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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사건 (재즈 살인사건) The case of the Killer-Diller (A Swing-Murder Mystery)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 Through a Dead Man's Eye 죽음을 부르는 무대 The Fatal Footlights 하나를 위한 세 건 Three Kills for One 죽음의 장미 The Death Rose 뉴욕 블루스 New York Blues 서문 Introduction 역자 후기 |
Cornell Woolrich,본명 : 코넬 조지 호플리-울리치, 필명 : 윌리엄 아이리시 (William Ir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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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겁을 먹었지만, 계란 위를 걷는 것처럼 아주 조심하면서 다시 창문 쪽으로 다가가 현관에 누가 있는지 훔쳐보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영화에서나 봄 직한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전혀 우습지 않았다. 내 얼굴과 다른 사람의 얼굴이 마주쳤다. 내가 밖을 내다보려는 순간에 그 사람은 안을 들여다봤기 때문이었다. 얇은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서로 딱 마주보고 말았다.
우리는 둘 다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 사람은 재빨리 허리를 쭉 폈다. 안쪽을 들여다보려고 허리를 잔뜩 구부렸기 때문이었다. 내 얼굴은 그대로 유리창에 붙어 있어서, 그 사람은 당장 내가 어린애라는 것을 눈치 챘을 것 같았다. 그건 피터슨이었다. 바깥에 비치는 어슴푸레한 불빛 속에서도, 그 사람의 모자와 주전자처럼 생긴 귀 모양으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피터슨은 근처에서 망을 보고 있다가 우편배달부의 자전거를 본 것이 틀림없었다. 둘 다 잽싸게 창문에서 떨어졌다. 피터슨은 정문 쪽으로 달려가 열쇠를 찔러 넣었다. 나는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계단이 있는 곳에 채 가기도 전에 빈 포장 박스에 걸려 공중제비를 돌고 말았다. 허겁지겁 기다시피 하여 계단에 도달하자 난 부리나케 뛰어 올라갔다. 계단 맨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아래에서 정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위층의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때까지는 저 사람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똑바로 내달려야 하는 바깥에서도 따돌릴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없었다. 저 사람을 훨씬 앞질러 밖으로 나가 잡초 더미 속에 몸을 숨기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렇게 바로 쫓아오는 마당에 무슨 수로 그리 할 수 있을지 난감했다.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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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 울리치의 본명은 ‘코넬 조지 호플리 울리치’이지만 국내에는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필명으로 발표한 ‘환상의 여인’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언제나 ‘추리소설 베스트 10’에 뽑힐 만큼 빼어난 미스터리이다. 주인공의 누명을 벗겨줄 호박 빛 모자의 여인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사형까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주인공의 연인과 친구는 환상의 여인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간과 싸우며 어두운 도시를 달린다.
재즈시대의 거장 스코트 피츠제럴드와 비견될 만큼, 문학적 향기가 짙은 문장으로 엮어내는 울리치 특유의 서스펜스는 어떤 모방자도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그의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운명의 장난이, 애처로운 사랑이, 불타는 복수심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으로 빨려들고 도시의 밤을 한없이 헤맨다. 어느새 그들에 몰입된 독자들은 그 서스펜스로 손에 땀을 쥐고 그 두려움으로 몸을 떤다. ‘서스펜스의 거장’ 또는 ‘느와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울리치의 이러한 작풍은 그의 작품 활동 시기(1930~1960)에는 물론, 후대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이나 프랑수아 트뤼포의 <신부는 검은 옷을 입었다>, 마이클 크리스토퍼의 <오리지널 씬> 등의 원작이 코넬 울리치의 작품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그의 작품 속에서 사용된 수많은 기법, 분위기, 설정 등은 시대를 초월해 다양하게 변주됐다. 국내에 출간된 코넬 울리치의 작품은 장편 서너 권 정도로 매우 적다. 게다가《환상의 여인》의 압도적인 이름값 때문인지 일상적인 삶 속에서 순수한 공포와 두려움을 증류해내는 코넬 울리치의 탁월함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프랜시스 네빈스가 편집한 이 책《밤 그리고 두려움》은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역작이다. 법대 교수이며 추리소설 작가이자 추리소설 평론가이기도 한 네빈스는 이미 1988년《Cornell Woolrich: First You Dream, Then You Die》을 저술했고, 이 책으로 1989년 MWA(미국추리작가협회) 비평부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울리치가 추리소설 쪽으로 작풍을 선회한 1930년 대부터 죽기 직전인 1960년 대 중반까지, 네빈스는《블랙마스크》를 비롯한 당시 범죄 잡지를 샅샅이 들추며 울리치의 작품들을 선별했다. 또 울리치를 작가론 적, 작품론 적으로 분석한 뛰어난 서문을 덧붙여, 그의 삶과 작품을 한데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비교적 평면적인 모습으로 국내에 알려진 코넬 울리치와 그의 작품들이 이 단편집으로 새롭게 조명 받아 입체적인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하다. “그의 비극적인 삶은 뛰어난 작품의 이유가 됐다”라고 제임스 엘로이가 말했듯, 코넬 울리치의 삶은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동성애의 기질로 두 번의 결혼 모두 실패했고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고독하게 살았다. 작품을 쓰는 내내 불우했고 말년에는 각종 판권료 등으로 재산을 모았지만, 당뇨로 다리를 잘랐고 의족 사용법을 몰라 휠체어를 타야만했다. 허름한 호텔방에서 쓸쓸하게 생애를 마친, 그의 장례식 장에는 불과 너덧 명 정도가 쓸쓸히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한다. ‘밤’ 그리고 ‘두려움’은 책에 수록된 14편의 단편에서 공통으로 추출할 수 있는 정서이지만, 코넬 울리치의 삶 바로 그 모습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곧 그의 삶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