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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장 조선 후기 어느 경상도 양반 남성의 외가 왕래와 그 정서 머리말 | 노철의 가족과 처세 | 노철의 어머니와 외가 | 외조부와의 왕래와 봉양 | 외가에 대한 정서 | 맺음말 2장 불안한 현재, 익숙한 과거 :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오륜가라』 소재 가사 「오륜가라」의 창작 목적과 그 의미 머리말 : 현재적 과거 | 『오륜가라』의 서지적 특징 | 「오륜가라」의 향유자 | 「오륜가라」의 창작 목적과 그 의미 | 맺음말 3장 할머니의 선택 : 17세기 가계계승 분쟁 속 연장자 여성의 권력 머리말 : 조선시대 할머니, 왜 주목해야 하나? | 황여일 처 전주 이씨의 결혼과 가족 | 후계자를 둘러싼 갈등과 선택 | 첩손·차남의 반발 | 파국, 골육정의를 헤아리지 않고 법대로 | 조선시대 연장자 여성, 그리고 모권母權 4장 족보 속 여성 정보로 본 조선시대 여성의 삶 : 『안동김씨세보』를 중심 으로 머리말 | 여성 정보, 한국 족보의 특징 | 족보 데이터의 구성과 여성 정보의 특징 | 족보 데이터로 본 여성의 생사와 출산 | 맺음말 5장 병록病錄으로 본 여성의 질병과 의료 일상 병록,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조선의 ‘진료 차트’ | 병록의 개념과 특징 | 조선 사회가 여성의 몸을 읽는 방식 |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병록 현황 | 양반 여성의 질병과 의료 일상 | 조선 (여성)의료사 연구와 병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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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철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조선 후기 양반 사회가 겉으로는 철저히 부계 중심의 질서를 따랐으나, 실생활에서는 비부계적인 관계 역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노철과 외조부의 지속적인 왕래는 기존의 유교 규범, 즉 ‘출가외인’으로서 여성은 혼인 후 친정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전제에 도전하는 생생한 사례다.
이러한 양상은 당시 양반사회 내에 다양한 가족 관계가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노철은 외가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돌보았다. 외조부의 병환 소식을 염려하며 여러 차례 방문하고, 약을 지어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봉양을 실천하였다. 이는 당시 사회가 부계를 강조했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외가와의 유대가 여전히 유효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노철의 사례는 조선 후기 유교 사회 내 가족 관계의 복합성과 유연성을 드러낸다. 종법에 따른 부계 중심 구조가 규범으로 존재했으나, 일상에서는 외가와의 끈을 놓지 않고 정서적·실질적 왕래와 봉양 문화를 유지하였다. 노철이 외조부의 병세를 수시로 확인하고, 소식을 기다리는 태도는 단순히 관례적인 효행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 p.53 「조선 후기 어느 경상도 양반 남성의 외가 왕래와 그 정서」 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조선시대 여성은 유교적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 종속적이고 소극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조선의 가족제도속 여성의 실제 역할을 살펴보면, 연장자 여성, 즉 할머니 혹은 어머니가 단순히 부권의 그림자에 머문 것이 아니라 집안의 실질적 운영과 계승, 분쟁 해결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조선 초기까지는 양측정 친속제의 특징이 상당히 남아 있어, 재산권과 상속권 그리고 제사와 가정 운영에서 여성의 권한이 강하게 인정되었다. 딸과 아들이 균분 상속을 받았고, 총부?婦는 한 집안의 주부主婦로서 제사 및 가계계승, 가문 질서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모계적 관습은 조선 중기 이후 부계 중심의 종법 질서가 강화되면서 점차 제도적으로는 약화되었으나, 실제 집안에서는 연장자 여성이 가계계승에서 후계자 선정, 분쟁 중재 등에서 여전히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 p.111-112 「할머니의 선택 : 17세기 가계계승 분쟁 속 연장자 여성의 권력」 중에서 결국 조선시대 여성, 특히 연장자 여성은 가족 내에서 상징적 존재를 넘어 실제적인 권력과 결정권을 행사하는 실질적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씨의 사례는 조선시대 여성사 연구에서 모권적 요소와 연장자 여성의 실질적 영향력을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며, 가계계승 분쟁이라는 구체적 상황 속에서 여성의 리더십과 법적 주체성이 어떻게 발휘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생생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는 조선시대 가족과 사회, 국가의 질서 속에서 여성 리더십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현실에 작동했는지 그리고 신분제와 가족질서의 변화 속에서 여성의 권한과 법적 역량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 p.152 「할머니의 선택 : 17세기 가계계승 분쟁 속 연장자 여성의 권력」 중에서 조선시대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었으나, 이들은 대부분의 사료에등장하지 않기에 역사 서술을 통해 재현하기 어려웠다. 본 연구는 족보 속 여성 정보에 주목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앞으로 족보 속 여성 정보의 성격을 심층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 방법론을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 존재했으나 기록으로 남지 못한 여성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들의 존재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 p.198 「족보 속 여성 정보로 본 조선시대 여성의 삶 : 『안동김씨세보』를 중심 으로」 중에서 이 연구에서는 병록의 장점을 활용하여 여성 환자의 사례를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조선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성하였는지 알아보았다. 