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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죽
성선경
파란 20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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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솟대 - 11
후투티에 대하여 - 12
울지 않는 새 - 14
아뿔싸! 칼을 너무 늦게 뽑았나? - 16
아뿔싸! 칼을 너무 일찍 뽑았나? - 18
씨암탉과의 시월 산책 - 20
달빛 훤히 치밀 동(?) - 21
광장 - 22
다시 동백 - 24
봄날의 맑은 과녁 1 - 26
봄날의 맑은 과녁 2 - 27
봄날의 맑은 과녁 3 - 28
풀등 1 - 29
풀등 2 - 30
가도 가도 서쪽인 반달 - 32
구룡폭포에서 - 33

제2부
나무 - 37
웅크린 자세 - 38
말똥가리성게 - 39
곡부 - 40
다시 곡부 - 41
풍죽 1 - 42
풍죽 2 - 43
딱새우 - 44
합천 - 45
하회에서 - 46
이하동문(以下同文) - 48
웃음, 소(笑) - 50
쑥부쟁이 - 52
달의 계곡 - 54
흰머리 꽃받침 - 56
운주사 와불 앞에서 ㅊ 57

제3부
담뱃불을 붙이는 사람 - 61
리듬 - 62
쫄래쫄래 - 63
성죽 - 64
뜨거운 돌 - 66
호랑가시나무 아래의 생각 벤치 - 68
대숲 - 70
다시 대숲 - 72
간 - 74
순대 - 76
백로, 아니면 두루미 - 77
13일의 금요일 - 78
이런 날은 빨간 넥타이를 - 80
꼬리 - 82
고추무름 - 84
폐(閉) - 86
멱살 - 88

제4부
흰독말풀꽃 - 91
뾰쪽뾰쪽 - 92
단풍 - 93
마음의 장례 - 94
작약 - 96
다시 작약 - 97
대숲에 들어 - 98
꽃샘 - 100
만약 - 101
나도부추 - 102
하유에서의 일박 - 104
참, 세상은 살기가 어렵다네 - 106
눈 휘둥그레 할 당(?) - 108
검은 귀 - 110
김치를 사는 남자 - 112
군북(君北) - 113
묵호(墨湖) - 114

해설 이숭원 수행과 정진으로 쌓아 올린 융합의 세계 - 116

저자 소개 1

1960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났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바둑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줄까?』,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파랑은 어디서 왔나』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봄, 풋가지 行』 『진경산수』 『모란으로 가는 길』 『몽유도원을 사다』 『서른 살의 박봉 씨』, 『옛사랑을 읽다』, 『널뛰는 직녀에게』,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등이 있고,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시조집 『장수하늘소』,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
1960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났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바둑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줄까?』,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파랑은 어디서 왔나』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봄, 풋가지 行』 『진경산수』 『모란으로 가는 길』 『몽유도원을 사다』 『서른 살의 박봉 씨』, 『옛사랑을 읽다』, 『널뛰는 직녀에게』,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등이 있고,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시조집 『장수하늘소』,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물칸 나를 생각함』,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 등을 썼다. 고산문학대상, 경남문학상, 마산시문화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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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28*208*20mm
ISBN13
9791194799238

책 속으로

솟대

어떻게 그런 생각을 처음 했을까?
나무의 옹이를 다듬어
새를 만드는 사람
뭉쳐지고 일그러진 나무토막을
새를 만들어 기원의 깃대 끝에
앉힐 생각을 했을까?
알고 보면 시(詩)란
사물의 원형을 새로이 발견하는 일
깃대 끝에 앉은 새가 먼 곳을 볼 때
내 눈도 저 먼 그리움의 끝에 가닿는다
처음 나무옹이를 다듬어
새를 만들어 앉힌 사람은
기원의 시를 쓰는 시인
깃대 끝에서 새가 울면
하늘 저 끝에서 내 기원의 응답을 받아
새소리로 조용히 내게 전해 준다
깃대 끝에 앉은 새가 먼 곳을 볼 때
내 눈도 저 먼 그리움의 끝에 가닿는다.
--- p.11


울지 않는 새

나는 지금 새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 꽃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 생각 너머에 가 있다

나는 지금 둥지를 만들지 않는 새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향기를 품지 않은 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름은 늘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다
나는 지금 생각 그 너머에 가 있다

둥지가 없는 새는 알을 품지 않는다
향기를 품지 않은 꽃은 오래 시든다

봄이라고 늘 화창하지도 않고
가을이라 늘 청명하지도 않다

나는 지금 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지금 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번도 울지 않는 새가 있었다
한 번도 향기를 품지 않은 꽃이 있었다

그때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나는 지금 울음 그 너머에 가 있다
나는 지금 향기 그 너머에 가 있다.
--- p.14


단풍

한때 푸르러도 봤고 한때 붉어도 봤다면 그만 아니냐?

뭘 더 바라

너도 알지?
한평생 푸르지도 못하고 붉어 보지도 못한 일생이
널리고 널린 게 이 세상인걸

한때 푸르러도 봤고 한때 붉어도 봤다면 그게 다 아니냐?

이제 잎이 진들, 겨울이 온들
뭘 더 바라

한평생 푸르지도 못하고 붉어 보지도 못한 일생이
널리고 널린 게 이 세상인걸

한때 푸르러도 봤고 한때 붉어도 봤다면 그만 아니냐?

