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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 序 - 1장 : 나뭇잎 떨어지니 태산(泰山)이 울리다 - 2장 : 바람은 무슨 색이며 비는 어디서 오는가 - 3장 : 종일토록 봄을 찾아도 봄은 보이지 않아 돌아온 집 울타리에 매화꽃이 피었네 - 4장 : 살생(殺生)은 그 죄를 자기 몸에 새긴다 - 5장 : 희디흰 백골(白骨) 푸른 풀에 쌓이다 - 6장 : 구름이 골짜기에 비끼니 돌아갈 새가 집을 잃는다 - 7장 : 닭은 추우면 나무에 오르고 오리는 추우면 물속에 들어간다 - 8장 : 선한 이의 가르침은 시들지 않는다. 선한 사람들끼리 진리를 말하므로 - 9장 : 돌로 치면 개는 울지만 사자는 덤빈다 - 10장 꽃 웃음 뜰 앞에 비 뿌리고 소나무 난간 밖에 바람이 운다 - 11장 : 사랑이 얕으면 끊어지기 쉽고 맺지 못한 정에 원한은 길어 - 12장 : 중생이 다 길을 읽은 사람인데 돌아갈 길을 아느냐, 마느냐? - 13장 : 그물 뚫고 나온 고기 그물에 머문다 - 14장 : ‘원앙새’ 수놓은 것 보여주어도 수놓은 금침은 주지 못하네 - 15장 : 장궁 들어 천랑성을 쏘나니 북두 병으로 계수 술을 마시네 - 16장 : 바람은 선들선들 나뭇잎 흔드나니 그대 생각하며 내가 시름에 젖나니 - 17장 : 반딧불로 수미산(須彌山)을 사르다 - 結 : 꽃이 피어 비단을 짠다. 남녘엔 대나무, 북녘엔 나무라 좌백기(左栢記) (임무영) ≪생사박≫자세히 읽기(성민엽) |
左栢, 본명: 장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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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한 저음, 그러나 주위에 우렁우렁 울리는 굵은 음성이었다.
“용서하라, 강탈도 살생도 원하는 바가 아니나 난 네 청마수(靑魔手)가 필요하다!” 낡아 헤진 검은색 가사(袈裟)를 걸쳤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솟구친 짧은 머리카락, 그다지 넓지 않은 이마를 넓은 천으로 질끈 동여매어 중 같기도 하고 그냥 속인 같기도 한 묘한 행색의 거지. 오 척이 겨우 넘을 듯해 보이는 단신이었다. 보통 체격이라면 왜소해 보였을 것인데 덩치 큰 당당한 종 같은 느낌이었다. 굵은 눈썹, 이지러진 귀, 꽉 다문 입에 누구에게 맞았는지 콧대마저 주저앉아 삐뚤어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손이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막만 한 손이 양 팔목에 맥없이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청면수라의 가슴 앞에 바짝 붙어 있었다. 딴에는 눈싸움이라도 하자고 붙은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청면수라는 보기 드문 장신, 보이는 것은 밋밋한 가슴 아랫부분뿐이었다. 드물게도 청면수라의 표정에 변화가 왔다. 푸르뎅뎅한 얼굴 아랫부분에 한 줄의 빨간 금이 가며 한끝이 올라갔다. 아마도 웃는 것일 텐데. “크크크큭.” 잔뜩 비틀린 바위 덩어리가 웃는다면 이런 소리가 날 것이다. 청면수라가 한 손을 치켜들었다. 긴 소맷자락이 흘러내리고 드러난 손에 푸르스름한 광채가 번뜩였다. 청마수였다. 무림 십대흉기(十大凶器)의 하나. 강철로 만든 장갑에 비수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공포스럽다. 거기 걸리면 갈가리 찢긴 시신이 되어 혼백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며, 악독하게도 절독(絶毒)까지 발라 운 좋게 찢기지 않는다 해도 썩어 들어가는 육신을 부둥켜안고 살아야 했다. 청면수라를 악명 높은 중원사흉(中原四凶)의 하나로 올려놓은 물건, 청마수가 화상의 머리통 바로 위에 떠 있었다. 슬쩍 내려치기만 하면 하얀 뇌수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거지새끼야! 이게 필요하다고? 어디 가져가 보려무나! 오랜만에 날 웃게 했으니 엎드려 빌고 물러갔다면 살려줄 수도 있었을 것을…… 이젠 늦었다!” 거지가 고개를 들어 청면수라의 눈을 빤히 보았다. 청면수라는 덜컥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도록 고요하고 진지한 눈빛! 이런 눈빛을 지닌 사람이라면 농담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허풍은 더더욱 아니리라. 이 거지새끼는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거지의 입이 무겁게 열리고, 예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용서하라!” 화상의 맨발이 무겁게 땅을 찼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