음양론은 우주 형성 원리로서 인체를 움직이는 논리였다. 음과 양의 이분법은 성별에 적용되어 젠더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사람은 몸의 조화, 즉 음양과 오행의 조화, 기의 순환 등을 항상 유지해야만 병에 걸리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도 더해지거나 적어지면 안 되었다. 남성은 양의 성질로 생명의 동력인 기가 흩어지기 쉽고 여성은 음의 성질로 기가 울체되기 쉬웠다. 음의 성질이 양의 성질보다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컸다. 여성의 몸은 음의 성질로 인하여 ‘비정상’처럼 보이는 월경을 겪는다. 그런데 월경조차 순환이 어려울 때가 많았다. 여성의 몸은 비정상에서 더욱 심한 비정상을 겪는다. 감정은 혈을 움직인다. 여성에게 혈은 몸의 조화를 깨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렇기에 ‘비정상’처럼 보이는 월경을 겪는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의 몸은 조화를 유지하기가 힘들었고,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담보한 몸이었다. --- p.255-256 「병록病錄으로 본 여성의 질병과 의료 일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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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사회의 ‘숨은 모권’을 찾아내다
-가족관계의 버팀목, 가족 대사소의 결정권자 아직까지도 종종 쓰이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은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잔재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일기 자료를 보면 혼인 뒤에도 신부가 일정 기간 친정에서 사는 관행이 남아 있거나, 수시로 친정에 오고가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양반 남성이 외가 친척과 자주 왕래하며 도움을 주고받았고, 외조부를 부양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남성을 중심으로 한 공적인 친족 제도와 달리 실생활에서는 가족 내에서는 여성과 그 친족과의 관계가 중요했으며, 특히 가족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여성의 역할이 컸다. 나아가 집안의 연장자 여성은 남편이 집을 비웠을 때 집안의 질서와 안정을 책임지기도 했다. 장남을 비롯해 모든 자녀에게 어머니로서 확고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가계의 후계자 선정에서 실질적 결정권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계를 계승할 수 있는 것은 남자였지만, 자신의 혈통이 대를 잇게 만들기 위해 어머니와 할머니 등이 각종 사회 제도와 법률, 사회적·정치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비록 연장자 남성과 대등한 지위를 얻고 그 정도의 권한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 아래에서도 모권은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분명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공적 기록의 틈새에서 찾은 여성의 삶 -조선시대 여성의 생애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대를 잇는 것을 중시한 부계 중심의 사회이니만큼, 족보는 조선의 중요한 데이터였다. 비록 남성을 중심으로 기록되었지만, ‘아내’로서라도 여성의 정보도 일부 남아 있었다. 주로 생몰년, 자녀 정보를 기록했는데, 이를 통해 유추한 기혼 여성의 평균 수명과 자녀 수로 여성의 생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열행(烈行)이나 정려(旌閭) 등 유교사회에서 부여받은 젠더적 역할에 관한 기록도 일부 남아 있다. 족보가 아내, 며느리로서의 여성에 관한 정보만을 담고 있다면, 보다 생생한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진료 차트라 할 수 있는 ‘병록’에서 발견된다. 병록에는 환자의 성별과 연령, 개인의 선천적 기질이나 본래의 건강 상태, 병력, 월경 및 출산 정보, 환자의 증상, 처방문 이외에 의원이 특기할 만한 사항 등 개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즉 여성 개인의 생애가 사실적으로 담겨 있는 소중한 자료인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 의학이 여성의 몸을 이해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데, 여성 질병의 첫 번째 원인을 ‘음기’라는 성질 그 자체로 보고, 그다음 원인으로는 ‘감정’을 꼽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이 지나치게 많아 몸의 기를 다스리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았으며, 이로 인해 몸이 약해지고 질병에 든다고 보았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시선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조선의 ‘역사’는 남성 중심의 이야기지만, 조선시대 민중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은 것은 공적 ‘역사’뿐이기에, 우리는 사료의 빈틈을 파고들어 여성의 삶을 그려내는 수밖에 없다. 『조선 여성의 일상』은 그 역사의 틈새를 조금 더 확장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책이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여성의 삶을 조금씩 알아가고 연결 짓는 작업을 통해 우리 역사를 새롭게, 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