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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언니 들어가 - 11 애기단풍 - 12 도토리묵 - 14 동의 - 16 쉿! 슬픔이 지나가고 있어요 - 18 따뜻한 무관심 - 20 싱싱한 불편 - 22 히비스커스와 희비 섞어서 - 24 이쑤시개가 하는 말 - 26 긴장 몇 포기 하셨어요 - 28 내가 말,이오-오탁번 시인(1943-2023) - 29 제2부 마늘종 - 35 너무 무거워서 가벼운 새 - 36 싱크홀 포비아 - 38 감자 싹 - 40 나비쥐포 - 42 흠집 - 44 빈 깡통 - 46 폭포 - 48 목 없는 골목 - 50 그림자 - 52 아보카도 - 54 깜빡은 까만 흰색일까 - 56 항아리와 잉어 - 58 제3부 봄비의 혼잣말 - 61 살구, 살구 울어요 - 62 봄비, 붐비네요 - 64 봄 한 마리 슬금슬금 - 66 우수와 춘분 사이 - 68 곡우 - 69 모깃불이 있는 마당 - 71 하지(夏至) - 72 소서 - 74 올가을엔 - 76 제4부 구멍 난 양말 - 81 어디에 둘까요 - 82 시련이 피었어요 - 84 친한 아픔 하나 없이 밤이 오면 무슨 재미래요 - 86 5와 3 사이 - 88 나는 보호자입니다 - 90 신발 한 짝 - 92 다 팔아 뿌믄 나는 머 하는교 - 94 안녕, 깁스 - 96 제5부 제가 틀릴 수도 있어요 - 99 송충이 - 100 눈물이 돌처럼 바작바작 씹혔다 - 102 그땐 그리 해야 되는 줄 알았어요 - 104 여자가, - 106 당당한 슬픔 - 108 나는 누구입니까 - 110 무아(無我)-나에겐 내가 없다 - 112 밤비 - 114 버드나무 - 116 제6부 달아항 저, 노을 - 121 옻골에 들다 - 122 통영 세자트라숲 - 124 노도는 섬이 아니더라 - 126 무상(無常) - 128 허공으로 노끈 삼아 고삐 삼으니-남은당 현봉 대종사님 영전에 - 130 지도에 없는 절 - 132 해설 고봉준 희극의 언어로 삶의 비극을 노래하기 - 134 |
서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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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스커스와 희비 섞어서』
히비스커스 차를 마시며 생각해 여긴 반반 치킨처럼 기쁨과 슬픔이 섞여 있진 않아 갑자기 달려드는 슬픔은 외면할수록 더 오래 엉기지 아무도 슬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아 그렇다고 비히스커스라 하면 왠지 어색하잖니 독초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불치병을 고치는 약이 되기도 해 아무리 초연해지려 해도 슬픔은 슬픔이고, 기쁨은 기쁨일 수밖에 없어 슬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어 슬픔이 나를 투명하게 만들기도 해 슬픔이 그리 슬프지만 않다는 것을 배웠어 우리 슬픔은 기쁨의 그림자래 슬픔의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지 마 싸움이 없으면 평화가 있는 줄도 모르잖아 히비스커스가 없었을 때에도 독초와 태풍, 마음은 다 양면으로 존재했다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천칭 저울 같은 걸, 정의라고 할까 아침이 오면 저녁이 오듯이 기쁜 것도 슬픈 것에서 나와 보이지 않을 뿐, 기쁨이 함께 오기 때문에 슬픔이 결코, 어둡지 않대 · 『너무 무거워서 가벼운 새』 문 앞 새벽 배송 완료, 만족스러웠나요? 이른 새벽에 먹이를 물어다 주는 새의 말이에요 휴지, 생수, 쌀, 닭가슴살… 넙죽넙죽 받아먹기만 하고 한 번도 고맙단 말 못 했네요 다시, 새벽이에요 벽과 싸우던 너무 무거워서 가벼운 새 물류센터를 지고 날다 또 쿵! 파르르르… 식어 가요, 문 앞 배송의 배려가 낳은 주검 개봉한 주검은 절대 반품 불가래요 이제 둥지의 사전엔 새가 없어요 어디선가 개가 팡, 팡팡… 짖어요 잦은 축소와 은폐가 술집 뒷골목에 뱉은 누런 가래 같아요 …오랜 응시 갈팡질팡과 질팡갈팡은 동족인가요 두부 한 모까지 배송해 주는 편리함 때문에 욕망의 사슬 끊지 못하는 나는 바보예요 로켓도 아니면서 로켓 속도로 날아서일까요 택배 상자 쌓듯 일생을 반듯하게 정리하는 중일까요 도무지 그림자가 빠져나오지 않아요 · 『목 없는 골목』 주춧돌 놓았던 터가 터무니없이 무너졌어요 2022년 10월 29일 한번은 지나갔을 수도 있는 한번은 지나쳐 갔을 수도 있는 이태원로 목 없는 골목, 곤란해요 호흡이 음력 시월 초닷새 야윈 달빛 쓰러질 때 저 바닥에 뚜렷한 생, 사, 생, 사, 생, 사… 엎질러진 물은 예외 없이 예의 없고 통째로 집어삼킨 면목 데려가지 못한 신발은 아직도 아랫목처럼 따신데 도대체 불 켜도 보이지 않는 너, 별빛의 퉁퉁 부은 편도선 어이없고 터무니없고 느닷없는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저 돌연한 죽음의 샛골목 돌아 나오는 아… 전적으로, 전적으로 가혹한 저 맹목 ·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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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슬픔은 슬픔일 뿐 다시, 발걸음 옮겨야 하리 닿을 수 없는 불취어상(不取於相)의 그곳, 닿을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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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시인의 새 시집은 시인 특유의 토속적 ‘입말(口語)’과 ‘몸말(肉聲)’이 한층 더 그윽하고 깊어져 이윽고 유현(幽玄)의 ‘그림자’를 거느린다. 그림자는 단순히 그림자를 덧댄다고 해서 더 두꺼워지거나 깊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따뜻한 무관심’이나 ‘싱싱한 불편’ 같은 그 ‘역설의 힘’을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이어서,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마치 한 몸인 듯 힘껏 껴안고 있는 ‘무심(無心)’ 혹은 ‘사무사(思無邪)’의 경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역설의 그림자’를 체득하는 일이야말로 시의 숙명이자 시인의 운명이라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겠다. 시인은 전작에서부터 ‘입말’을 천착하듯 구사해 왔다. 시인에게서 특유하게 체화되고 발화된 ‘몸의 말’은 오로지 시인의 것이어서 더욱 힘이 세다. 생이라는 ‘실존(實存) 언어’의 살아 꿈틀대는 근육과 신경 혈관과 세포들이 하나의 ‘역동적 통일성’이라는 ‘몸의 시학’을 획득하는 데 수렴되는 진경(進境)을 이번 시집은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싱크홀 포비아」 「흠집」 「목 없는 골목」 「봄비의 혼잣말」 「하지」 「소서」 「어디에 둘까요」 「나는 보호자입니다」 「다 팔아 뿌믄 나는 머 하는교」 「나는 누구입니까」 같은 가편들에서 그 ‘온몸의 역설’을 생생하게 보게 되는 것이다. - 엄원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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