--- p.93

출판사 리뷰

성선경은 시집 앞에 넣은 ?시인의 말?에서 ‘풍죽’에 관한 자기 생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 첫머리에 “세속에서 말하기를”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속’이라는 말은 이 말을 쓰는 화자가 세속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뚜렷이 드러낸다. 속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선비의 고고한 마음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고고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풍죽도의 상징이 필요하고 거기서 빚어지는 시의 순수함과 언어의 정결함이 필요하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머리가 눈처럼 희게 변한 모습을 보며 풍죽의 순결한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닌가 자문한다. “바람이 일렁이는 댓잎 소리와/내 얼마나 멀어져 왔나?”라는 자의식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그의 진심에서 우러난 불안감의 표명이다. “세상이 아득하다”라는 탄식은 그의 불안한 균형 감각을 드러낸다. 순수에의 지향은 있으나 자신이 순수의 세계에 제대로 머물고 있는지 불안한 것이다. 이 불안한 거리감을 메워 주는 존재가 풍죽이다. 풍죽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바람을 견디고 바람을 이겨 낸다. 탄은(灘隱) 이정(李霆, 1554-1626)의 풍죽도(風竹圖)는 선비의 청정한 정신을 일깨우는 상징이 된다. 일상생활을 하며 세속의 바람에 흔들려도 자신의 본모습을 지켜야 풍죽을 감상하고 시를 쓴 보람이 있다. 풍죽과 시가 내면의 정결을 유지하는 청신한 수맥이 되어야 세상을 사는 보람이 있다. 시와 삶과 자연의 정연한 일치를 시인은 꿈꾼다. (이상 이숭원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풍죽

세속에서 말하기를
사람이 대나무와 멀어지면 속되게 된다는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멀어져 왔나?
정신을 가다듬어 보니 벌써
흰 머리칼이 눈 덮인 산정 같다
내후년이면 벌써 등단 40년
대나무 마디를 세듯 하릴없이
자꾸 나이만 헤아리게 된다
바람이 일렁이는 댓잎 소리와
내 얼마나 멀어져 왔나?
다시 세상이 아득하다.

추천평

시집 속에 그림 몇 점이 감춰져 있다. 그 중심에 대나무가 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비어 있기에 울림이 큰 풍죽(風竹). 시인은 “마음 어지러운 어느 날” 그 그림 속에서 “댓잎 부딪는 소리”를 듣고 “바람을 맞아야” 비로소 드러나는 “옛 어른”의 품격을 발견한다(「풍죽 1」). 만고풍상을 겪는 “그 구도가 마치 아름다울 미(美)처럼 보인다”는 깨달음까지 얻는다(「풍죽 2」). 고난과 흔들림이 아름다움의 조건이 되는 역설의 미학!
그는 “겨울이 되어도 잎 푸르고/그 열매 또한 붉”은 상록관목 남천(南天)을 “성스러운 대나무”라 부르며 “마음이 허하여 세상에/눈길 줄 곳 마땅치 않으면/무릇 성죽을 곁에 두라”고 권한다(「성죽」). 붉은 열매는 불타는 마음, 푸른 잎은 꺼지지 않는 희망의 등불이다. 남천의 꽃말이 ‘전화위복’인 것과 같다.
「대숲에 들어」와 「대숲」, 「다시 대숲」은 정화(淨化)의 서정을 보여 준다. 시인은 대숲의 “청정에 몸 뉘이”며 “들개같이 몰려들던 세속의 바람”과 “느린 소걸음” 같은 시간을 잊고 “속을 비운 대나무같이” “망우하겠”다고 다짐한다. 세속의 바람을 잊고, 댓잎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시인은 ‘소리의 침묵’과 ‘고요의 울림’ 속에서 존재의 본질에 닿는다.
시인은 또 “초조와 불안을 감추며/서 있지만 서 있는 것도 아니고/엎드렸지만 엎드린 것만도 아닌” 산정의 자작나무에서 “한평생”의 ‘고요한 웅크림’을 발견한다(「웅크린 자세」). 때론 “꽃답다 여기면 꽃 같고/풀 같다 여기면 풀 같은” 쑥부쟁이를 보고 “그 잎과 줄기는 이미 쓴맛이 들었겠다”며 웅크림의 내면을 쓰다듬는다(「쑥부쟁이」). 「운주사 와불 앞에서」의 “저렇게 꽃 피는 일이 천 년이라면/나는 아직 젊다”라는 시구는 삶의 마지막에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대나무의 일생을 떠올리게 한다.
대나무와 숲, 풀과 꽃, 땅과 하늘의 경계에 새가 있다. 「솟대」는 이들을 잇는 기원의 나무이며, 이 시집의 지향점을 상징한다. 여기에서 그는 시를 “사물의 원형을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라 하고, 시인을 “처음 나무옹이를 다듬어/새를 만들어 앉힌 사람”이라 칭하며, “깃대 끝에 앉은 새가 먼 곳을 볼 때/내 눈도 저 먼 그리움의 끝에 가닿는다”고 고백한다. 옹이의 단단함과 댓잎의 부드러움, 깃대의 높이를 아우르는 그것. 그의 시가 대나무처럼 곧고, 풍죽처럼 유연하며, 성죽처럼 성스럽다. - 고두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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