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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허수경
문학과지성사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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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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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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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거울들판
언덕 잠(봄)
언덕 잠(봄)―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항구마을
항구마을―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가을 물 가을 불
가을 물 가을 불―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그래, 그래, 그 잎
그래 그래 그 이파리―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대구 저녁국
대구 저녁국―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달 내음
그때 달은

제2부 새벽 발굴
낯익은 당신
우리는 촛대
해는 우리를 향하여
물 좀 가져다주어요
새벽 발굴
연등빛 웃음
흰 부엌에서 끓고 있던 붉은 국을 좀 보아요
회빛 병원
우물에
그곳으로
빈 얼굴을 지닌 노인들만
그해 사라진 여자들이 있다
오래전에 어떤 왕이 죽었다,
그때,
영변, 갈잎
붉은 후추나무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아침
그곳으로
엄마
시간언덕
그렇게 웃는 날이 계속되었다,
날개를 삶다

제3부 불을 들여다보다
별을 별이
박미자 하나가
흔들리는 의자
음악 선생님 또랑또랑
고요하게 손을 뻗다
달이 걸어오는 밤
기차역 앞 국 실은 차
동그라미
기억하는가 기억하는가
불을 들여다보다
저녁 스며드네
나무 흔들리는 소리
말강 물 가재 사는 물
나무 흔들리는 소리
아마도 그건 작은 이야기
눈 오는 밤
마늘파 씨앗
기차역

제4부 저 물 밀려오면
무너진 조각상
말 한 마리
검은 소 도시 혹은 여행 전에 읽은 여행길 잡이 가운데
『검은 소도시 여행길잡이』라는 책에 관하여
코끼리, 거미다리를 가진, 그 해변에서 달리가 그린, 그 코끼리
물지게
그렇게 조용했어, 눈이 내리는 소리가 들려,

웃는 소리
여름 내내
기쁨이여
저 물 밀려오면

해설 | 고고학적 상상력과 시·성민엽

저자 소개 1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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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0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47쪽 | 220g | 128*205*20mm
ISBN13
9788932016436

책 속으로

그래, 그래, 그 잎

그 잎 여릴 적, 우리 만나 잎 따서 삶아 밥해주던 할머니집에 앉아 여린 잎에 하얀 밥 싸 먹으며 벙그러지는 입술 오무리며 깔깔거리다가 어머 어머 할머니 설겆이 많겠네, 어쩌나, 그때 그 잎 여려 할머니의 아가 같은 손힘으로도 뚝 뚝 꺾이는 것을,

그 잎 커다랗게 자라 그늘 만들고 그늘 아래 비 그으며 수박 오이가 익는 것 들을 때까지 기다리자, 하며 할머니가 떠 오는 설거지물에 마치 오랜 시간 씻듯 양은 밥주발 씻으며 할머니가 잎 옆에 달린 꽃 머리에 꽂으며 벙그렇게 웃는 것 보며 그래, 그래 저 잎 더 무성해져서

산 덮고 그 산, 잎그늘 아래 축축한 땅의 수줍은 곳 열어 버섯 돋아오르면 그때 또 할머니가 지어주는 버섯밥 먹자, 좋겠네, 저 잎 여릴 때 만나 무성하게 산그늘 될 때까지 붙어 있다가 그래 그래 할머니 머리에 꽂힌 저 붉은 꽃 좀 봐, 무슨 열대 섬 사는 아씨 같은 할머니 좀 봐, 그때까지 설거지 물에 담긴 양은 주발 새로운 시간처럼 씻으며, 그래 그래, 저 잎

그래 그래 그 이파리 ―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그 이파리 아가 적, 우리 보굴랑 이파리 따 삼군 밥 더머기던 할매 저방에 앉아 아가잎에 흰 밥 싸 무그며 벙그러지는 입술랑 오무리메 깔깔대메 어마시야 할매 설것방 많이나 되것네, 어쩔꼬, 그녘 그 잎 아가여서 할매 아그머치한 손뚝심으로 뚝 뚝 건기는 거슬,

그 이파리 커당게 자라 그늘 맹글고 그늘 비님 그브며 수박 오이 등거는 거 들을 때꺼지 기다리제, 하며 할매 떠오는 설것당물 오랜 시월 씨그듯 양은 밥주발 씨그며 할매 잎 곁에 달린 꽃 머리에 접히며 벙그럽세 웃는 거 볼 새 그래, 그래 저 이파리 무덩허덩허정해져

산메 더푸고 그 산메 잎그늘 메에 처처한 따의 수지븐 데 열어 버섯제기 도다오르메 그녘 또 할매 지어데 주는 버섯제기밥 먹자야 좋것네, 그 잎 아가 적 만나 무덩허덩해져 산메그늘 될 녘까지 어깨 두다가 그래 그래 할매 머리 녘 접한 저 불근 꽃 녘 좀 볼거나 어디 열대 섬 사는 아그 같은 할매 좀 보아, 그때꺼지 설것방 물 담긴 양은 주발 신상신시처럼 씨그며 그래 그래 저 이파리

--- p.

출판사 리뷰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은 ‘시인의 말’에서 언급되었듯, ‘반(反)전쟁시’들로 묶였다. 시인은 이 시편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한 표정으로 고정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먼 이국땅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시인이 오래된 지층 사이에서 혹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넘쳐나는 전쟁 소식을 접하며 마치 발굴하듯 모국어로 옮긴 한 자 한 자의 시어는 ‘시’가 ‘역사’를 대할 때 보일 수 있는 한 전범(典範)을 보이며 한국 시의 지평(地平)을 넓혔다.

허수경 시인이 발굴하는 언어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낼 때 따라 나오는 부장품처럼 현재의 시간 위에서 부활한다. 그 시어들은 애잔한 고향 말로 되살아난 기억도 있지만 태반은 인류의 폭력을 고발하는 기억들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의 고고학 현장은 청동의 시간과 감자의 시간으로 층을 이뤄 발굴된다. 과거를 탐사하는 허수경 시인의 시어는 뒤표지 글에 그가 쓴 산문처럼 언뜻 “뒤로 가는 실험”처럼 보일는지도 모르지만 실은 진실을 해부하는 ‘현재의 현장 한가운데’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고학적 상상력과 여성성의 시어들로 빚어낸 언어는 다름 아닌 ‘희망’임을 감지하게 된다.

리뷰/한줄평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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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수경 시인, 몇천년 후 우리 삶은 몇 센티의 흔적으로 남을까?
    허수경 시인, 몇천년 후 우리 삶은 몇 센티의 흔적으로 남을까?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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