지가 된 남자, 70세까지 살았고 그동안 내내 읽을 줄 몰랐고 쓰기를 배우지 않았던 로더릭 너새니얼 포터라는 이름의 남자는 1922년 1월 7일 태어났고 1992년 6월 4일에 죽었다. 그리고 그 70년의 생에서 그는 자기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보다 못한 사람이 되기는 분명 더더욱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 70년 동안 매일이 그날의 위험을 안고 있었고, 매일의 위험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면서도 또 너무나 예사로워서 마치 숨쉬기 같았고, 이런 식으로 고통은 정상이 되었고, 이런 식으로 고통은 생 그 자체가 되었으며, 이 고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이 정의와 행복이든 혹은 더 많은 고통과 부당함이든, 적개심과 분노와 실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70년의 생 시초에 70년은 포터 씨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세월로 여겨졌을 것이며, 생의 끝 무렵에는 그가 살았던 모든 날이 하루,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하루와도 같이 느껴졌다. --- pp.62-63 그리고 포터 씨 생의 모든 날에 해는 빛났고, 비가 올 때조차 해는 빛났으니, 해는 불변이었고, 365일 동안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불변일 터이니, 해는 이 풍경을 이루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터 씨가 영영 알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고, 그것이 포터 씨가 알 수 있는 전부였고, 개별적 인간의 중요함 혹은 하찮음과 포터 씨의 기쁨과 슬픔에는 무심한 천체 해는 평소처럼, 사람을 지탱하거나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사나운 열기를 띠며 빛났고, 포터 씨는 햇빛인 낮들과 해뜨기를 기다리는 어두운 밤들을 살아갔고, 간혹 인생의 일부일 때도 있는 다정함이 포터 씨를 껴안았지만 그는 이를 알지 못했다. --- p.142 그리고 이 사소한 인생의 이 사소한 서사 내내 요란하고 무정하게 울리는 성당 종소리가 있었고, 이 요란함과 무정함은 성당과 시계와 종 건축을 명한 사람들과 성당과 시계와 종 건축을 한 사람들에게 어찌나 큰 놀라움이었는지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그 무정한 요란함을 종소리라 부르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고 성당 종들이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결국 거대하고 영원한 침묵의 일부가 되었다. --- p.177 내 아버지의 무덤 위에 서는 것을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내게 아버지라는 게 있고 그에게 이름이 있음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의 부재는 내 현재에 영원히 드리워 있을 것이며 내 현재는 언제라도 그의 부재를 반영하겠지만, 내가 아는 한 나 자신의 존재는 그를 전혀 바꿔놓지 않았다. 그리고 포터 씨는 나이 들었고 나는 어린아이 그대로였고 내 어머니는 어머니 그대로였고 이 세 가지, 내 아버지, 나, 내 어머니는 영원히 그대로 남고, 지금 그대로 남아 있고, 지금은 곧 영원의 정의이다. --- p.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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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내 아버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소설에는 그의 삶이 담겨 있다. 첫 장편소설 《애니 존》부터 《루시》와 《내 어머니의 자서전》 그리고 《미스터 포터》까지, 모든 소설에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되어 있으며 특히 앤티가섬과 가족의 이야기가 깊숙이 자리한다. 앞의 세 소설이 어머니와 딸의 관계와 작가 자신의 경험을 천착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미스터 포터》는 작가의 삶 속에 부재로 남아 있던 친아버지의 존재에서 출발한다. 소설은 앤티가섬에서 택시 운전사로 살았던 포터 씨의 삶을 그의 딸 일레인 신시아 포터가 돌이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포터 씨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며, 자신이 사는 세상의 작은 한구석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레바논 출신 상인의 아들이자 포터 씨의 고용주인 슐 씨 그리고 쫓겨나듯 고향 체코슬로바키아를 떠나 전 세계를 떠돌다 앤티가섬에 정착했으며 포터 씨가 택시 승객으로 만나게 되는 바이쳉거 박사는 포터 씨가 사는 작은 섬 밖의 세상, 제2차세계대전에 의해 개인과 가족과 국가가 갈가리 찢기고 폭력과 혼란이 만연한 세상을 암시하지만 포터 씨는 그에 완전히 무지하며, 알고 싶다는 의지나 알아야 한다는 의식조차 없다. 그는 같은 옷을 매일 차려입고 택시를 운전하여 그가 잘 아는 섬의 이곳저곳으로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일, 방 한 칸에 불과한 작은 집에 사는 여러 애인들을 찾아가는 일이 반복되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삶을 영위하는 데에 만족한다. 그는 여러 여자들과 애정을 나누지만, 애인들도, 그들에게서 얻은 딸들도 부양할 생각이 없다. 화자는 바로 그 여러 딸들, 포터 씨 소생이지만 그가 책임질 생각도 없고 인정하지도 않는 딸들 중 한 명이고, 포터 씨가 무지로써 철저히 외면했던 바깥세상을 경험한 인물이며, 포터 씨의 딸들 중 유일하게 읽고 쓸 줄 알고 그렇기에 유일하게 이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인물이다. 화자의 이름 일레인 신시아 포터는 작가의 출생 당시 본명이었으며, 화자와 작가는 생년월일이 같고 저메이카 킨케이드와 마찬가지로 화자 또한 개명을 한다. 화자와 작가의 부모님의 이름과 생년월일 또한 일치한다. 이처럼 《미스터 포터》를 이루는 요소들은 작가의 실제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으나,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을 문자 그대로 자전적인 이야기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이야기면서도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을 즈음,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친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단 한 번도 아버지 역할을 해준 적 없는 모르는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그의 아버지임을 주장한 것이다. 작가는 그 후로 두 번 다시 그와 소통하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가 늘 증오했던 그 남자에 관한 소설을 썼다. 