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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이 이 빙하의 밤 Ⅰ 빙하의 밤 Ⅱ 빙하의 밤 Ⅲ 無 舞 풀밭에서 撫 蕪 다이빙 Ⅰ 다이빙 Ⅱ 다이빙 Ⅲ 다이빙 Ⅳ 다이빙 Ⅴ Aria 메가폰의 밤 Ⅰ 메가폰의 밤 Ⅱ A 그림자의 국경 오월의 풀밭 분수대의 밤 Ⅰ 분수대의 밤 Ⅱ 비닐하우스의 밤 채석장의 밤 테이블 밤의 태양 아래 Aria 零 霙 靈 시론•이름은 |
송승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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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체는 깨지지 않고 흐른다
흐를 수 없는 곳까지 흐른다 여름에 녹지 않는 눈의 하안선 설선 고체와 공기의 경계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의 크레바스* 극지의 빛이 얼음을 관통한다 한없이 하늘에 가까운 얼음이 푸르게 빛난다 눈 결정은 모든 눈송이가 으스러진 것이다 녹아 사라질 때까지 크고 두꺼운 밤은 언제나 천천히 바닥을 긁으며 흐르고 있다 --- 「빙하의 밤 Ⅰ」 중에서 정면에서 바라본 황소의 얼굴 가장 단단한 뿔의 날카로움 성난 문자들 모두 몰고 와 있는 그대로 사물의 표면 전체를 들이받는다 오른쪽 뿔의 끄트머리 닳아있다 --- 「A 전문」 중에서 1 비가 오면 눈이 오면 2 물고기 무리에서 새들의 무리로 물의 섬유 물 위를 떠다니는 뱀으로 강을 거슬러가는 물결의 빛으로 조개껍질에서 물결의 소용돌이로 자작나무 얇은 거울 빛 잎으로 종달새가 창공에 남긴 흔적으로 푸른 빛 비단으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거품으로 3 거품으로 나무의 깊은 초록은 공기를 나무들은 철새들은 삼각 편대 비상의 구조로 남쪽으로 물속에 던져진 돌처럼 4 비가 오면 눈이 오면 ---「이 전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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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결정은 모든 눈송이가 으스러진 것”
말할 수 없으나 말해야 하므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의 언어 공백으로부터 생겨나는 소리, 고독한 이가 말하는 “투명한 빙하의 언어” 송승환의 시는 “의미와 의미 전체는 우리들과 우리의 글 안에 즉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도래해야 할 미래의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긍정”, “우리가 의미를 캐물을 때, 우리는 그 의미를 생성으로서 그리고 질문의 미래로서만 포착한다는 사실을 긍정”(모리스 블랑쇼)한다. 즉각적인 언어와 그 의미를 모두 지우면서 백지 위에 도래하는 언어를 기다린다. “공백으로부터 생겨나는 소리, 고독한 이가 말하는 비언어, 언어가 그것에 응답하고 언어가 그 속에서 태어나는 비언어”(조르조 아감벤)를 투명한 빙하의 언어로 송승환의 시는 구현한다. 송승환의 시는 ‘지금-여기’의 의미를 항상 재구축하는 언어의 형식을 통해 ‘지금-여기’를 초과하는 낯선 현존, ‘너’를, ‘지금-여기’에 출현시킨다. 이질적인 언어의 형식과 상상력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거나 감춰져있던 세계의 이면을 드러낸다. 시는 고통의 경험에서 흘러넘치는 낯선 언어의 경이(驚異)를 받아 적는 어떤 목소리이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세계의 출현을 ‘지금-여기’ 타자로서의 내가 재현 불가능한 언어로 기입하는 것이다. 비를 피할 지붕도 우산도 없는 세계에서 다시 쓰이는 시(詩)의 언어 송승환 시집은 ‘검은 글자’의 목소리까지도 들리게 만들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문자를 적거나 지울 수 있는 지면의 조건 위에서, 전적으로 문자를 통해, 문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환과 전복은 유비적이고 추상적인 층위에 놓여 있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수사적 상상력이 가지는 힘은, 듣고 보는 일이란 가청권과 가시권을 ‘벗어난’ 대상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항상 들리고 또 보이고 있는 존재들과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게 하는 데 있을 것이다. 무지(無知) 혹은 무감(無感)의 ‘없음[無]’을 더 이상 알리바이로 사용할 수 없는 세계에서, 비를 피할 지붕도 우산도 없는 세계에서 글자는 다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그것을 되묻는 방식으로 송승환의 시는 재차 시작된다. 제단을 돌보는 자의 고독을 견디면서, 들리는 이들의 외로움을 마주하면서. _홍성희 문학평론가 |