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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시인의 말 얼룩에 대하여 두리번 禪 겨울 저녁에 벌판 봄은 손이 다섯 봉평의 어느 시냇물을 건너며 새로 생긴 저녁 그 라일락 밑에는 몇 개의 바위와 샘이 있는 정원 살얼음이 반짝인다 봄 山 라일락의 집 內面으로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밤길 겨울날 매화꽃을 기다리며 익살꾼 소나무 감나무 속으로 들어간 전깃줄 눈 그치고 별 나오니 石榴나무 곁을 지날 때는 목돈 시인은 다시 오동꽃 봄밤에 稚拙堂記 산에 사는 작은 새여 빗물이고 잠이고 축대인 옛 친구들 팔당을 지나며 내일도 마당을 깨겠다 절벽 폭설 고양이풀에 물 주다 새벽길 계단 옮기기 벌판 비밀을 하나 말씀드리죠 나아가는 맛 亭子 1 亭子 2 亭子 3 방을 깨다 흰 꽃 잎 나의 奢侈 눈 녹아 산기슭에서 耳鳴을 따라서 惻隱을 대하고 발을 털며 장마 감나무 곁에 살면서 비단 有感 窓을 내면 敵이 나타난다 생강나무 아래 밤 강물 복면을 하고 시 읽던 바위 城이 내게 되비쳐주는 저녁빛은 감잎 쓸면서 낮은 목소리 瀑布 편자 신은 연애 연못 三월이 오고 새 방에 들어 풍경을 매다니 해설|‘새로 생긴 저녁’·김연수 |
張錫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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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문: 문 열고 들어가도 될까요? 답: 그래요. 그 대신 문은 돌로 막아버려요. 문: 나가고 싶은데 문은 어디죠? 답: 당신! 무너질 데라고는 나 자신뿐! 거길 깨고 나갈밖에. 나갈 문도 없이 집을 짓는다. 그게 사랑이다. (그리고 능청이다. 삶 말이다.) ■시인의 산문(뒤표지) 숲에 나가면 숲은 의연하다. 숲 사이의 시냇물은 반짝이며 소리는 깊다. 새는 높고 수국(水菊)은 탐스럽다. 그러한 것들이 우리들을 살린다. 그것들이 지키는 것은 단지 제로[無]일 뿐인데도. 승부차기 앞에 선 골키퍼를 생각해본다. 그가 최선을 다해서 지킬 수 있는 것은 제로이다. 최선을 다할 때 제로를 지킨다. 제로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시인도 골대 안에 서 있는 존재다. 그는 패배 바로 위에 있고 승리 바로 아래에서 꼼짝할 수 없다. 그는 그 자리를 끝끝내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인은 누구의 편일 수 없다. 시인은 존재 자체를 편들며 존재 자체를 꿈꾼다. 그 제로의 공간은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공간이다. 타협할 대상도 없이 날아오는 공을, 부조리를, 어리석음의 파편을, 평화를 부수고 승리하려는 도발을, 시인은 온몸을 던져서 날렵하게, 아슬아슬하게, 끝까지 막아낸다. 눈과 귀와 손은 사랑을 대하듯 섬세하고 표범 같은 자세로 볼을 기다린다. 그렇지 않으면 제로를 지킬 수 없다. 제로가 사라질 때 억압이 오고 피바람이 분다. 무리는 볼을 넣으려고 달려온다. 시인은 오직 혼자다. 사랑이 그렇듯이. 강한 자는 혼자다. 그가 평화(제로)를 지킨다. 자기 자신과 더불어 모든 존재들의 골문을 시인은 지킨다. 지금 세계는 심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반칙을 불어줄 심판이 없다. 그래도 지켜야 한다. 오늘도 나는 신발 끈을 조이고 골대 앞으로 가는 자의 그림자를 오래 바라본다. 오늘도 제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