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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Anson Hein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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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누구나 지금까지의 얘기로부터 추측했겠지만, 내가 딱지를 붙이고 다니지 않게 된 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다. 내 신분증에는 더 이상 커다랗게 ‘LA(Living Artifacts ?살아 있는 인공물)’나 ‘AP(Artificial Person ?인조인간)’라는 커다란 스탬프 글자가 찍혀 있지 않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제일 끝에 있는 칸을 사용하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가짜 신분증과 날조된 가족이 행복까지 주는 건 아니다. 그런 것들은 그저 귀찮은 괴롭힘과 차별 대우를 피하게 해줄 따름이다. 나와 같은 부류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며, 만일 정체가 드러나면 추방하거나, 죽이거나, 팔아넘기는 곳도 많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인조인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절히 혈통이 없는 것을 아쉬워한다. 어디서 태어났느냐고? 글쎄, 정확히 말하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디트로이트의 ‘트라이유니버시티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설계되었다. 오, 정말이냐고? 나의 시조는 취리히의 ‘멘델리언 어소시에이츠’에 의해 탄생했다. 근사한 얘기 아닌가! 하지만 당신은 그 이름을 결코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메이플라워 호의 조상들이나, 중세부터 전해 내려오는 토지대장에 등장하는 유서 깊은 이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내 기록에는(또는 내 기록 중 하나에는) 내가 시애틀에서 ‘태어났다’고 되어 있다. 시애틀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에 기록이 유실됐다고 둘러대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다. 가까운 일가친척을 잃었다고 하기에도 딱 맞는 곳이다.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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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등과 SF 계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로버트 A. 하인라인. 4번에 걸친 휴고상 수상, 미국 SF 작가들이 뽑은 최초의 그랜드마스터 또 ‘미스터 SF’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로버트 A. 하인라인은 SF계에서 부동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이다.
1982년 작, 《프라이데이》는 ‘재귀소설’(recursive fiction; 1950~1960년대 작가의 미래사 연작 설정을 다시 가져온 작품군)이라 불리는 그의 후반기 연작 중 하나로 가장 많은 평단의 찬사와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품. 그녀의 이름은 프라이데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뛰어난 재능을 갖춘 여자. 업계 최고의 밀사이자, 유전공학이 이뤄낸 최고의 인공 생명체이다. 행성을 오가며 물건을 전달하는 비밀요원 프라이데이는 ‘보스’라고만 불리는 남자를 위해서 일한다. 미국대륙은 십여 개의 독립 국가로 분열되고, 역시 조각조각 분열된 문화는 바닥까지 떨어져 혼란이 계속되는 근 미래. 프라이데이는 변덕스러운 보스의 지령을 받아 뉴질랜드부터 캐나다까지, 새로운 미국대륙의 분리국가들을 넘나들며 신속하고 영민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다양한 사건 속에서 인간 정체성과 소속을 갈구하는 프라이데이. 그녀는 자신이 인류의 궁극적 운명에서 한 발자국 앞서나간 존재인지, 아니면 뒤쳐진 존재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은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로빈슨 크루소의 하인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AP(Artificial Person ?인조인간)’란 넘을 수 없는 경계와 갈등하는 여주인공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어떻게 보면, 《프라이데이》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인조인간이 온갖 풍파와 역경을 거치고 ‘소속됨’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지만, 방대하지만 일관적인 설정 속에 하인라인 특유의 미래에 대한 현실적이고 이지적인 접근 방식이 더해 작품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다국적 기업 간의 전쟁과 조각조각 갈라진 미국 대륙 등 혼란한 근 미래를 통해 제시하는 다양한 모습들은 거장의 솜씨와 깊은 사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70년 이후 그는 한 동안의 공백기를 거치고 80년부터 본격적인 ‘재귀소설’ 연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뒤표지를 장식하는 할란 엘리슨의 말은 하인라인의 책을 기다려온 독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듯하다. “이 책을 집어 들고, 즐겁게 읽은 뒤, 이 소식을 만방에 전하라: 하인라인이 귀환했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