오로지 포터 씨의 출생증명서와 사망진단서, 그의 아버지의 출생증명서, 그리고 포터 씨가 택시 운전사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쓴 이 글은 허구의 창작물일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그에게서 출발한 것은 맞지만 포터 씨라는 실존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2002년, 《미스터 포터》가 출간된 이후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전적으로 아버지에 관한 책이 아니며, 심지어 아버지에 관한 책이 전혀 아니고 나에 관한 책도 아닙니다. 이것은 내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가졌던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고, 그는 자식들을 두었으며 그중 한 명이 나와 정확히 같은 이름을 가진 것입니다. 나는 그런 남자를 둘러싼 특정 문제들에 대해 쓰고 싶었지요. 그는 서인도제도, 특히 앤티가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남자입니다. (…) 이 이야기는 내 아버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_CBC 라디오 인터뷰 중 이 소설은 포터 씨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를 바라보는 작가의 이야기이고, 특정 인물이 아닌 보편적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면서 개인이 아닌 시대와 역사,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록되지 않은, 그러므로 존재하지 않은 무명의 삶을 글로써 호명하기 《미스터 포터》를 두고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언제나 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고, 나는 언제나 더 큰 세상, 이곳 밖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 소설을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애인과 자식들을 부양하지 않은 무책임한 아버지의 존재를 부재로서만 인식하던 딸이 그의 죽음 이후 오래전에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가 그의 흔적을 되짚는 내면의 여정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에 불쑥불쑥 침범하는 것은 그보다 크고 복잡한 세상의 그림자다. 포터 씨가 보이는 놀라울 정도의 무정함은 그라는 인물의 개인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의해 빚어진 결함이다. 유럽인들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강제이민당한 그의 조상들은 노예였기에 온전한 가정과 사랑이 허락되지 않았고, 소속감을 박탈당한 채 적법하지 못한 사생아로 대를 이어왔다. 그러나 역사는 그의 존재를 전혀 책임지지 않았고 따라서 그 또한 그에게서 이어져 내려가는 역사, 자식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역사는 그를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렸으나,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그는 역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그는 과거도 미래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순간순간마다 인식할 수 있는 현재의 감각들 속에서만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가 존재하기를 멈추면 그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한 채 그가 살았던 세상과 함께 사라져버리는데, 그렇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흘러가버렸을 그의 존재를 역사에 남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무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죽는 날까지 (…) 아예 존재하지 않음을 확실히 못 박았”던, 읽을 줄 알고 쓸 줄 아는 그의 딸이다. 화자의 어머니는 “포터 씨를 겨냥한 단검과 같은 것”으로 딸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쳤다. 화자 또한 그 의도에 맞게 죽은 포터 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을 알고 그의 인생을 마음대로 상상하여 그려내며 일종의 복수를 하는 듯도 보인다. 그러나 끝없이 “포터 씨”를 부르고 그의 삶을 쓰는 이 행위는 실상 그를 무의 존재에서 유의 존재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의도가 어떠했든 화자는 “포터 씨와 그의 조상들이 잠겨 있었던 어둠”에 자신의 말들로 빛을 비추어 텅 빈 공백으로 여겨졌던 그 어둠 속에 존재했던 것들을 드러낸 셈이다. 또한 화자는 그가 자식들에게 물려준 유산인, 과거도 미래도 없이 현재에만 국한된 존재로서의 삶과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무능력을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며 그 굴레를 끊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어제를 없었던 일로 생각하게 하려는 지속적인 시도에는 관심 없다”고 했던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말과 겹쳐진다. 따라서 《미스터 포터》는 포터 씨와 일레인 신시아 포터라는 개인을 재창조한 것임과 동시에 끊임없이 지워져온 카리브해의 어제를 살려내려는 시도이며, 내일은 더 이상 무심하고 무자비한 햇빛이 내리쬐는 텅 빈 공동(空洞)이 아닐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예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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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작품보다도 최면을 거는 듯 마술적인 산문. - 퍼블리셔스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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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케이드의 가장 시적이고 감동적인 소설.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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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목소리가 특징인 킨케이드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폐쇄적이고 외로운 낙원의 목소리 없는 주민들의 절망과 체념을 전하는 이 소설은 비통하며, 거의 따뜻하다. 매혹적이다. - 뉴욕리뷰오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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